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변화가 필요하다면 녹이는 것이 먼저다
샌드위치 기법의 오해를 넘어

언제부턴가 직장에서는 리더포비아(Leader Phobia)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공감을 얻는 현상이 되었다. 리더포비아는 단순히 승진에 관심이 없는 현상을 넘어, 관리자라는 역할 자체가 주는 압박감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려는 세태를 말한다.

팀의 성과에 대한 무한 책임, 상사와 팀원 사이에 끼인 신세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많은 이들이 리더의 자리를 손사래 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을 다루는 일’, 특히나 팀원에게 껄끄러운 피드백을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이런 말 했다가 꼰대 소리 들으면 어떡하지?’, ‘괜히 말했다가 관계만 어색해지는 거 아냐?’ 하는 불편감은, 결국 해야 할 말을 삼키게 만드는 자기검열의 기제로 작동한다.

하지만 리더는 조직이라는 배의 선장과 같다. 선장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배가 목표 항구를 향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항해 중에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암초나 잘못된 항로, 혹은 저하된 속도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상황에서 이러한 개입을 우리는 피드백이라고 부른다.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하기 싫다는 이유로 피드백 제공을 포기하거나 미루게 된다면, 문제의 상황은 조용히, 하지만 치명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

개인의 작은 실수는 성장의 기회를 놓친 채 나쁜 습관으로 굳어지고, 팀의 사소한 균열은 프로젝트 전체를 뒤흔드는 큰 실패로 이어진다. 초기에 바로잡았다면 금방 해결됐을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훨씬 더 큰 손실을 입히게 되는 것이다.

본 칼럼에서는 사람을 다루는 3가지 기본 원칙부터 시작해,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6가지 방법, 그리고 상대를 설득하는 12가지 원칙까지 스물한 번의 여정을 통해 데일 카네기가 제시한 인간관계의 지혜를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이 여정의 마지막 단계이자, 리더십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제4부 ‘반감이나 분노를 일으키지 않고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9가지 방법’으로 들어선다. 앞으로 9회의 칼럼에 걸쳐, 시대를 초월한 원칙들을 하나씩 탐구하며 ‘좋은 리더’가 되는 길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원칙의 문을 열어보자.

외부로부터 비난이나 지적 같은 사회적 공격을 받으면, 편도체는 이를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즉각적으로 ‘싸움 또는 도주(fight-or-flight)’ 반응을 일으킨다. /게티이미지뱅크
외부로부터 비난이나 지적 같은 사회적 공격을 받으면, 편도체는 이를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즉각적으로 ‘싸움 또는 도주(fight-or-flight)’ 반응을 일으킨다. /게티이미지뱅크

변화가 필요하다면 녹이는 것이 먼저다

반감이나 분노를 일으키지 않고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첫 번째 원칙은 “칭찬과 진심 어린 감사의 말로 시작하라(Begin with praise and honest appreciation)”이다.

이 원칙의 의미는 명확하다. 교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비판이나 지적을 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장점이나 노력에 대한 칭찬과 감사를 표현하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외과 의사가 수술 전에 마취하는 것과 같다. 마취 없이 수술칼을 대면 환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수술 자체를 거부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판은 듣는 당사자에게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것이어서, 칭찬이라는 심리적 마취 없이 날카로운 지적을 곧바로 던지면, 상대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단단한 방어벽을 세운 채 귀를 닫아버리기 십상이다.

이것이 단지 사람을 속이는 얄팍한 요령일까?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우리 뇌의 생존 본능과 관련된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편도체(amygdala)는 위험을 감지하는 경보 시스템 기능을 한다.

외부로부터 비난이나 지적 같은 사회적 공격을 받으면, 편도체는 이를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즉각적으로 ‘싸움 또는 도주(fight-or-flight)’ 반응을 일으킨다. 이 상태가 되면 이성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다.

상대방은 당신의 말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대신 어떻게든 반격하거나(fight) 이 상황을 외면하고 회피하려(flight) 할 뿐이다. 결국 당신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피드백해도, 상대의 뇌가 공격으로 인식하는 순간 그 내용은 전달되지 않고 허공에 흩어지고 만다.

따라서 칭찬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이것은 공격이 아니다. 나는 당신의 편이다”라는 안전 신호를 상대의 뇌에 보내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인 셈이다.

나아가 이 원칙은 피드백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주는 리더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팀원의 실수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면 리더 역시 화가 나거나 실망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한번 ‘저 친구는 안 되겠다’라고 낙인찍으면, 그다음부터는 색안경을 낀 채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확증 편향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이런 감정적이고 편향된 상태에서 나오는 피드백은 결코 건설적일 수 없다. 그렇기에 싫은 소리를 하기 전에, 의식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잘한 점은 무엇인가?’, ‘내가 감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를 먼저 찾아보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이 과정은 리더 스스로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성과 균형감을 되찾도록 돕는 중요한 자기성찰의 장치다.

샌드위치 기법의 오해를 넘어

여기서 많은 사람이 이 원칙을 샌드위치 기법과 혼동한다. 샌드위치 기법이란 칭찬(빵)을 먼저하고, 다음에 지적(내용물)하고 다음에 칭찬(빵)으로 마무리하는 순서로 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종종 비판의 진정성을 희석하거나,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결국 이 말을 하려고 칭찬부터 했구나’ 하는 기만적인 느낌을 주어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러한 오해를 풀고 카네기 원칙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실리콘밸리의 팀장들(Radical Candor)》의 저자 킴 스콧의 지혜를 빌릴 수 있다. 그녀는 효과적인 피드백의 핵심을 ‘개인적 관심(Care Personally)’과 ‘직접적 도전(Challenge Directly)’의 조합이라고 설명한다. 카네기의 첫 번째 원칙은 바로 이 ‘개인적 관심’을 가장 확실하게 증명하는 행동이다.

단순히 피드백을 위한 판을 깔기 위해 던지는 영혼 없는 칭찬이 아니라, 상대방의 강점과 기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진심 어린 인정은 “나는 당신을 한 명의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당신의 성장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렇게 개인적 관심을 통해 신뢰라는 단단한 기반을 쌓았을 때, 비로소 리더는 상대에게 상처가 아닌 성장을 위한 직접적 도전, 즉 솔직한 피드백을 제공할 자격을 얻는다. 개인적 관심이 없는 직접적 도전은 킴 스콧이 말하는 최악의 리더십 중 하나인 불쾌한 공격(Obnoxious Aggression)일 뿐이다.

결국 카네기의 100년 된 지혜는, 피드백 이전에 관계와 신뢰를 먼저 구축하라는, 리더십의 가장 현대적인 통찰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것이다.

반감이나 분노를 일으키지 않고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첫 번째 원칙은 “칭찬과 진심 어린 감사의 말로 시작하라(Begin with praise and honest appreciation)”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반감이나 분노를 일으키지 않고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첫 번째 원칙은 “칭찬과 진심 어린 감사의 말로 시작하라(Begin with praise and honest appreciation)”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성장을 돕는 피드백 기술

이 원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마케팅팀의 최기발 사원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최기발 사원은 기획하는 소셜미디어 콘텐츠마다 번번이 대박을 터뜨리며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하지만 그는 마케팅팀에서 필수적으로 필요로 하는 계량적이고 논리적인 데이터 분석과 보고서 작성에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보고서는 마감일을 넘기기 일쑤였고, 내용은 두서가 없었으며 숫자마저 틀리는 경우가 잦았다.

그의 사수였던 김 대리는 결국 팀장에게 최기발 사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팀장님, 기발 씨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요즘 우리 팀은 모든 마케팅 성과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평가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기발 씨는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 능력과 정확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보고서의 핵심 지표는 매번 틀리고, 논리적인 근거 없이 감으로만 이야기하니 팀 전체의 신뢰도까지 깎아 먹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보고를 받은 이 팀장은 최기발 사원을 따로 불렀다. 질책으로 대화를 시작했을까? 그는 먼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기발 씨, 지난주에 올렸던 숏폼 영상 말이에요. 조회수도 대단했지만, 저는 특히 고객 반응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봤어요. 다들 우리 브랜드가 젊고 세련돼졌다고 칭찬하더군요. 우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그렇게 정확하고 재치 있게 영상에 녹여내는 감각은 정말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말 우리 팀의 보물 같은 능력이에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잔뜩 긴장했던 기발 씨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질책을 예상했던 그에게 팀장의 진심 어린 칭찬은 마음의 빗장을 완전히 풀어버렸다. 이 팀장은 이어서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게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었으니, 그 성과를 데이터로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요. 사람들이 기발 씨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하게 만들려면 말이죠. 다음 주 보고서부터는 새로운 템플릿으로 같이 한번 정리해 볼까요? 아마 기발 씨의 감각에 데이터 분석 능력까지 더해지면, 정말 아무도 못 말리는 에이스가 될 겁니다."

결과는 어땠을까? 만약 팀장이 다짜고짜 보고서 문제를 지적했다면, 최기발 사원은 방어적인 태도로 변명하거나 자신의 약점에 더 위축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강점을 먼저 인정받고 시작하니, 그는 자신의 약점을 개선해야 할 과제로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팀장의 코칭을 스펀지처럼 흡수했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자신의 창의적인 기획을 논리적인 데이터로 증명해 내는 팀의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었다. 비난이 아닌 칭찬으로 시작한 팀장의 말 한마디가 문제 사원을 에이스로 변화시킨 것이다.

오늘부터 실천하는 성공적인 피드백

그렇다면 이 지혜로운 원칙을 어떻게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성공적인 피드백은 즉흥적인 감정의 대응이 아니라 세심한 계획의 결과물이다. 팀원의 실망스러운 행동에 감정이 앞서는 순간, 잠시 호흡을 고르고 차분히 피드백을 계획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성공의 시작이다.

먼저, 차분한 마음으로 상대의 어떤 점을 진심으로 칭찬하고 감사할 수 있을지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단지 대화의 기술을 넘어, 나 자신의 편향된 시각을 교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다음, 전달해야 할 핵심 메시지와 상대가 나아가길 바라는 방향을 명확히 정리한다. 이처럼 짧은 계획의 시간만으로도 우리의 피드백은 감정의 배설이 아닌, 성장을 위한 선물로 바뀔 수 있다.

계획이 섰다면, 이제는 대화의 문을 열 차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편안한 공간에서, 준비해 두었던 진심 어린 칭찬으로 대화를 시작해 보자. 당신의 표정과 목소리에 담긴 존중의 마음이 전달될 때, 상대의 긴장 어린 방어적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당신의 피드백은 상대의 마음에 온전히 닿을 수 있다.

리더의 하루는 기대와 다른 현실의 연속이며,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자리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잘못된 선택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꼰대라는 낙인이 싫어서 꼭 해야 할 말을 삼키며 뒤로 물러설 수 있다. 아니면 쌓아두었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날것 그대로 폭발시키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혹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칭찬인지 지적인지 모를 모호한 말로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즉시 유능한 리더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실수를 막고, 관계가 틀어질까 두려워 침묵하는 대신,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눈 카네기의 원칙을 실천할 용기를 내보는 것이다.

진심 어린 칭찬으로 상대의 마음을 열고, 존중의 태도로 명확하게 피드백을 전달하는 지혜. 이것이야말로 당신이 불필요한 오해와 반감 없이 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자신도 존경받는 리더로 성장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당신에게는 그럴 힘이 충분하다.

여성경제신문 김승중 심리학 박사·마음의 레버리지 저자 spreadks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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