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9.7% 국민만 '부모는 가족이 모셔야'
62.1%, 부모님 부양? '정부와 사회' 책임
고령 부모 모시는 30~40대 연봉도 문제
40대 월평균 실수령액 383만원이 현실

경비원 /연합뉴스
경비원 /연합뉴스

#우리 세대야 부모님이 직접 챙겼지만 요즘엔 안 그래요. 본인들 먹고살기도 바쁜데··· 노후는 알아서 설계해야죠.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도 부모님만큼은 모시고 살자는 58년 개띠 세대는 일명 '끼인 세대'라고 불린다. 아래는 자녀, 위로는 부모까지 챙겨야 하니 그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다음 세대는 다르다. 부모를 가족이 모시는 게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대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62.1%에 달하는 국민은 '부모 부양은 가족과 더불어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다. 2008년 조사에서 41%의 국민이 부모 부양은 가족에게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올해에는 19.7%만이 가족이 직접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은퇴 이후의 삶은 국민연금에 기대거나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5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수급자는 5월 기준 600만명을 넘었다. 지난해 4월 대비 2년 1개월 만에 100만명가량 늘었다. 

연금 수급자가 300만명에서 400만명으로 늘어나는 데 4년 8개월, 500만명 돌파까지는 3년 6개월이 소요됐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겹쳐 국민연금 수급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1946년부터 1964년까지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한 시대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받는 월평균 연금은 얼마일까. 올해 3월 기준 부부 수급자는 54만 3491쌍, 이들의 평균 연금월액은 89만2202원이다. 7월 기준에서 보면 개인당 평균 국민연금은 58만원 수준이다. 직장인이 체감하는 정년퇴직 평균 연령은 잡코리아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5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 51.7세다. 한국인 평균 수명이 83세인데 은퇴 후 적어도 30년은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은퇴 후 경제 활동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국내 노인 취업률 추이를 보면 2020년 65세 이상 전체 노인 중 63.1%가 취업하지 않았다. 36.9%만이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이규혁 한국사회복지단체협의회 산하 노인복지연구단 단장은 본지에 "은퇴까지 모아둔 부동산 혹은 적금 등이 없으면, 일해야 하거나 자녀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령 부모 모시는 30~40대 연봉도 문제
40대 월평균 실수령액 383만원이 현실

60~70대 고령층 자녀의 나이대가 평균 30~40대라고 가정하면 이들의 평균연봉은 4225만원이다. 4대 보험료 및 세금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월 306만원이다. 해당 나이대 직장인의 28.8%는 한 달 생활비로 평균 100만원을 지출한다. 22.1%는 150만원, 14.6%는 50만원, 13% 200만원, 14.7%가 200만원 이상을 한 달 생활비로 쓴다.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보면 40~49세 직장인 평균 연봉은 5440만원, 실수령액은 월 383만원이다. 이들 나이대 직장인의 한 달 평균 지출은 35.3%가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 30.9%는 300만원가량 지출한다. 대부분 자녀 교육비와 대출비로 사용한다. 결국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적금할 돈도 부족한 상황. 여기에 부모님 용돈까지 챙겨드릴 여유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걱정도 문제지만, 자녀 세대에는 연금조차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입에서 지출을 뺀 재정수지는 2039년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55년에 소진된다. 또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당 부양해야 할 수급자 수는 2020년 19.4명에서 2050년 93.1명으로 5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30~40대 부모들. /연합뉴스
자녀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30~40대 부모들. /연합뉴스

한국의 공적·사적연금은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지적했다. 노후생활의 주요 소득원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 비중(25.9%)이 선진국 상위 다섯개 나라를 칭하는 G5 국가 평균(56.1%)보다 크게 낮았다.

한경원 조사 결과 사적연금 제도 역시 G5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으로 나타났다. 15∼64세 인구 중 사적연금 가입자의 비율은 한국이 17.0%로 G5 평균(55.4%)에 한참 뒤져있다. 낮은 세제 지원율(한국 19.7%·G5 29.0%)로 사적연금에 대한 유인이 부족한 점이 낮은 가입률의 원인이라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 노후소득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세제지원 확대 등의 사적연금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인복지 관련 재정도 문제다. 현재 추산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2023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예정이다. 2028년엔 적립되어 있던 예비비도 모두 고갈된다. 대략 5~6년 정도가 남은 셈인데 장기요양보험은 이보다 고갈 시점이 더 빠르다. 아직 올해 결산이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인 2022년부터 장기요양보험의 적자 전환이 거의 확실시되며 적립된 예비비의 고갈 시점은 2026년으로 추정된다.

이런 시점에서 국회에선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형 노인 일자리 축소 문제로 시끄러운 모양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대한노인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일자리 수로 보면 내년 노인 일자리는 2만 9000~3만개 늘고 예산도 720억원 정도 증액했다"면서 "다만 단순 노무형 공공일자리를 조금 줄이면서 임금이 높고 양질인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일자리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 의원은 "공공형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평균연령에 해당하는 76세 이상 빈곤율은 무려 52%로 두 명 중 한 명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며 "노인자살률도 수년째 1위를 달리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43%에 해당하는 367만 7000여 명이 국민연금을 받지 못했고, 기초생활수급 노인 중 8만여 명은 기초연금마저도 받지 못했다"며 "공적연금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적은 연금을 받는 노인들에게 공공형 일자리는 빈약한 소득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공공형 노인 일자리 축소를 정부에서 검토하는데 저소득층 노인들을 벼랑 끝에 내모는 처사"라며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한 종합적 대책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없이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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