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초저가 전략' 통했다…4조 매출 눈앞
뷰티·건기식·패션까지 상품군 다각화로 소비자 유입
온라인몰 통합·물류 확충 등 유통 전반 혁신 가속화

고물가에 따른 소비침체와 이커머스의 성장세에 밀려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다이소의 성장세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초저가’를 발판 삼아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연 매출 4조원을 넘겨보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용품 위주였던 상품군을 뷰티, 건강기능식품, 의류까지 전방위로 확대하면서 소비자 유입을 키우는 모습이다. 또한 배송도 강화해 온라인몰까지 키우면서 유통업계 판도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는 지난해 지난해 매출액 3조9689억원, 영업이익 371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4.7%, 41.8% 성장하며 사상 최대치의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 이익률은 9.35%를 기록했다. 이마트가 0.16%, 쿠팡이 1.46%인 것과 비교하면 온오프라인 유통을 통틀어 압도적인 수치다.
다이소 매출은 2021년 2조6048억원에서 2022년 2조9457억원, 2023년 3조4604억원으로 매년 성장을 지속해왔다. 이에 올해 실적은 4조원을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이소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고물가로 소비 양극화 트렌드가 합리적인 소비형태로 자리를 잡으면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높은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시즌·시리즈 등 전략 상품의 인기 등을 통해 증가했다”며 “영업이익은 매출 증가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매출 원가율 감소 등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 불황으로 초저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다이소가 500원·1000원부터 5000원까지 균일가 상품만을 판매하는 점이 소비자 발길을 이끌었다. 또한 최근 들어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는 점도 실적 상승의 밑받침이 되고 있다.
다이소의 뷰티 제품군은 2022년부터 빠르게 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다이소 뷰티의 강점으로 ‘저가·소용량 전략’이 꼽힌다. 합리적인 가격에 쓸 만한 품질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2023년 출시한 VT ‘리들샷’, 손앤박 ‘샤넬밤’ 등은 SNS 등에서 입소문이 타며 ‘품절템’으로 등극했다.
다이소 뷰티에 대한 호응이 높아지자 다이소에 제품을 공급하는 뷰티 회사들도 늘었다. 최근에는 애경산업부터 네이처리퍼블릭,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형 브랜드들도 합류하며 지난 2023년 26곳에서 지난해 말 기준 60곳 이상으로 증가했다. 제품 종류도 250종에서 500종으로 2배 확대됐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도 다이소가 발을 들였다. 다이소는 지난 2월부터 매장에서 대웅제약, 일양식품 건기식 30여종 판매를 시작했고 종근당도 뒤이어 입점했다. 비타민·루테인·밀크씨슬 등 35종의 건강기능식품을 한 달분으로 3000~5000원에 판매했다. 판매 초기에는 약사회의 반발로 일부 제약사 제품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꾸준히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현재는 신제품 추가 출시도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패션 부문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2022년 이지웨어를 시작으로 계절별 기능성 의류인 ‘이지쿨’, ‘이지웜’ 시리즈를 확대해왔다. 대표 제품인 냉감 티셔츠, 심리스 팬티 등은 5000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SPA 브랜드와 유사한 품질로 호평 받았다. 그 결과 의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4% 성장했으며, 이지웨어와 이지웜은 각각 86%, 4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달부터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인 르까프와 스케쳐스도 다이소에 티셔츠, 모자, 양말, 장갑 등의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르까프 메시 반팔 티셔츠는 3000원, 카라 반팔 티셔츠는 5000원, 양사 양말류는 1000~2000원에 판매한다.
다이소는 제품군 확장에 이어 온라인몰도 키우는 모양새다. 쿠팡부터 중국 이커머스까지 국내 시장을 침투하는 상황에서 온라인몰을 키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전략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연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샵다이소’와 온라인몰 ‘다이소몰’로 각각 개별 운영했던 것을 통합한 ‘다이소몰’을 오픈했다. 통합 이후 온라인몰에서도 오프라인과 상품 구색을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대폭 확대했고, 평일 오후 2시까지 주문 시 익일 배송을 보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 빠른 배송을 위해 지난 10일부터 '오늘배송' 무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 지역에서 이달 말까지 4만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 배송을 진행한다.
아성다이소는 지속적인 매출 성장에 발맞춰 안정적인 상품 공급을 위해 세종허브센터를 설립한다. 지난해 7월 착공한 세종허브센터는 아성다이소 물류 거점 가운데 최대 규모로, 기존의 남사허브센터와 부산허브센터를 잇는 세 번째 핵심 물류 허브다. 중부권 800여 개 다이소 매장에 상품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물류 처리 역량(CAPA) 확보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과 효율성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다이소처럼 초저가와 실용성을 내세운 브랜드가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며 “다이소는 단순히 가격만 낮은 것이 아니라 품질·카테고리 확장·배송 서비스 개선 등 전방위적 전략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어 “뷰티, 패션, 건강기능식품 등 주요 생활밀착형 카테고리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흡수하고, 온라인몰 강화를 통해 옴니채널 전략도 가속화하고 있다”며 “세종허브센터 같은 대형 물류 거점은 이러한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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