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장수 브랜드 리뉴얼 출시 열풍
레트로 감성·소비자 재출시 요청 힘입어
검증된 브랜드 재해석으로 개발 리스크↓
화제성·매출↑ ‘추억 마케팅’ 전략 주목
‘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최근 농심은 바나나킥 출시 50년 만에 후속 제품으로 ‘메론킥’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고도 신선한 맛을 선보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K-팝 스타인 제니가 지난달 10일 미국 토크쇼 ‘제니퍼 허드슨 쇼’에 출연해 좋아하는 과자로 바나나킥을 소개하며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방송 당시 간접 광고인 PPL이 아니라 제니가 직접 제품을 골라 소개해 더욱 이목을 끌었는데요. 그 덕분인지 제니의 언급 직후 농심은 4일 연속 주가가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2640억원이나 늘어나는 진기록도 세웠습니다.
이처럼 장수 브랜드가 다시 한번 각광을 받으며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오래된 브랜드를 재해석하는 ‘브랜드 리뉴얼’ 바람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심이 지난달 21일 출시한 ‘메론킥’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주요 편의점, 대형마트에서 스낵 카테고리 판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출시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약 9일 만에 달성한 성과지요. 또한 메론킥의 원조 격인 바나나킥도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약 50% 증가하며 킥 시리즈 모두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하네요. 메론킥은 출시 첫 일주일 간 총 144만 봉이 판매돼 같은 기간 100만 봉을 기록했던 먹태깡보다 40%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먹태깡 역시 장수 브랜드 새우깡을 계승해 새로운 맛을 적용한 제품이죠.


이뿐만 아니라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1975년 출시됐던 ‘농심라면’을 40여 년 만에 재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 카피로 인기를 끌었던 농심라면은 1978년 사명 변경의 계기가 될 만큼 사랑받은 제품이었죠. 이번에는 당시 레시피를 바탕으로 현대 소비자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패키지 디자인도 1975년 원형을 살려 복고 감성을 담았으며, 향후 상반기 중 2개 제품 추가 재출시도 검토 중이라고 하네요.
롯데웰푸드는 지난 8일 30여 년 만에 ‘치토스 돌아온 체스터쿵’ 새콤달콤 딸기맛을 출시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제품은 치토스 마스코트 ‘체스터’의 발바닥 모양과 달콤한 맛으로 사랑받았으며, 단종 이후에도 200건이 넘는 재출시 요청이 이어져왔다고 합니다.
오리온 역시 지난 2월 단종됐던 츄잉캔디 ‘비틀즈’를 업그레이드해 재출시했습니다. 다양한 과일 맛으로 인기였던 비틀즈는 지난해 생산 종료 이후 소비자 요청에 힘입어 재출시 일정을 앞당겼으며, 기존보다 크기를 2배 키우고 식감과 풍미를 개선해 선보였지요. 매일유업도 장수 음료 브랜드 ‘피크닉’에 진짜 과일 퓨레를 넣은 ‘천도복숭아’ 맛을 선보이며 2016년 단종됐던 과거 인기 제품의 리뉴얼에 동참했습니다.

장수 브랜드의 재해석은 브랜드의 정통성과 신선함을 동시에 잡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MZ세대의 ‘레트로 감성’ 소비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과거 제품을 새롭게 재해석하거나 복각 제품을 선보이며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브랜드의 긴 역사성과 스토리텔링 요소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기에도 적합하다는 점에서 리뉴얼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요.
업계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는 소비자 인지도와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브랜드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며 “과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제품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신제품 개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브랜드 리뉴얼이 각광받는 배경 중 하나라고 분석합니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의 재해석은 개발 비용과 실패 확률을 낮추면서도 화제성과 매출 상승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식품업계의 ‘추억 마케팅’과 브랜드 리뉴얼 전략은 앞으로 어떤 제품들로 확장될지 기대가 됩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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