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도 '탈시설' 용어 도입 당시 회의감
시설 거주 희망자와 종사자 무시하는 용어

탈시설 용어를 두고 찬성과 반대 측 입장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탈시설 용어를 두고 찬성과 반대 측 입장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탈시설' 용어도 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설 거주를 희망하는 당사자와 종사자를 고려하지 않은 용어라는 입장이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한국장애인사회복지시설협회 등 장애인 거주 시설 단체는 탈시설 용어도 중립적인 의미가 담긴 용어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에서도 '탈시설' 용어를 사용하기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8월 2일, 보건복지부는 점진적 탈시설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긴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했다. 

다만 탈시설이란 용어를 로드맵 제목에서만 사용했다. 법적 단어로는 '탈시설'을 쓰지 않았고 대신 '지역사회 자립 지원'이라고 표현했다. 

탈시설의 탈은 벗을 탈(脫)이란 한자어를 사용한다. '시설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때문에 시설 측에선 '시설을 벗어나야 할 곳으로 인식해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은 본지에 "탈시설이란 용어는 그간의 정부 정책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또한 시설 입소·종사자의 노고를 깎아내리는 뜻이 담겼기 때문에 용어 자체에 차별적 성격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책 변화 과정에서 현장의 동의와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용어 선택에서부터 시설 측 입장을 물어봐야 한다. 배려와 존중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시설에 긍정적인 입장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지난해, '탈시설' 용어가 빠진 정부의 탈시설 추진 계획안에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복지부에 탈시설 지원센터 명문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장애인단체 간에도 탈시설을 둘러싼 용어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탈시설을 찬성하는 단체는 정부가 시설 단체의 눈치를 보며 '탈시설' 용어를 사용하기 꺼린다고 지적한다. 시설 협회에선 이분법적 사고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최용기 한자협 회장은 "탈시설을 원한다는 정부가 탈시설은 빼놓은 센터를 만들겠다고 한다"면서 "복지부는 탈시설을 탈시설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거주시설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 협회 관계자인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탈시설은 이분법적 이념 논리를 주장하는 편협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사회비관론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라고 반박했다. 

한편 국립국어원 등 언어 관련 업계에선 '지역사회돌봄', '지역사회자립지원' 등을 탈시설 대체어로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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