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오클리·프라다·레이밴과 협업
레이밴 스마트글래스 매출 전년비 3배↑
구글-삼성전자, 젠틀몬스터와 손잡아
장애인·노령층에도 스마트 안경 유용
‘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패션업계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나 ‘입는 AI’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AI가 탑재된 스마트 글래스(안경)가 대표적인 예시이지요. 최근 개발 중인 스마트 안경은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기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경량화와 음성 등 간편한 방식으로 조작이 가능해 대중화가 된다면 일반인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고령층 이용자들에게도 각광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Meta)는 지난 20일 스포츠 아이웨어 브랜드인 오클리와 운동선수를 겨냥한 새로운 스마트 안경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하우스틴(HSTN) 디자인을 기반으로 AI가 탑재된 모델인데요. 기본 가격은 399달러로 수개월 내에 출시 예정이며, 금색 장식이 들어간 한정판 모델은 499달러로 내달 사전 주문을 진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스마트 안경은 메타가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해 선보인 ‘레이밴 스마트글래스’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 두 번째 합작품입니다. 에실로룩소티카는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 오클리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글로벌 회사로, 메타와 2021년 카메라와 스피커가 장착된 첫 번째 스마트 안경을 출시했고, 2023년에 출시된 2세대 기기는 큰 성공을 거뒀지요.
메타는 최신 스마트 글래스에 오클리의 프리즘 렌즈 기술이 적용됐다고 밝혔으며, 이 기술은 운동선수들이 변화하는 빛과 날씨 조건에서도 더 나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합니다. 오클리 메타 HSTN은 2세대 레이밴 메타(가격 299달러)보다 배터리 수명이 더 길고 카메라 성능도 향상됐다는 설명입니다. 한번 충전에 최대 8시간 사용 가능하고, 3K 해상도의 영상 촬영, 방수기능도 탑재됐습니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참여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해 12월 프라다가 룩소티카와 10년간의 안경 라이선스 계약을 갱신한 데 따른 것으로, 메타에게는 처음으로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AI 웨어러블 하드웨어 시장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메타의 새로운 모델과 기존 레이밴 안경은 스마트 안경이지만 렌즈 내에 디스플레이가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힙니다. 메타는 지난해 9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마이크로 렌즈로 3D 이미지를 투사해 홀로그램의 증강 현실(AR) 기능이 구현되는 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메타는 올해 하반기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고급형 스마트 안경을 출시하고, 2027년에는 디지털 앱과 현실을 융합한 AR 안경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메타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메타와 레이밴의 스마트 안경 파트너십이 전년 대비 매출이 3배" 증가했다”며 “연간 생산량을 1000만 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우리 모두 하루 종일 대화할 수 있는 AI를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안경을 쓰게 될 겁니다"라고 확신했지요.
저커버그는 "안경은 AI와 메타버스 모두에 이상적인 폼팩터”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안경을 쓰고 있으며, 향후 5~10년 안에 이러한 안경이 AI 안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협업을 통해 메타는 AI 음성 비서, 실시간 번역, 카메라 촬영 및 스트리밍 기능 등을 탑재한 웨어러블 기기를 프리미엄 패션 시장과 스포츠 웨어러블 시장에 동시에 선보이며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실 스마트 안경은 이미 10년 전에 등장했다가 대중화되지 못하고 사라진 제품이었습니다. 앞서 2012년 구글이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4년 1500달러에 시범 판매했으나 몰래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우려, 다소 무거운 중량과 3D 멀미 현상 등도 지적되며 2015년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생성형 AI가 더해지면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정교화된 상호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음성만으로 명령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개인 비서이면서 생활 플랫폼까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구글이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몬스터까지 합세해 기술과 디자인 모두를 충족하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요. 구글은 스마트글라스 전용 OS인 안드로이드XR를 선보이고,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젠틀몬스터가 디자인을 맡는 방식입니다.
구글이 선보이는 XR 안경은 휴대전화와 연동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아도 앱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렌즈 내 내장 디스플레이에는 필요할 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지요. 구글의 생성형 AI인 제미나이와 연결하면 이용자가 보고 듣는 것을 이해해 상황을 파악하고 중요한 정보를 기억해 필요한 순간에 바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입니다.
애플도 내년 말 애플 생태계와 더 정밀하게 연동되는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은 내년 말 스마트 안경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요. 애플은 메타의 스마트 안경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말부터 시제품 대량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카메라·마이크·스피커를 탑재해 시리(Siri)와 연동된 실시간 정보 제공, 통화, 음악 재생, 번역, 내비게이션 기능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달 초에는 전용 칩 개발과 내년 대량 생산 계획도 전해졌으며, 애플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실 세계에 디지털 콘텐츠를 덧씌우는 AR 안경 상용화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장애인들과 고령층에게도 스마트 안경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안경이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안경을 통해 옷을 고르고, 식사 준비, 세탁물 분류 등 일상적인 활동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지요. 메타는 시각장애인 추가 지원을 위해 '비 마이 아이즈(Be My Eyes)'라는 앱과 통합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노인층도 새로운 타깃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국 바이트댄스는 최근 상하이 국제 노인 돌봄·재활 전시회에서 AI 스마트 비서 ‘두바오’를 탑재한 노인 특화 스마트 글라스를 공개했습니다. 이 제품은 중국 최대 주얼리 제조사 라오펑샹과 협력해 오는 9월 출시할 예정입니다. 메타 역시 레이밴 글라스의 음성 제어, 시각 보조 앱 지원, 오픈 이어 스피커, 사진·영상 공유 기능 등으로 노인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요.
이처럼 고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패션 브랜드까지 합류하는 것은 AI 스마트글래스의 대중화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신호탄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패션 브랜드가 웨어러블 기술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또한 이러한 흐름이 일상의 불편을 겪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AI 도구와 솔루션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관련기사
- [류빈의 유통톡톡] “라면 한 그릇에 담긴 집념”···‘농심’을 심은 신춘호, 세계 입맛 홀린 비결은?
- [류빈의 유통톡톡] ‘메론킥·치토스’ 장수 스낵의 귀환···레트로 리뉴얼이 뜨는 이유는?
- [류빈의 유통톡톡] 먹기엔 비싸고, 올리긴 예쁜 과일의 운명···‘과일릭’의 아이러니
- [유통톡톡] 유통업계 줄줄이 무너진다···티메프·발란 이어 홈플까지 ‘퇴장 신호탄’
- [유통톡톡] "라면이 세계문학전집 같다고?"···K-라면 변신은 무죄
- [유통톡톡] '커피 한 잔' 값으로 유료 회원 모은 쿠팡, '집토끼' 놓칠라 전전긍긍
- [유통톡톡] 디즈니 드라마 '지배종' 속 배양육,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
- [유통톡톡] "맥주에는 원래 설탕이 없지 않나요?"···제로슈가 마케팅의 비밀
- [유통톡톡] 쿠팡·알리·테무 '이커머스 삼국지' 승자는 누가 될까
- [유통톡톡] <파묘> 속 '더플라자'부터 110년 '조선호텔'까지···'풍수지리 명당' 꿰찬 특급호텔
- [기자수첩] 중학생도 볼 수 있는 실리콘밸리 바보들의 블랙박스
- [류빈의 유통톡톡] 컵빙수는 품절, 호텔빙수는 금값···빙수의 양극화 시대
- [현장] “AI 시대, 주얼리 산업도 통찰력과 감각이 경쟁력”···종로주얼리포럼 2025 개최
- 北 대학의 GPT는 AI-휴민트 대량 생성기···김정은 위협 트리거
- [류빈의 유통톡톡] “어른이들의 인형놀이”···‘라부부’는 왜 어른들의 마음을 훔쳤을까?
- [류빈의 유통톡톡] 먹는 샘물? 혼합음료?···생수도 다 같은 생수가 아니다
- [류빈의 유통톡톡] “이른 추위, 반짝 특수 뒤 전략은?”···이상기후에 패션업계 새 계산기 두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