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MBK의 또 다른 시험대
악명 떨치던 김광일 부회장 주가도 뚝↓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해 9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해 9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MBK파트너스자산운용이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일반적으로 경영진의 책임이 강조되며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표명하는 것이 관례다. 2012년 LIG건설의 구자원 회장, 2016년 한진해운의 최은영 전 회장, 2009년 쌍용자동차 경영진 모두 법정관리 당시 유사한 행보를 보였으나 MBK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는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와 함께 30년 가까이 시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MBK의 과도한 차입 인수(LBO: Leveraged Buyout) 이후 지속적인 인력 감축과 투자 부족에 시달려왔으며 결국 재무 악화로 법원의 보호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먼저 홈플러스 대표이사인 김광일 부회장은 김병주 회장에 이은 MBK 2인자로 롯데카드, 오스템임플란트, 네파, 딜라이브 등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해외 기업까지 포함하면 겸직 기업 수는 20개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오르면서 과도한 겸직으로 선관주의 의무(duty of care)를 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특히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사태는 김 부회장의 리더십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사건이 된 전망이다. 한국기업거버너스포럼을 주축으로 하는 주주행동주의와 행보를 함께 해온 그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렇게 이사의 충실 의무(duty of loyalty)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홈플러스에서는 책임 경영을 다하지 못했다는 공세에 직면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MBK가 2015년 매입을 진행한 이후 지속적으로 인력 감축과 투자 부족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MBK 측은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치부하며 마트 산업 자체의 축소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쳐 왔다. 반면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홈플러스가 지출한 이자 비용은 3조964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4713억 원)의 6배 이상으로, 사실상 영업이익 대부분이 이자 비용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MBK가 홈플러스의 실제적인 성장을 도모하기보다는 빠른 채무 상환과 매각 전략을 통해 엑시트(Exit)에만 집중해왔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홈플러스 매각 당시는 대형마트가 여전히 유통업의 핵심 축을 이루던 시기였다. 하지만 쿠팡, 마켓컬리 등 e커머스(온라인 유통)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마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이에 더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홈플러스의 매출과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MBK는 홈플러스를 정상적인 가치로 되팔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국내에서 홈플러스를 매각하려 해도 인수할 만한 대기업이 없다는 점도 경착륙이 예상되는 이유다.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 등 기존 유통 대기업들은 오프라인 확장을 꺼리고 있으며 오히려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저도 대형마트 사업에서 철수하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해외 유통 기업이나 글로벌 사모펀드(PEF) 역시 한국 오프라인 마트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 자본도 규제 리스크와 한국 유통 시장 성장성 저하를 고려해 인수에 소극적이다.

김 부회장은 최근 MBK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공개매수 전쟁에서 유상증자 악수 둔 고려아연을 상대로 승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사수 의지가 만만치 않아 MBK가 추천한 사외이사의 경영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제조업 경영 경험이 없는 사모펀드(PEF)로서 훗날 적절한 매수자를 찾아야 하지만 인수할 후보가 마땅치 않아 홈플러스처럼 스텝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밖에도 MBK는 현재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에서 해외 자회사(SMC)의 순환출자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과 상법은 목적이 다르며 공정거래법을 경영권 보호 도구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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