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노인 절반 경로당 이용
2017년, 전체 노인 19%만 호응
치매환자 위한 공간 재구성 제안

"어휴 차라리 문화센터를 가지 경로당은 절대 안 가요!"
고령 세대가 주로 이용했던 경로당이 일명 '젊은 노인'인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외면받으면서 이용률이 급감하고 있다. 노인여가복지시설의 약 90%를 차지하는 경로당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시설 활용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로당은 국내 노인여가복지시설의 97.4%를 차지한다. 2020년 기준으로는 약 7만 개다. 이 외에도 노인복지관·노인교실이 있지만 사실상 여가시설의 전체를 경로당이 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80~90세 노인으로 구성된 기성 고령 세대가 경로당 이용률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고령층에 막 진입한 65~80세 세대, 즉 '58년 개띠'로 상징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경로당을 기피하는 모양새다. 향후 경로당 주 이용객이 될 이들 세대의 경로당 이용률이 줄면, 시설 존재 이유가 희석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1992년 조사한 경로당 이용실태에 따르면 1990년 기준 65세 이상 전체 노인인구(341만5000명)의 45%가 경로당을 이용했다. 노인정 1곳당 약 50명의 노인이 등록됐다. 하지만 지난 2017년 기준 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서는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이 전체 노인 중 19.2%에 불과했다. 경로당 이용 노인 연령대도 80세 이상이 약 80%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노인 세대로 막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는 경로당에 가면 진짜 노인이 된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이용을 회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특히 이들 세대는 경로당을 이용하기보다 문화센터 이용이나 이웃주민과의 교류 등을 통해 경로당에서의 역할을 대신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경로당을 고령화 추세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노인 쉼터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치매안심센터와는 다른 경도 치매 환자를 위한 치료 공간으로 재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신희진 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본지에 "이미 넘치는 경로당의 이용률이 줄어들면 실효성 측면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최근 국내 치매 환자가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를 치매 환자를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증상이 약한 경도 치매 환자를 한데 모아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면 국내 경도 치매 환자의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대한치매학회 관계자는 "치매는 초기에 잡아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서 "치매 환자가 늘어날수록 지자체 및 정부의 부담은 커질 것이다. 따라서 지역사회 인프라를 통해 초기에 치매 환자를 찾아낸 후 이를 지역사회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국내 중증도 치매 환자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실제 경로당을 지역 사회 인프라로 재구성하는 사업이 진행된 바 있다. 경기도에선 2018년부터 '아침이 기다려지는 경로당' 사업을 통해 도내 19개 경로당에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고양시 덕양구의 경우 청소년 세대와 노년세대가 함께하는 '농사 체험교실'과 '역사 탐방교실'을 진행했다. 송파구에선 2015년부터 '청소년과 노년세대가 함께하는 게임 도서관'을 만드는 등 기존 경로당의 역할을 재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박은희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년 세대의 학력과 건강 수준이 높아지며 경로당이 기존 동네 사랑방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며 "한국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노년 세대를 위해 경로당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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