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장애인 디지털 접근성 세계 1위
도심 곳곳에 점자 서비스 등 복지 천국
'부자 장애인' 전용 혜택이란 논란도···

카타르 월드컵 최연소 홍보대사 가님 알 무프타(20)가 21일 오전 카타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개회식에서 할리우드 배우 모건 프리먼과 함께 첫 무대를 꾸몄다. /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최연소 홍보대사 가님 알 무프타(20)가 21일 오전 카타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개회식에서 할리우드 배우 모건 프리먼과 함께 첫 무대를 꾸몄다. /연합뉴스

하반신이 없는 꼬리퇴행증후근을 앓는 카타르 청년 가님 알 무프타. 그는 중동의 그랜드 캔니언이라 불리는 해발 3009m의 오만에 위치한 쟈발샴 정상을 등반한다. 축구와 수영은 물론 일반인도 힘들어하는 스포츠를 곧잘 해낸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연소 홍보대사인 가님은 개막식 무대에서 할리우드 배우 모건 프리먼과 함께 인류 화합의 메시지도 전했다. 

이슬람 율법 때문에 술 한잔 마음대로 못 마시는 나라 카타르는 장애인 대우만큼은 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인구가 383만 명으로 서울 인구(944만 명)의 절반도 못 미치는 카타르의 장애인 수는 1만 6745명. 0.6% 비율이다. 국내 인구 5.9%가 장애인인 점과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치다. 

그런데 카타르는 2020년, 137개국을 대상으로 한 '2020년 세계 디지털 접근 권리 평가 지수, '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접근성' 부분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또한 법률로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장애인을 학대하는 자는 최소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가님 알 무프타가 수영장에서 잠수한 채 카메라를 보고 있다. / Instagram
가님 알 무프타가 수영장에서 잠수한 채 카메라를 보고 있다. /Instagram

영국 국영 방송 B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는 장애인을 고용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관은 웹사이트, 모바일 콘텐츠, 전자통신 등 모든 분야에서 장애인 편의를 제공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장애인 친화 시설을 일컫는 배리어 프리를 위한 장애인 서비스가 도입되어 있다. 공공시설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 키오스크 등을 통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다. 

한 가지 예시로 2009년부터 카타르 중앙은행인 카타르 센트럴 뱅크는 도심 내 모든 ATM기기에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및 점자 서비스를 설치했다.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설치된 ATM / Assistive Technology Center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설치된 ATM / Assistive Technology Center

도하장애인협회 알 사드 회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화폐를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기능과 시각장애인에 맞는 명암 비율 제공, 음성 인식 서비스, 또 모든 대중교통에 점자 도입 등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도심 곳곳에 깔려 있어 장애인이 생활할 때 불편한 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카타르 국영 석유 회사 카타르 에너지(Qatar Energy)는 장애인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도심 내 공공장소의 장애인 시설 및 장애인 친화 음식점을 점수로 책정해 지도에 안내한다. 또한 도심에 '수화안내센터'를 만들어 청각장애인이 은행 업무나 쇼핑 등을 할 때 수화 안내자가 함께 간다.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월드컵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혜택이 있다. 카타르 정부는 장애인 전용 무료 티켓 1만 장을 발행했다. 특히 경기를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시각 장애인 전용 관람 룸(방)을 수백억 원을 들여 따로 제작했다. 이곳에선 방에 설치된 음향기기를 통해 경기 상황을 안내받을 수 있다. 

또한 장애인 전용 홈페이지에는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화면의 명암을 변경할 수 있는 옵션도 마련했다. 인공지능 수화 통역사도 홈페이지에 있다. 가상 아랍어 수화 통역사 바 함마드를 통해 월드컵 홈페이지의 모든 내용을 수화 통역으로 제공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장애인 전용 객석 /Qatar world cup hompage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장애인 전용 객석 /Qatar world cup hompage

이 시스템은 실제 수화 통역사를 영상으로 촬영한 뒤 가상 수화통역사로 전환하는 자체 시스템을 카타르 정부가 보유하고 있어 업데이트되는 홈페이지 내용을 빠르게 수화로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적은 시민 수에 따라 국왕의 특혜를 받는 일부 VIP급 국민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카타르 전체 인구 중 이민자를 제외한 순수 카타르 국민은 3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돈은 많고 줄 사람은 적어 이런 복지 혜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카타르는 석유, 천연가스를 비롯해 헬륨, 알루미늄 등 각종 천연자원에서 나오는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복지 혜택을 국민에게 준다. 2020년 기준 카타르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3위, 석유는 13위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2위다.

김지우 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지난해 카타르 1인당 GDP는 8만2886달러로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위스에 이어 세계 5위"라며 "여기서 벌어들인 돈은 일명 오리지날 카타르 국민끼리 나눠 먹게 된다. 이 안에 장애인도 포함되어 있어, 외부에서 볼 땐 장애인 복지 천국으로 보일 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할 점"이라고 설명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 2200억 달러(약 296조원)를 쏟아부은 카타르는 ‘오일 머니 파워’를 과시하듯 경기장, 도로, 지하철 등을 지었다. 각국 축구 선수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월드컵이지만 카타르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라 지하철에는 특실(사진)을, 화장실엔 VIP 전용 공간을 두고 운영한다. /AP=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에 2200억 달러(약 296조원)를 쏟아부은 카타르는 ‘오일 머니 파워’를 과시하듯 경기장, 도로, 지하철 등을 지었다. 각국 축구 선수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월드컵이지만 카타르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라 지하철에는 특실(사진)을, 화장실엔 VIP 전용 공간을 두고 운영한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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