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분야에 뛰어난 능력 가진 '서번트 증후군'
하지만 '극소수', 자폐증에 대한 왜곡 시선 우려

"음바페는 2016년 AS 모나코 FC에 입단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어요. 2018년 7월부터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었고 러시아 월드컵에선 영플레이어상을 받았어요!"
일반인도 알기 힘든 한 선수의 커리어를 모두 통달하는 일명 천재 지적 장애인도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푹 빠졌다. 국내 강원도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A씨는 축구 분야에 유독 관심이 많다. 오히려 축구를 좀 안다는 일반인도 알기 힘든 한 선수의 이적 날짜까지 달달 외운다. 심지어 무명 K-리그 선수의 이름까지 모두 알고 있다.
화제의 A씨는 '오티즘 스펙트럼 디스오더' 즉 자폐증을 앓고 있다. 자폐증은 아동기에 언어, 의사소통 등에 문제를 겪으면서 사회성 및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와 감각통합 능력에 장애가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자폐증에 걸린 장애인 중에서도 소수지만 특정 분야에 천재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를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한다. 서번트는 학자 또는 석학이라는 의미다. 다만 자폐증이나 지적장애 환자 2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드문 현상이다.
영국 런던대 테오도라 길가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9년 커런트 바이올로지 온라인판에 게재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자폐증 장애인은 어떤 한 분야에 특출난 천재성을 지닌다. 예를 들면 암기나 계산, 음악, 미술, 기계 수리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 축구에 빠진 장애인도 축구 선수의 일정 프로필을 모두 암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
서번트 증후군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선 아직 확실한 결과가 없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좌뇌의 손상과 우뇌의 보상이론이다. 출생 때 또는 어린 시절 입었던 좌뇌의 손상, 특히 전두엽 근처의 손상이 오히려 그 기능의 촉진을 불러오면서 손상되지 않은 우뇌가 모든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뇌의 능력이 좌뇌를 보완하는 강력한 보상작용이 일어나게 되고, 그것이 특정한 분야에서 천재적인 능력으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사람들 가운데에는 좌뇌가 손상된 사람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미국에선 강도에게 머리를 맞고 수학천재가 된 웃지 못할 사례도 나온다.
서번트 증후군과는 반대로 정상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에 결함이 있고 마찬가지로 특정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도 있다. 이를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증상에 걸린 대표적인 인물로는 아인슈타인과 뉴턴, 베토벤 등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번트 증후군처럼 특출난 재능을 가진 자폐 장애인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는 우영우 신드롬처럼 자폐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대중에게 당연한 듯이 제공하면 안 된다고 제언한다.
유민정 아산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과거에 비해 자폐증을 웃음거리로 보지 않고 정적이고 다각적인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천재적 능력이 있는 고기능 자폐만을 미디어 등이 주로 다룸으로써 대중에게 자폐증에 대해 왜곡되고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번트 증후군 등은 고기능 자폐라고도 부르는데 전체 자폐 장애인 중 정말 극소수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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