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콜택시 있지만 공급 부족
정부·기업 협력해 차량 지원해야
#요새 20대 또래 친구들 보면 너도나도 '나 홀로 여행'을 가요. 저도 제주도로 비행기 타고 밤바다 보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데, 이동 수단이 불편해 엄두가 안 나요. 서울에선 장애인 전용 개조 차량인 제 차가 있어서 이동에 불편함은 없지만, 제주도까지 운전하기도 그렇고··· 제주도에서 혼자 운전할 수 있는 장애인 렌터카가 있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을 위한 렌터카 등 이동 수단 부재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인 차량 특성상 차값 만큼 개조 비용도 만만치 않아, 업체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이를 위한 비용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내 대표 여행지 제주도의 렌터카 업체 중 장애인을 위한 특수차량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도특별자치도 교통정책과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도내 자동차 렌터카 총 114개 업체가 보유한 2만 9800대 렌터카 중 특수차량은 총 2대뿐. 나머지 차량은 일반 승용차 2만 1677대, 승합차 817대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절반 가까이(45%)가 통근·통학, 운동, 쇼핑 등 다양한 이유로 거의 매일 외출하고 있다. 외출 시 주로 자가용(30.8%)을 이용하고 있다. 운전면허증 소지 장애인의 과반수(60.5%)가 실제로 운전하고 있다. 자동차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휠체어 탑승 가능 차량이나 핸드컨트롤러가 부착된 차량 등 장애인 특수차량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운전이 가능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제주도 나 홀로 여행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업체 입장에서 '운전이 가능한 하반신 마비 장애인' 여행객을 위한 특수차량을 구매할 여력도 쉽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본지에 "장애인 특수 차량의 경우 일반 상용차를 주문해서 따로 장애인용 특수 장비를 돈을 들여 설치해야 한다. 가격이 차값 만큼 나가는데, 업체 입장에선 장애인 소비자 수요 현황 조사도 어려울 뿐더러 정부 지원도 없는 상황에 이를 대비할 만한 경제적 여력도 만만치 않아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안은 있다. 제주도가 운영하는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다. 운전자가 있는 장애인 특장차를 이용해 장애인 이동을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이마저도 2010년 5대를 시작으로 2019년 41(임차택시 35대)대로 10년 사이 36대만 추가 도입한 수준이다.
복권기금으로 운용하고 제주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 배차 간격 불만도 터져 나온다. 제주도에서 재가요양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 B씨는 "일반 택시처럼 5~10분 내로 택시가 도착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 "평균 1시간가량 대기해야 탈 수 있고, 급할 땐 이마저도 포기해 지인 도움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이 2019년 300명 장애 당사자에게 월평균 장애인 콜택시 이용 횟수를 조사한 결과, 5회 이하가 106명(35.3%), 월6회-10회 52명(17.4%), 월11회-15회 46명(15.3%), 월 16회 이상(32%), 거의 매일 사용(20.3%)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장애인 이동 수단 공급량도 문제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특별교통수단의 운행 대수는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대다. 제주도 내 특별교통수단과 임차 택시는 2017년 각각 40대·10대, 2018년 41대·35대, 2019년 56대·39대, 2020년 66대·39대, 올해 66대·43대로 조사됐다.
특별교통수단과 임차 택시의 연도별 이용 건수는 2017년 각각 12만7000여 건·2만3000여 건(총 15만여 건), 2018년 14만4000여 건·10만3000여 건(24만8000여 건), 2019년 15만8000여 건·11만여 건(26만8000여건), 2020년 16만3000여 건·11만여 건(27만3000여 건)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는 17만여 건·12만3000여 건(29만3000여 건)으로 조사돼 연 이용객 30만 건을 코앞에 두고 있다.
장애 업계에선 카카오택시 등 민간 기업과 정부 및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한 장애인 이동 차량 지원 및 장애인 특수차량 비용 지원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이성민 천주교 춘천교구 사회복지회 사회복지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장애인이 여행을 가려면 준비 단계부터 차량 확보 등 보통 일이 아니다"면서 "일반인은 카카오 택시처럼 누구나 손가락 하나로 이동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장애인의 경우 휠체어 등 제한 사항이 많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특수차량을 민간 기업에서 늘려준다면 장애인에겐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복지부에서는 의료적 성격의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건강보험 급여사업과 그 외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보조기기 교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각 36개, 83개의 품목을 지원하고 있으나 차량용 보조기기나 장애인용 특수차량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근로 중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1500만~2000만원 한도 내에서 필요한 보조기기를 지원받을 수 있고, 품목에 차량용 보조기기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121가지의 정보통신 보조기기를 지원하고 있는데 역시나 특수차량이나 차량용 보조기기는 지원되지 않는다.
이처럼 근로 중이 아니라면 특수차량 구입 및 개조에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차량 개조를 자부담할 경우 차량 구입 외에 700만~1500만원 정도가 추가 소요된다. 차량 탑승 후 휠체어를 차량 내부에 수납하는 보조기기인 크레인은 350만~370만원 정도 소요된다.
실제 당사자가 체감하기로도 경제적인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장애인실태조사(2020)에 따르면, ‘자동차 구입 및 유지를 위한 경제력 부족(21.6%)’으로 면허가 있어도 운전을 하지 않기도 하며, ‘운전 보조기기 장착에 따른 경제적 부담(1.5%)’을 운전 시 어려움으로 꼽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에 "장애인 자가용 이용은 대중교통 비용 대비 장애인의 이동권을 실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면서 "장애인 운전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복지정책을 총괄하고,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장애인 운전 차량 개조에 대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중교통 수단의 경우 재정적 한계에 따라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기업과 지자체 연계를 통한 수요 확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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