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유통법 완화 국힘 동력 상실
대선 지지율 앞선 민주당, 드라이브
온라인 플랫폼까지 범위 확장 우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새로운 정권하에 변화하게 될 유통산업 정책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해 온 규제 완화 정책이 밀려나고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오는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최근 여론은 계엄 선포에 대한 책임론으로 여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추진해오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규제 개혁 1호 안건으로 내세웠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여당이 추진한 유통법 개정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및 영업 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를 중점적으로 담았다. 현행법안은 지난 2012년 제정돼 대형마트가 일요일 등 공휴일에 매월 2차례 의무로 휴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이 협의를 통해 평일로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영업 제한 시간(자정 이후부터 오전 10시)이나 의무 휴업일에는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이 불가능하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피해 우려, 대형마트 근로자의 쉴 권리 등을 이유로 공휴일 휴업 의무 폐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야당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 강화를 앞세운 유통법 개정안을 올해 초부터 다수 발의하기도 했다. ​야당은 지난 3월 민생연석회의를 통해 '20대 민생과제'를 발표하면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이 역시 공휴일에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해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다. 

실제로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설립 전에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규제 등을 사전 검토해 설립 입지부터 제한하자는 개정안을 제안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올해 말 종료하는 준대규모점포(SSM)의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출점 제한 규제를 5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6월 조기 대선 이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대형마트 규제 완화 정책은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집권 가능성이 높은 정당에서 규제 법안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아직 대선 공약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경기도지사 시절 인·허가권을 무기로 유통 공룡의 폭주를 막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수원시 등 11개 기초지자체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골목상권 보존 프로젝트로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대규모점포 입지를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업계는 소비 침체로 장기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 법안이 발효되면 산업 침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도 영업 규제에 따른 경쟁력 악화가 배경이 돼 대형마트의 침체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의무 휴업에 따른 매출 감소분이 연간 1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 역시 소비 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오프라인 대형마트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안이며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13년간 규제를 강화해 왔음에도 소상공인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예시로 들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의 규제 조치들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소비자의 편의성을 제한한다”며 “또한 가족 구조가 바뀌고 있다. 1인 가구가 많아지기 때문에 대형마트에 가서 대량으로 사 오는 소비자들도 줄어들 것이고 어차피 대형 할인마트는 앞으로도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오프라인이 하락세인데 계속 오프라인을 규제하면 유동 인구나 왕래가 더욱 줄어들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주말 영업이 허용될 경우 주변 상권의 매출이 평균 3.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인근의 음식점(3.1%), 편의점(5.6%), 기타 유통업체(6.7%)의 매출이 함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형마트와 경쟁 관계에 있는 소형 유통업체는 매출 변화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유통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그 대상이 오프라인 대형마트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규제의 형평성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까지 포함해 규제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민주당 쪽에서 플랫폼법을 밀어붙이는 부분들이 있는데 온라인 유통업체의 경우 최근 직매입 형태를 늘려가는 추세다 보니 플랫폼법뿐만 아니라 대규모유통업법 모두 해당해 양쪽의 규제를 전부 다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소비가 많이 위축되고 유통 기업의 경우 오프라인이 많이 위축되는 분위기다 보니 규제로 인한 것보다는 지금은 더 활성화 시키고 분위기를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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