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보장비 66%가 고령자 관련 예산
한국, 2006년부터 '저출산'에만 약 180조원
같은 시기 고령화 대비엔 약 130조원 투입
저출산·고령화 함께 묶어서 보면 리스크↑

정부가 당장 내년에만 약 1조2500억원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하는 등 초강수를 두었다. 집에서 양육되는 만 0세 아동에게 월 70만원, 1세에는 월 35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것. 그런데 이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일본은 우리와 정반대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아닌 고령화 문제에 나랏돈을 쏟아붓고 있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 사회보장비로 36조 2735억 엔을 지출했다. 한국 돈 348조9837억1615만원이다. 일본 정부의 올해 예산 총액은 107조 5964억 엔(한화 약 1035조원), 국채비로 24조 3393억 엔을 썼고 방위비는 5조 3687억 엔, 코로나 예비비로 5조 엔을 지출했다. 전체 예산의 3분의 2를 사회보장비와 국채 원리금 상환에 쓴 것이다. 2019년 일본의 사회보장비는 120조 엔가량, 당시 사회보장비의 66%가 고령자 관련 비용이다.
일본의 사회보장비는 국민들이 내는 사회보험료, 정부가 보전하는 공적비용으로 구성됐다. 사회보장비는 연금·의료·고령자대책 등에 쓰인다. 보건복지부 격인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10월 발표한 2040년 고령화 대비 예산 추정 내역을 보면 2040년 사회보장비 구성은 연금에만 73조 2000억 엔이 포함된다. 의료에 68조 5000억 엔, 간병 분야에 25조 8000억 엔 예산이 잡혔다. 출산 및 육아지원에는 22조 5000억 엔뿐. 2040년 사회보장비 약 80%가 고령자를 위한 예산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사회보장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 14%에서 2019년 22%로 20년새 8%포인트 증가했다. 정부가 예산으로 채워야 하는 사회보장비도 크게 늘었다. 2021년 정부의 사회보장비 부담은 30년 전보다 20조 엔 이상 증가했다.
한국은 어떨까. 지난해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중앙행정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저출산·고령사회 시행계획'을 보면 당시 정부는 향후 4년간 저출산 분야에 46조7000억원, 고령사회분야에 26조원을 예산으로 잡았다. 고령자보다 저출산에 힘을 실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다. 2006~2010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예산을 보면 총 40조3000억원 중 저출산 분야에 19조1000억원, 고령사회 분야에 15조원을 투입했고, 2차 기본계획인 2011~2015년엔 저출산에만 60조원, 고령사회 분야에 40조1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2016~2020년 3차 기본계획에선 저출산 대책을 위해 108조원을 고령사회 대책에 89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이 시작된 2006년 국내 출생아 수는 약 45만명, 2021년엔 26만명으로 줄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되레 늘었다. 2005년 9.3%가 고령층이었다면 2020년 16.4%, 오는 2026년엔 26.8%가 노인이 차지할 전망이다.
본지가 이달 11일 보도한 '저출산·고령화 쇼크, 병원 확산···소아청소년과 '소멸 위기''를 보면 18세 이하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70년대까지 50%에 달했지만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며 2000년 27.5%, 2010년 21.7%, 2020년 15.8%로 떨어졌다.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청소년 비율을 앞지른 상황이다.
이달 13일 정부는 양육수당을 부모 급여로 이름을 바꾸면서 저출산 대책을 전면 개편했다. 매달 총 70만원씩, 2024년엔 0세 아동에 매달 100만원, 1세 아동에게는 50만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2024년 기준으로 0세 아동을 둔 부모는 1년동안 총 1200만원을 현금으로 받게 된다. 아이가 1세가 되면 1년동안 600만원을 받는데, 총 2년간 1800만원의 양육비를 국가가 지원해 준다.
아이가 출생 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출생 후 대학 졸업 때까지 약 20년간 들어가는 비용은 4억원가량. 2017년 조사를 보면 최근 사교육비 증가로 5년만에 양육비는 1억원가까이 증가했다. 1세부터 4세까지 영아기의 경우 평균 3064만원이 든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민간위원을 위촉하고 인구전략 세우기에 본격 돌입했다. 최근 나 부위원장은 민간위원회 간담회 자리에서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인구 위기 앞에서 저출산위가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획기적인 정책 마련에 다 같이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는 저출산 문제보다 지금 눈앞에 놓인 고령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이가 태어나 경제활동이 가능한 연령이 될 때까지 적어도 2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고령화 문제의 경우 매년 수십·수백명이 65세를 넘기기 때문이다.
이근원 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쉽게 생각하면 저출산 문제는 적어도 20~30년 후 경제활동 인구를 걱정해야 하는 일명 '미래 문제'"라며 "미래의 과제인 만큼 출산율 회복을 통해 희망을 품어볼 수 있는데 당장 현시점에서 고령화 문제는 경제 인구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함께 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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