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 사장 이사회 진입 믿었던 영풍 난감
주주행동 반대에 경영 참여 어려워져
김광일 낙마해도 MBK 대세 지장 無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주주행동주의 성향의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 중 강성두 영풍 사장을 제외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명분으로 내세웠던 공동 경영 구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MBK·영풍 연합이 주주총회에 추천한 김광일 부회장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강성두 사장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또 다른 글로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도 강 사장을 추천 후보에서 제외했다.
ISS는 "강 사장이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며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 김광일 부회장에 대해서는 "재무 및 경영관리 역량 측면에서 이사회 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MBK와 영풍은 당초 김광일 부회장과 강성두 사장을 동시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올려 공동경영의 균형을 꾀하려 했다. 하지만 의결권 자문사들의 잇따른 반대로 강 사장의 선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공동 경영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김광일 MBK 부회장에 대해서도 과다 겸직을 이유로 서스틴베스트 등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를 권고했지만 사외이사의 대부분이 MBK 추천 인사란 점을 감안하면 강 사장이 빠질 경우 영풍은 사실상 존재감이 사라지는 구조다.
집중투표제하에서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은 표의 흐름을 좌우한다. 집중투표는 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로 자문사들이 부정적 평가를 낸 후보는 표가 집중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지분 10%를 가진 주주가 이사 10명을 뽑을 때 특정 후보 1명에게 표를 몰아주면 10%를 확보할 수 있지만 이를 10명에게 나눠 투표하면 각 후보는 고작 1%밖에 받지 못한다. 표가 집중되느냐 분산되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구조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 수 상한을 정하는 정관 변경안(제2-1호 의안)의 가결 여부에 따라 선임 방식이 달라진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고 글로벌 자문사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이사 정원이 최대 19인으로 제한되며 주주제안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 경우 김 부회장과 강 사장 모두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정관 변경안이 부결되면 기존대로 최대 17명 이상 선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강 사장의 당선 가능성도 일부 살아난다.
다만 강 사장의 이사회 진입에 결정적 장애물이 될 정관 변경안이 통과되더라도 MBK 측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정원이 19인으로 제한되더라도 집중투표제를 통해 우호 지분을 결집해 5~6번의 주총을 개최하면 과반 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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