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반대의 심리적 생리적 정의
데일 카네기의 전략은?
“작은 예스”를 먼저 끌어내라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반대의 순간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게 최선일까?”와 같은 말들은 회의 중에도, 가족과의 대화 속에서도,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익숙하게 들려오는 표현들이다. 어떤 반대는 노골적이고 단호하며, 어떤 반대는 조심스럽고 완곡하게 다가온다. 때로는 말보다 표정이나 침묵으로 반대를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반대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문제는 반대 그 자체가 아니라 반대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반대를 적으로 만들면 갈등이 생기지만 반대를 기회로 보면 협력이 시작된다. 서로 다른 생각을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는 방식으로 풀 수 있다면 우리는 반대 속에서 더 나은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반대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반대를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하며, 협력과 공동의 해답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반대란 무엇인가?
반대는 그저 의견이 다르다는 표현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에 반대할 때는 우리의 마음과 몸이 동시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낯선 정보나 위협적인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인간이 방어적 자세(defensive posture)를 취한다고 본다. 반대는 바로 이 방어기제의 한 형태다. 사람은 자신이 기존에 믿고 있던 생각, 가치관, 경험을 흔드는 말을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경계 태세’를 취한다. 이때 심리적 반응은 부정, 저항, 경계심이며, 신체적 반응도 수반된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직장 동료에게 새 프로젝트 방안을 제안했는데, 상대가 반대 의사를 보이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그 사람의 눈썹이 찌푸려지고, 입꼬리가 내려가며, 몸을 약간 뒤로 젖히는 모습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생리학적으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며,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전투 모드’로 들어간 것이다.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근육은 긴장하며, 혈류는 말초로 몰린다. 이때 상대방은 논리적으로 듣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막아서는 상태에 들어간다. 아무리 좋은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다.
그리고 이어서 동일한 현상이 반대에 직면한 우리에게도 나타난다. 우리는 상대의 반대를 나의 의견에 대한 반대를 넘어서 나의 가치관, 심지어는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느끼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뇌 역시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기보다는 내 주장을 강화하는 공격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 또는 과거에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다면, 반대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아님 말고요” 하는 식으로 아주 쉽게 후퇴하기도 한다.
데일 카네기의 전략: “작은 예스”를 먼저 끌어내라
이처럼 반대는 방어의 표시라면, 이를 설득과 협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방어를 풀어야 한다. 데일 카네기는 그의 명저 <인간관계론>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예스, 예스’라고 말하게 하라. Get the other person saying "yes, yes" immediately.”
이는 단순한 말재주가 아니다. 심리적 흐름을 바꾸는 전략이다. 사람은 일단 ‘예스’를 한두 번 말하고 나면, 그 흐름을 계속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인지 일관성의 법칙(principle of consistency)이라고 한다. 우리가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나면, 이후에도 그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작은 ‘예스’를 끌어내는 대화의 기술
직장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좋긴 한데, 예산이 너무 들 것 같아요.” 이 말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명백한 반대의 표현이다. 만일 당신이 어떤 제안을 하였는데 협력 부서의 동료로부터 이와 같은 반대의 피드백을 들었다면 움츠러들거나, 또는 반사적으로 “그게 왜 문제가 되죠?”라고 되묻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은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부딪힘이 아니라 작은 ‘예스’를 끌어내는 대화의 기술이다.
첫째는 상대방도 쉽게 동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먼저 찾는 것이 시작이다. 상대방이 “이 방식으로는 예산 초과가 날 거예요”라고 했다면, “맞아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예산을 지키는 건 정말 중요하죠”와 같이 상대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건 사소해 보이지만, ‘나는 당신의 관점을 무시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심리적 디딤돌이 된다.
둘째는 상대의 진심을 읽어 동의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니,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아주 신중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와 같이 상대방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언급하면, 상대는 “그렇죠. 좋은 아이디어라도 현실성이 없으면 실행이 어렵잖아요”와 같은 반응을 하면서 스스로의 신중함이 인정받았다고 느끼고, 마음의 문이 조금 더 열리게 된다.
이와 같이 내가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작은 예스라는 징검다리를 만들었다면, 셋째는 상대방이 나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작은 징검다리를 놓을 차례이다. “우리가 예산 내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은 팀 전체의 공통된 과제죠?”와 같이 사실에 기반한 논점을 제시하면 상대도 자연스럽게 “그건 맞죠”와 같이 반응하여 이제 서로가 더 이상 반대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대화에 참여하게 된다.
넷째는 반대 요점을 빌려 재구성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단계로 나아가면 된다. “말씀하신 대로 당장 정규 인력을 늘리는 건 무리일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건 인턴십 형태로 단기 운영을 먼저 해보자는 거예요. 예산도 적게 들고, 효과가 있으면 확장하는 식으로요”와 같이 상대의 관점을 토대로 설명하면, “그 정도면 한번 시도해 볼 수 있겠네요”와 협력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얻은 동의는 더 이상 ‘작은 예스’가 아니다. 이는 현실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한 상대의 기준을 존중한 후, 대안을 제시한 결과이다.

내가 먼저 상대방이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서 작은 예스를 말하며 징검다리를 하나 놓아서 다가가고, 상대방도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작은 사안을 제시하여 예스라고 말하며 다가올 수 있도록 돕는 전략은 상대를 존중하면서 협력을 얻는 전략이다. 사람은 갑작스러운 주장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가 인정받고, 그 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길이 제시될 때, 반대는 설득으로 바뀐다.
반대에 부딪혔을 때 감정 다스리는 법
설득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감정의 조절이다. 상대가 반대할 때 우리는 자주 당황하거나, 실망하거나, 불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거나 목소리에 섞이면 대화의 분위기는 금세 얼어붙는다.
이럴 때 효과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심호흡을 하면 도움이 된다. 잠시 호흡에 집중하는 행동은 교감신경의 항진을 억제하는 간단하면서 강력한 기술이다. 그러면서 ‘상대는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을 뿐이다’라는 사실을 마음속으로 기억하면 좋다. 상대의 ‘아니오’는 지금의 ‘아니오’일 뿐 영원한 거절이 아니다.
작은 ‘예스’라는 징검다리
직장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우리는 반대에 부딪힌다. 회의에서, 보고에서, 고객과의 대화에서. 그때마다 상처받고 움츠러든다면,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도 제대로 펼칠 수 없다. 누구나 반대를 마주하면 마음이 얼어붙는다. 하지만 반대는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건너야 할 강이다. 그 강을 한 번에 뛰어넘을 수는 없다. 대신, 우리는 작은 ‘예스’라는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갈 수 있다.
상대의 우려를 공감해 주는 한마디, 사실에 대한 조용한 질문, 공통된 목표를 확인하는 흐름. 이 모두가 징검다리이자 교각의 기초가 된다. 반대라는 냇물이 있다면 ‘이해’라는 징검다리를 놓고, 반대라는 강이 있다면 ‘공감’과 ‘신뢰’라는 교각을 하나씩 세워야 한다. 설득은 다리를 놓는 일이다. 상대방이 건너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내가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도 반대를 만날 것이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자. 작은 예스 하나가, 그 강을 건너는 첫 번째 돌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돌은 반드시 다음 돌로 이어진다. 마침내 우리는 함께 그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승중 심리학 박사·마음의 레버리지 저자 spreadksj@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