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둥닷컴, 인천·이천 물류센터 구축
알리·테무도 물류 인프라 확장
美 관세 회피+韓 직구시장 공략
국내 이커머스업계 “출혈경쟁 우려”

징동닷컴 건물 /중국 웹사이트
징동닷컴 건물 /중국 웹사이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징둥닷컴이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인천과 이천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국내 이커머스 업체와의 협력 체계를 위한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해외 C커머스 플랫폼이 한국 내에서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향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중국 C커머스인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도 국내 물류 인프라 확장과 배송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이들의 공격적인 행보에 쿠팡과 네이버, SSG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도 긴장감이 고조되며 국내 유통 판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징동닷컴 산하 물류기업 징동로지스틱스(JD Logistics)의 한국 법인인 징동코리아가 인천과 이천에 자체 운영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3PL 및 풀필먼트 서비스를 개시했다.

징동닷컴은 중국 현지 언론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를 통해 징동닷컴은 서울 및 일부 경기도 지역에 최단 1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특히 이천 물류센터는 펫커머스 전용 물류센터로, 최신 자동화 설비를 적용해 피킹·패킹 효율을 극대화했다.

징동닷컴의 핵심 경쟁력은 AI 기반 지능형 창고 운영 시스템이다. 인기 상품을 자동으로 고회전 위치로 재배치하고, 실시간 수요 데이터를 반영해 적재 구조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최단 1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 물류센터는 미국 소비재 브랜드의 3PL 전용 창고와 국내 뷰티 기업의 해외 수출 전용 창고로 활용된다. 징동은 통합형 공급망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 해외 브랜드와 한국 기업의 물류 수요를 함께 공략할 계획이다.

징동로지스틱스는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19개국 이상에 100여 개 해외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국가에서 2~3일 내 국제배송이 가능하도록 구축했다. 이번 한국 법인 운영을 통해 자사 크로스보더 플랫폼 ‘징동 월드와이드’를 활용, 한국산 제품의 중국 직배송 서비스도 강화한다.

징동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빠른 배송과 정밀한 물류 운영이 필수”라며 “징동의 자동화 물류 기술과 글로벌 운영 경험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과 소비자 만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e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도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커머스 플랫폼이 한국에 직접 물류 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 징동닷컴이 처음이지만, 다른 업체들도 물류센터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테무는 최근 한국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로컬 투 로컬(L2L)’ 사업 모델 도입을 결정하고, 경기도에 대형 물류센터를 확보하며 배송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선언한 테무는 한국 판매자들에게 판로 확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상반기 중 물류센터 확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알리는 오는 2026년까지 11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한다. 

이 같은 C커머스 플랫폼들의 한국 진출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징둥, 테무, 알리익스프레스가 자체 물류센터와 직배송 시스템을 갖추면 배송 속도가 빨라지고, 가격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 직구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던 긴 배송 기간과 복잡한 반품 절차 등이 개선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인기 상품을 더 저렴하고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불경기가 이어지자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 테무 등을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앱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에서 쿠팡에 이어 알리(+4.5%, 2위), 테무(+5.9%, 4위) 등 C커머스 플랫폼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중국 C커머스 업체들의 한국 진출 배경에는 최근 미국과 중국 간 통상 마찰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관세와 규제를 강화하면서, 징둥과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주요 플랫폼들이 대안 시장으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크고 소비자들의 직구 이용률도 높은 데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 효율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중국 C커머스 업체들에게 매력적인 교두보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C커머스 업체들의 공세에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과 빠른 물류망을 앞세운 중국 플랫폼들이 본격적인 이커머스 사업에 나설 경우, 기존 국내 업체들과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쿠팡, 네이버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가격 싸움으로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상황인데, 여기에 중국 업체들까지 덤비면 시장이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다”며 “정부와 당국이 국내 업체 보호를 위한 정책적 대응과 시장질서 유지를 서둘러야 한다. 지금처럼 손 놓고 있으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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