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별외계인' 우주 배경 동화적 작품
김채성 "영감에 어린 시절 추억 더해"
'청년 뉴 웨이브'에 선정 서울대서도 전시
"장애·비장애인 어울리는 전시 계속되길"

김채성 청년 화가가 그의 작품 '무지개별외계인' 옆에 서 있다. /김혜선 기자
김채성 청년 화가가 그의 작품 '무지개별외계인' 옆에 서 있다. /김혜선 기자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 중인 '드림어빌리티' 특별전에서 유독 우주를 배경으로 한 '무지개별외계인'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지개별외계인'은 여러 행성과 반짝이는 별, 떨어지는 별똥별 사이 우주선에서 외계인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나타낸다. 전시회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여럿 있었지만, '무지개별외계인'은 동화적 색채가 묻어나 색달랐다.

'무지개별외계인' 속 5마리의 외눈 외계인 모습은 마치 이너슬로스(InnerSloth) 게임 '어몽어스' 캐릭터가 떠오른다. 그들의 신나지만 무서워 일그러진 표정에서 외계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그린 사람은 바로 23살의 청년 김채성 화가다. 김 화가는 발달장애 중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예술가로, 올해 9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장애 예술인 특별전'에 참석했다. 올해 4월에는 경기도 시흥의 모랫골 만지작스튜디오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21일 여성경제신문은 김채성 화가를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 화가는 이번 전시회에 '무지개별외계인' 작품을 출품한 이유로 "새로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주를 배경으로 그린 첫 작품이기에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김 화가는 처음부터 우주를 그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찾다가 인터넷 사이트의 이미지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며 "작품에 이야기를 넣어 재미를 더했다"고 작품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외계인들이 우주선에서 나오는 무지개 미끄럼틀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에요."

김 화가의 작품 속 이야기에는 그가 좋아하는 여행과 놀이터가 모두 들어가 있다. 그는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며 "어릴 때 놀이터에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을 작품 속 이야기로 녹여냈다"고 말했다.

작품은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관람객은 감상을 통해 작품이 전달하는 이야기를 느낀다. 김 화가는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작품만으로 관람객에게 쉽게 다가갈 방안을 끊임없이 고안했다.

그는 작품 옆 이름표에 "작가 이름이나 제목 말고도 작품 의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그렇다고 너무 긴 설명은 독자의 상상력을 방해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화가는 4월에 진행된 개인 전시회에서 관람객의 이해를 위해 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Docent)'를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김 화가는 이제 청년 작가로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SNU 배곧 아트큐브에서 다음 달 6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는 '청년 뉴 웨이브'의 회화 분야 작가로 선정됐다. '청년 뉴 웨이브'는 시흥시가 주관하는 전시회로 시각예술 활동을 하는 청년 작가 3팀(인)을 선정해 이들의 공동 전시를 진행한다.

'드림어빌리티'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과 전시회 관계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김혜선 기자
'드림어빌리티'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과 전시회 관계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김혜선 기자

김 화가의 어머니는 '드림어빌리티' 전시가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진행되는 게 마음에 들어 김 작가에게 전시회 참여를 권했다고 한다. 김 작가도 '드림어빌리티' 전시회에 참여해 기쁘다며, "그림에는 장애와 비장애가 없으니 가르지 않고 서로 어울리는 전시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시 참여 소감을 전했다.

'드림어빌리티' 전시회는 발달장애 화가와 기성 화가·조각가·사진가를 대등한 위치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간 발달장애 화가만의 전시는 여러 번 있었으나, 이번 전시회는 장애와 비장애인의 작품을 조화롭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전시회는 이달 17일부터 열흘간 서울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 1~2관에서 진행된다. 전시회 입장은 유료이며, 인터파크 혹은 현장에서 입장권 구입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