티메프·홈플러스·발란까지 기업회생 돌입
재무 건전성 취약한 기업부터 도태 수순
대기업 계열·대형 플랫폼 쏠림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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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

“티몬·위메프부터 홈플러스, 발란까지 기업회생”
국내 유통업계가 전방위적인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티몬·위메프의 기업회생 신청에 이어 올해 들어 홈플러스와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발란까지 경영난을 호소하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요.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 겹치면서 유통 시장 전반이 삼중고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기에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형 플랫폼이나 대기업 계열사 중심으로 소비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거래 안정성과 자금 운용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해 말 대금 미지급과 함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는데요. 올해 초에는 발란도 유사한 경로를 밟으며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웠죠. 최근에는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대표 격인 홈플러스마저 자금난설에 휘말리며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티몬·위메프부터 홈플러스, 발란까지 3곳의 유통기업들이 유동성 문제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모두 반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해당 기업들 모두 처음에는 정산금 지연 사태가 터지고 곧 해결이 가능할 것처럼 대응하다가 결국엔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다는 점에서 유사한 패턴을 보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경영위기에 직면하는 기업들이 잇따르면서 유통업계는 사실상 ‘옥석 가리기’의 국면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수익성이 낮거나 적자를 지속해온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고금리 환경과 투자 위축이 겹치며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요.
이커머스 업계의 경우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출혈 경쟁’의 부메랑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외형 확장에 집중했던 이커머스 업계는 이후 소비심리 둔화 속에 쿠폰·할인 출혈 경쟁으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죠. 실제로 발란과 티메프는 경쟁 심화 속에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고 결국 대금 미지급과 경영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2015년 설립해 온라인 명품 플랫폼 점유율 1위였던 발란은 한때 연 거래액만 4000억원을 돌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명품 플랫폼 업황 부진으로 결국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발란은 회생절차와 함께 인수합병(M&A)을 빠르게 추진할 것을 밝혔으나 유동성 위기에 빠진 만큼 인수의향자가 나올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팽배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만 키우는 성장 전략은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며 “향후 유통 플랫폼 간에도 수익성 중심의 구조 재편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을 대표하는 대형마트 업계 역시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급성장에 밀려 홈플러스·이마트 등 전통 유통 채널은 빠르게 입지를 잃고 있는 형국이지요. 대형마트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은 2014년 8.7%에서 2023년 7.2%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불황 속에서 연 매출 7조원에 달하는 홈플러스는 금융 부채만 2조원 규모로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국내 대형마트 시장은 1993년 서울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을 세우면서 시작 됐는데, 대형마트 업계에서 유동성 위기 사례가 드러난 것은 32년 만에 처음이지요.
유통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기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유통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 성장률은 0.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지요.
이처럼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도 한국 시장을 무섭게 치고 들어오고 있지요.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초저가 상품을 무기로 국내 이용자 수를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대형마트 등에 입점하는 셀러·생산자들도 거래 안전성을 우선으로 보고 입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유통업계는 팔 수 있는 상품이 있어야 하는데 셀러들이 빠지게 되면 결국 지탱하는 하부 구조를 상실하게 되는 셈이지요. 당장 홈플러스만 해도 매대에 서울우유 제품이 없습니다. 홈플러스가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서울우유는 아예 납품을 중단한 것이지요. 이에 비교적 재무 구조가 탄탄한 대기업 계열이나 대형 플랫폼에만 입점하려는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간 내 반전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 유통산업 전문가는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과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유통 기업은 순차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유통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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