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협상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기술?
호의·친절에 보답하려는 '상호성의 법칙' 활용
상대방 관심사를 먼저 생각하고 해결해 줘야
사람들은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할까?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직장과 직업이 존재할 것인데 일의 본질을 꿰뚫는 공통분모가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광범위한 설문조사와 인터뷰, 심리학 실험을 시행했는데 그는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 ‘직업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하루의 40%를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데 사용한다’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보면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업무의 상당한 시간을 이메일을 작성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회의에 참석하거나, 메신저로 대화하거나, 출장을 가서 누군가를 만나는 등의 의사소통 활동에 사용한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의 근본적인 목적은 어떤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누군가를 설득하는 작업임을 발견하게 된다. 설득력이 직업적 유능성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게 된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 원칙 여덟 번째 “Talk in terms of the other person's interests”는 나의 관심사가 아닌 다른 사람의 관심사를 먼저 이야기할 때 비로소 원하는 그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발상의 원리를 보여준다.
대화에는 지금 말하는 사람과 곧 말할 사람만이 있다는 풍자는 자기중심적인 인간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나의 관심사를 말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충동을 절제하고 먼저 ‘타인의 관심사로 이야기하라’ 조언은 상대방이 흥미를 갖고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대화함으로써 더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결국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얻게 된다는 지혜를 알려준다.
호의나 친절에 보답하려는 상호성의 법칙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그의 책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들에게는 타인에게서 받은 호의나 선물을 되갚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상호성의 법칙(Reciprocity Principle)을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소개한다. 실험자는 레스토랑에서 웨이터가 고객에게 청구서를 줄 때 민트사탕을 함께 제공했을 때 고객의 팁이 증가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웨이터가 민트 없이 영수증을 줄 때는 일반적인 수준의 팁을 받았다. 그런데 영수증과 함께 민트 한 개를 주면 팁이 3% 증가했다. 두 개의 민트사탕을 주면 팁은 14% 증가했는데 놀라운 점은 웨이터가 처음에 한 개를 주고 나서 뒤돌아서다가 다시 돌아와서 “당신을 위해 하나 더 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추가 민트를 주었을 때 팁이 23% 증가했다.
미소를 건네는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미소로 인사하는 상호성의 법칙이 인간관계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은 굳이 실험이 아니어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동료나 이웃 또는 모르는 사람에게서 호의나 친절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작은 선물이라도 받으면 신세를 졌다는 부담을 갖고 기회가 된다면 갚으려는 마음을 갖는다.
이러한 심리는 인간 사회에서 협력과 상부상조를 촉진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우리가 타인에게서 무엇인가를 얻고자 할 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전략적으로 활용할 지침을 제공한다.
원하는 것을 얻는 좋은 방법: 상대방의 관심사를 먼저 생각하라
협상은 의견이나 입장이 다를 수 있는 두 명 이상의 당사자가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니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협상을 하게 된다. 직장에서 급여 인상을 논의할 때도, 친구와 저녁 메뉴를 정할 때도, 심지어 가족과 주말 계획을 조율할 때도 협상은 일어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협상을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기술”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협상의 비밀은 반대에 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이해하고 그 관심사를 해결해 주는 그것이야말로 원하는 것을 얻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나의 관심사가 아닌 상대방의 관심사를 먼저 이야기하라는 조언은 협상에서 강조하는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단순히 나의 요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나의 목표도 자연스럽게 달성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과 가격 협상을 할 때 “상대적으로 품질이 우수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귀사가 원하는 것은 비용 절감이죠? 이 제품이 장기적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낮춰 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는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배우자에게 주말에 등산을 가자고 제안할 때 “나는 자연이 좋아서 꼭 가야겠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요즘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 즉, 상대방의 관점에서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협상의 본질인 셈이다.
내 것을 주장하고 싶은 조바심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의 관심사를 먼저 살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간단한 원리를 기억한다면 협상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대화가 만드는 큰 변화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연결되는 현대사회에서 스몰토크(small talk)는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기술이다. 우리는 바쁜 일상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은 쉽지 않다. 이때 스몰토크는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한다. 특히 상대방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스몰토크를 더욱 효과적으로 만드는 핵심 요소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 편안함을 느끼고 대화를 주도할 기회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에 대해 질문하거나 좋아하는 취미에 관해 관심을 보이면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활발하게 대화에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관심 기반의 스몰토크는 단순한 대화를 넘어 긍정적인 감정을 형성하고 관계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직장에서든 사회적 모임에서든 상대방의 관심사를 소재로 나누는 스몰토크는 상대방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협력과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요령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 더 활기차지고 상대가 그것에 관심을 보일 때 더 친밀함을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대화 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까?
먼저는 자기중심성을 내려놓고 시선을 나에게서 타인에게로 돌리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자주 하는지, 어떤 활동을 즐기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면 그 사람의 관심사를 쉽게 알 수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대화 중에 나오는 단서를 잘 듣는 것도 요령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종종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를 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공연이나 플레이리스트 이야기를 한다. 이때 학습자의 호기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상대가 이야기하는 동안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표현하면 더 많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다.
당신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는 열린 질문도 좋다. 열린 질문은 단순한 ‘예/아니오’ 대답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상대가 요즘 운동을 시작했다고 하면 “어떤 운동인데?”라고 관심을 보이고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있어?”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자연스럽고 진솔한 대화가 이어진다.
상대방의 관심사를 알게 되면 그것을 단순히 듣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공감하며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거 진짜 흥미롭다!” 또는 관심이 간다면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아?”라고 물을 수도 있다. 그리고 유사한 경험이 있다면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보는 것도 좋다. “나도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라고 말하며 경험을 공유하면 대화가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되는 대화로 발전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짜 관심을 갖는 것이다. 단순히 대화 기술로 상대방의 관심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것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학습자의 태도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을 연다.
오늘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고 협상을 하고 어떤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이때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결국 얻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기억하자. 내가 먼저 상대방의 관심사에 관심을 보이면 상대방도 자연스레 호의를 보인다는 상호성의 법칙이 과연 작동할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어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