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
3월 주총서 5명 신규 선임해도 역부족
주주 표심 확보 위한 양측 수싸움은?

법원이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와 관련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면서 영풍의 의결권이 되살아났다. 이번 판결은 주주평등원칙에 따른 것이지만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최윤범 회장 측의 정관변경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3월 말 개최될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 민사합의부는 7일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서도 집중투표제를 담은 정관 변경 효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월 22일 임시 주총 전날 영풍 지분 10.3%를 해외 자회사인 SMC로 넘겨 역외 순환 출자 고리를 만들었다. MBK·영풍→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고려아연은 주식회사인 SMH 주식 100%를 소유하고 SMH는 SMC 호주 소재 주식회사 주식 100%를 갖고 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을 보면 회사와 모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영풍과 MBK는 SMC 순환출자 여부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란 주장을 펼쳤지만 이번 판정에선 상법상 주주평등원칙 법리가 적용됐다.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도 영풍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MBK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이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등 사내이사 3명과 기타 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13명 등 18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변현철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3명을 제외한 15명이 최 회장 쪽 인사다.
지난 임시 주총에선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25.42%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됐지만 신규 이사 14명(사외이사 12명, 기타 비상무이사 2명)을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겠다는 MBK·영풍 측 계획이 집중투표제하에선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집중투표제하에선 많은 표를 받은 후보 순서로 채워진다. 후보별 지지표가 균등(100÷7=14.29%)하게 분산되지 않는다면 한 표라도 더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이사로 선임되는 구조다. 합산해 약 40.97%의 지분을 가진 영풍·MBK가 과반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기엔 산술적으로 무리가 있고 수년의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
고려아연 현 이사진 중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사내이사)과 김보영·권순범·서대원 사외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 17일 끝난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선 임기 만료 4명과 추가로 선임 가능한 사외이사 1명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 이사회 내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주식 1주당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면 고려아연은 물론이고 MBK 측이 원하는 이사 후보가 모두 선출될 가능성은 작다.
재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 측은 과반의 지배력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라면서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양측이 주주들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과 전략적 행보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 악재를 맞은 MBK가 주주들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어떤 수싸움을 벌일 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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