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치,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아
회생 위해 '인가 전 M&A' 추진
네이버·한화·中커머스 기업 거론
알짜 점포 분할 매각 가능성도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인수 10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오게 됐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홈플러스는 최근 청산가치가 계속 운영가치보다 높다는 평가 결과가 나오면서 회사 존속을 위해 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원칙적으로는 청산가치가 더 클 경우 회생절차는 폐지되나, 홈플러스는 회생을 지속해나가기 위해 조사위원 권고에 따라 ‘회생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통매각 하기에는 규모가 커 적절한 인수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안에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거나 매각이 실패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신청했다. 이는 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제출한 재무진단 보고서에서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웃돈다는 결론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를 약 2조5000억원으로 산정한 반면, 청산가치는 약 3조7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총 6조80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등 자산 규모 덕분에 청산 시 자산 매각으로 얻는 금액이 더 높게 나온 것이다. 청산가치는 회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며, 계속기업가치는 향후 10년 동안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잉여현금흐름의 합계다.
삼일회계법인의 보고서와는 달리 홈플러스는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관리인 의견서를 법원에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삼일회계법인의 권고에 따라 매각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회생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기존 7월 10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도 M&A 완료 이후로 연기될 예정이다. 법원의 승인 여부는 보통 약 일주일 이내에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홈플러스가 독자적인 회생계획안을 제출해 자력 회생을 추진하는 방안은 물 건너간 셈이다. 원칙적으로 회생 절차는 채권자들이 회생계획을 통해 돌려받는 돈이 파산했을 때 받게 될 금액보다 많아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홈플러스는 청산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 따르면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유통업체나 건설사들의 경우 청산가치가 더 높게 산출돼 회생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홈플러스 매각은 기존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지분은 대규모 감자를 통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실제로 과거 대한통운, 팬오션, 쌍용자동차, 이스타항공 등도 회생계획 인가 전에 M&A를 진행해 회생에 성공한 바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의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자사가 보유한 2조5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를 무상 소각해 손실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MBK는 "홈플러스는 청산을 피하고자 인가 전 M&A를 진행하고자 하며, 우리는 이런 결정을 지지하고 지원한다"며 "인가 전 M&A는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 M&A와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이 경우 자사가 보유한 2조5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는 무상 소각되며, 경영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아무 대가 없이 M&A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어 "인가 전 M&A가 이뤄지면 홈플러스는 새 인수인의 유입 자금을 활용해 회생채권 등을 변제하고 대폭 부채가 감축된 상태로 정상 회사로 경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생계획 인가 전 M&A는 통상적으로 24주의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홈플러스는 기업의 규모가 커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네이버와 한화그룹, GS그룹 등이 거론된다. 네이버는 최근 커머스 사업을 오프라인으로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유통 사업 강화를 추진 중인 만큼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퓨어플러스와 아워홈을 잇달아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어 기대감이 커진다.
과거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은 최근 유통업 전반의 어려움으로 매장 구조조정과 적자 면세점 정리에 집중하고 있어, 현재로선 인수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자본력을 갖춘 중국계 커머스 기업들도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알짜 점포 위주로 나눠서 매각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126개 대형마트와 310여 개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째로 인수할 적격자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커머스 업체들이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통매각이 쉽지 않을 경우에는 수익성이 좋은 점포 위주로 나눠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매각 추진으로 홈플러스 직원들의 고용 승계와 입점 점주들의 계약 유지 여부도 M&A 결과에 따라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임대인과 계약 해지를 통보한 20개 매장은 폐점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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