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관리자가 질서를 세우는 두 가지 방식
스스로 교정하도록 돕는 세 가지 원리
당신이 공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관리자라고 상상해 보자. 공장을 순찰하던 중, 머리 위에 선명한 금연(No Smoking) 팻말이 걸려있는 구역에서 직원 몇몇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회사 규정을 정면으로 어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들에게 다가가 "이봐요, 저기 걸려있는 팻말도 안 보입니까!"라며 소리치겠는가? 아니면 규정 위반으로 즉시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겠는가?
철강왕 찰스 슈왑도 이와 똑같은 상황에 놓인 적이 있다. 그는 화를 내거나 비난하는 대신, 주머니에서 고급 시가를 꺼내 그 직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며 말했다. "여러분, 괜찮다면 이 시가는 밖에서 피워주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현명한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직원들은 규정을 지키지 않은 자신들의 행동을 지적하면서도 존중심을 보여준 슈왑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우리는 이 일화에 담긴 데일 카네기의 지혜, 즉 제4부 ‘반감이나 분노를 일으키지 않고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9가지 방법’ 중 두 번째 원칙인 "실수를 간접적으로 지적하라(Call attention to people's mistakes indirectly)"에 대해 탐구해 보고자 한다.

관리자가 질서를 세우는 두 가지 방식
관리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팀과 조직이 정해진 약속, 즉 절차와 규정을 잘 지키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구성원을 통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공동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늘 규정에서 벗어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때 관리자는 개입하여 상황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을 갖는다.
규정을 어긴 상황을 마주했을 때, 관리자가 취할 수 있는 접근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직접적 지적’과 ‘간접적 지적’이다. 이 두 가지 접근법의 차이는 재판관(Judge)과 조력자(Facilitator)의 역할 차이로 비유할 수 있다.
직접적 지적: 재판관의 빠르고 명확한 판결
재판관은 잘못을 법규에 따라 심판하고 판결을 내린다. 이처럼 직접적 지적은 문제의 핵심을 가장 빠르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규정 위반입니다",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다. 특히 안전 문제처럼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에서는 가장 효과적이며, 반드시 필요한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판관의 판결이 그렇듯, 이 방법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정면으로 지적받을 때, 즉각적으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사람에게는 그 어떤 논리적인 설명도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결국 그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마지못해 행동을 바꾸겠지만, 그 지적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기는 어렵다.
간접적 지적: 조력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행
조력자는 미래의 성장을 목표로, 당사자가 스스로 길을 찾도록 돕는다. 이처럼 간접적 지적은 상대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스스로 문제를 깨닫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는 대신, "혹시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고 질문하거나, 찰스 슈왑처럼 비판을 호의적인 행동으로 감싸는 것을 포함한다.
물론 이 방법은 상대가 의도를 알아채지 못할 위험이 있고, 직접적인 방식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상대가 그 의도를 파악하고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는다면 그 효과는 매우 강력하고 지속적이다.
스스로 교정하도록 돕는 세 가지 원리
물론 모든 상황에 통하는 유일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조직의 장기적인 발전과 구성원의 자발적인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대체로 조력자의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진정한 의미의 교정이란,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깨닫고, 그 변화를 스스로 수용할 때 비로소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재판관의 직접적인 판결은 외적인 압력으로 행동을 통제할 수는 있어도, 마음 깊은 곳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조력자의 간접적인 질문과 제안은 상대방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스스로 결론에 이르도록 돕는다. 그렇게 얻은 깨달음은 온전히 그 사람의 것이 되며, 이는 일시적인 복종이 아닌 지속적인 성장의 동력이 된다. 결국 우리는 들은 것이 아니라 깨달은 것을 통해 변화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간접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문제를 흐지부지 덮고 넘어가거나 애매모호한 말을 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는 훨씬 더 섬세하고 지혜로운 소통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잘못을 간접적으로 지적하여 스스로 알아차리도록 돕는 세 가지 원리를 제시한다.
첫째, 하지만(But)을 그리고(And)로 바꾸기
가장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는 대화 속 파괴적인 접속사를 건설적인 단어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피드백을 줄 때 흔히 "발표는 참 좋았어, 하지만 오타가 있더군"과 같은 '칭찬 + 하지만 + 지적'의 구조를 사용한다. 이 하지만이라는 단어는 그 앞에 했던 모든 칭찬을 한순간에 무효로 만들고 뒤따라오는 비판을 더욱 아프게 강조한다.
이 단어를 그리고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자료 정리가 훌륭했어. 그리고 결론 부분을 조금만 더 보강하면 훨씬 완벽한 보고서가 될 것 같아." 이처럼 그리고라는 말은 칭찬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이어지는 제안을 '개선을 위한 협력 과제'로 느끼게 만든다.
둘째, 정답을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고쳐 말하기
이렇게 단어 하나를 바꾸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상대방의 의견 전체를 존중하면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다듬어주는 섬세한 접근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는 상대의 잘못된 주장이나 표현을 직접 지적하는 대신, 대화의 흐름 속에서 핵심 의도는 살리면서 더 논리적이고 세련된 표현으로 고쳐서 다시 말해주는 고쳐 말하기(Recasting) 기술이다.
예를 들어, 팀원이 "광고 예산을 두 배로 늘리면, 매출도 두 배로 오를 겁니다"와 같이 논리적 비약이 있는 주장을 할 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되죠"라고 말하는 대신 "광고 예산을 두 배로 늘려서 매출을 큰 폭으로 상승시키자는 의견이군요. 좋은 목표네요"라고 그의 주장을 다듬어주는 것이다.
이는 '매출 두 배'라는 비현실적인 부분을 '큰 폭의 상승'이라는 합리적인 목표로 간접적으로 수정해 주면서, 상대의 체면을 지키고 논의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셋째, 스스로 돌아보도록 명료화 요청하기
상대방의 생각을 여는 지혜로운 방법은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명료화 요구(Clarification Request)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상대의 말에 오류가 있거나 논리가 부족할 때 "그건 틀렸다"고 말하는 대신 "그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조금만 더 설명해 주시겠어요?"라고 요청하는 방식이다.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직원에게 "그건 불가능합니다"라고 말하기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네요. 혹시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예상 비용과 시간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이 질문을 받은 상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깨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면박을 주는 대신, 생각의 깊이를 더하도록 돕는 진정한 조력자의 역할이다.

당신은 재판관인가, 조력자인가?
결국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상대방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순간의 통쾌함을 느끼는 ‘서슬 퍼런 재판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대가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도록 돕는 ‘지혜로운 조력자’가 될 것인가.
재판관의 역할은 명쾌하고 단호해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칼날 같은 지적은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와 반감만을 남길 뿐, 진정한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
이번 한 주,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 옳고 그름을 판결하는 짜릿함보다, 한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더 깊은 보람을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지혜로운 질문과 간접적인 힌트가 누군가에게는 값진 깨달음의 순간이 될 수 있다. 재판관은 규칙을 지키게 할 뿐이지만, 조력자는 사람을 성장시킨다.
여성경제신문 김승중 심리학 박사·마음의 레버리지 저자 spreadksj@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