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신격호 평전 출판 기념 토크쇼 진행
정직·품질·현장 중시하던 신격호 명예회장
"현 롯데 CEO들에게 지침 될 것"
20일까지 무계원서 평전 전시 개최

“회장님은 현장을 자주 찾고, 모든 일을 ‘단디 해라’, 즉 단단히 하고 철저하게 하라는 말씀이 늘 뒤따랐다. ‘단디 해라’는 경상도 사투리로, 회장님의 철두철미한 경영 철학을 잘 보여주는 말이었다.” (유창호 전 후지필름 대표)
“신 명예회장은 현장 확인, 현장 경영을 중요시하는 확실한 분이었다. 그런 DNA가 우리 롯데 그룹에 정착이 돼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회장님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 받아 잘 극복하리라 생각한다.” (김명수 전 롯데물산 본부장)
롯데그룹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직 CEO들이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에 대해 이 같이 회상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무계원에서 열린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 평전 출판 기념 토크쇼 행사에 참여한 전직 롯데 계열사 CEO들은 신 명예회장이 기업가로서 철두철미한 면모를 갖춘 것은 물론 국가를 첫째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평전은 그와 함께 롯데그룹을 일궈온 전직 CEO들의 생생한 기록 50여편을 엮어 완성된 책이다. 이날 행사에는 신 명예회장의 장손녀인 장혜선 롯데재단 이사장뿐만 아니라 평전 집필에 참여한 유창호 전 후지필름 대표, 김명수 전 롯데물산 본부장이 참석해 책에 다 담을 수 없었던 신 명예회장과의 일화를 풀어냈다. 유 전 대표는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와 롯데 경영관리본부 전무를 거쳤고, 김 전 본부장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 담당했다.
이날 토크쇼에선 신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철학을 기반으로 롯데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그가 남긴 기업가 정신을 오늘날 어떻게 계승하고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 또한 현재 롯데그룹이 직면한 위기도 신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 받아 해쳐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 이사장은 “신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애국정신은 훌륭하다”며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 않나. 기업가 정신을 살리고자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대표는 신 명예회장이 생전에 정직과 품질, 현장을 중시했다고 추억했다. 그는 “신 명예회장은 항상 ‘첫째는 정직이다. Honest is the best policy(정직은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말을 강조했다”며 “정직이야말로 최대의 무기라고 말씀하시며 건강한 정신과 몸은 기본이고 정직은 모든 경영의 출발점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품질 최우선’이었다. 품질에 대한 집착은 정직과도 맞닿아 있다”며 “정직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품질에 있어서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철학이 깔려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세 번째는 ‘현장을 중시하라’는 원칙이다”라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항상 현장을 찾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장님은 투자 결정에 있어서도 사장들에게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 대신 항상 이렇게 물었다. ‘사업성은 충분히 검토됐나?’, ‘자신이 있나?’ 그리고 나서 단 두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절대 현금 흐름 경영을 놓치지 마라. 흑자 도산도 있을 수 있다.’ 둘째, ‘사람을 잘 써라. 아무나 채용하지 말고, 사업을 책임질 수 있는 인재를 신중하게 고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롯데가 과거 재계 5위에서 현재 19위로 하락한 데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이 회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과감한 투자들이 경기 침체와 중국의 화학산업 확대와 맞물려 위기를 초래했다”며 “신 명예회장이 강조했던 현금 흐름 관리와 ‘정직, 품질, 현장’ 중심의 원칙이 현재 CEO들에게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동빈 롯데 회장이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 중이라며 “기업에는 항상 부침이 있지만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수 전 롯데물산 대표도 “신 명예회장은 항상 현장을 중시한 리더였다”며 “그의 경영철학이 롯데에 뿌리내려 있는 만큼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전했다.
국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초고층 빌딩을 세워야한다는 신 명예회장의 추진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전 대표는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를 18년 담당하면서 신 명예회장을 근거리에서 모셨다”며 “초고층 빌딩은 일반 건물에 비해서 공사비가 두세 배 더 들어간다. 수익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 명예회장은 롯데월드타워가 서울의 품격을 높인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고층 빌딩 허가를 받기까지 16년이 걸렸다”며 “38m까지 건물이 올라갔을 때 신 명예회장이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보던 모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가족과의 일화도 언급됐다. 장혜선 롯데재단 이사장은 “가족끼리 있는 자리에서도 국가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된다거나 애국정신을 가져야 된다, 기업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된다는 말씀만 하셨다”며 “남산을 보면서 내가 판 껌이 저 산만 하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신 말씀도 자주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이사장은 “이번 평전 발간을 시작으로 TV 다큐, 유튜브 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 확장을 준비 중”이라며 “신 명예회장의 철학과 기업가 정신을 오늘의 청년들에게도 전할 수 있도록 재단이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재단은 평전 출시와 함께 평전을 모티브로 한 전시도 개최한다. ‘2025 롯데재단 상전(象殿) 신격호 展 : 그가 바라본 내일’은 평전 내용을 바탕으로 기획한 특별전시로 오는 20일까지 무계원에서 열린다. 전시에는 평전 속 CEO들의 기억을 시각화한 AI 일러스트 16점과 롯데와 함께한 일반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LP 등, AI 기술과 시민 참여형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날 전시 개막식에는 신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씨와 장혜선 이사장, 평전 집필에 참여한 롯데그룹의 전직 CEO 9인, 재단 임직원 포함 약 80명의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평전의 발간 계기와 평전을 바탕으로 한 특별전시의 기획 의도, 주요 작품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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