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사람을 잃는 무의식적 행동은 무시하는 행동
사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을 중요하게 여겨야

사마천이 저술한 역사서 <사기(史記)>에 춘추전국시대 오기 장군의 연저지인(吮疽之仁) ‘몸에 난 종기를 직접 입으로 빨아주는 인자함’에 관한 고사가 전해온다. 오기는 병사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두터운 신망을 얻었는데, 하루는 상처의 종기가 심하여 괴로워하는 병사를 보고 직접 입으로 고름을 빨아주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장군이 댁의 아들을 그렇게 귀하게 여기는데 기뻐하지 않고 슬퍼하는 연유를 물었다. 어머니는 남편도 그렇게 죽었고, 자식도 장군의 은혜를 갚기 위해 앞장서 싸울 것이고 결국은 전쟁터에서 죽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통곡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죽을 수도 있는 존재이다. '연저지인(吮疽之仁)- 몸에 난 종기를 직접 입으로 빨아주는 인자함)’에 관한 고사를 이미지화하였음 /챗GPT
인간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죽을 수도 있는 존재이다. '연저지인(吮疽之仁)- 몸에 난 종기를 직접 입으로 빨아주는 인자함)’에 관한 고사를 이미지화하였음 /챗GPT

인간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죽을 수도 있는 존재이다. 역사를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은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갈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매슬로의 욕구위계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따르면 인간은 먹고 사는 생존 욕구가 충족되면 사회적 욕구와 존경(esteem) 욕구를 추구한다. 존경 욕구에는 자기 존중(self-respect)과 타인으로부터의 인정(recognition from others)이 포함된다. 사람들이 리더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거나 업적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이유이다.

중요감 욕구가 굶주릴 때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 즉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오히려 빼앗기고 억압당할 때는 어떠할까?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소외되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을 ‘사회적 배척(Social Rejection)’이라 부르며, 이는 뇌의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영역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fMRI 가상 공던지기 게임 실험에 따르면, 특정 참가자에게 공을 던지지 않는 방식으로 배제했을 때 전측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무시를 당할 때 활성화되는 ACC는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부위와 동일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배척당하는 경험이 실제 신체적 고통과 유사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실험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무시당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 그 고통이 큰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면 주로 다음과 같은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 먼저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도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리고 불안과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스트레스 대처 반응으로 어떤 사람들은 분노를 표출하며 공격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반대로 사회적 관계에서 점점 자기를 보호하기 위하여 고립시키고 철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조직 내에 만연하다면 조직 전반에 심리적 안정감은 무너지고 주도적으로 일하려는 동기부여가 저하되고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며, 결국 조직의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심코 한 행동이 타인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람들에게 중요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타인을 무시하는 신호를 계속 보내면 상대방에게 작은 상처를 주고 그것이 치료되지 않고 반복되고 누적되면 자존감과 신뢰를 훼손하며 장기적으로 관계를 약화시킨다. /게티이미지뱅크
타인을 무시하는 신호를 계속 보내면 상대방에게 작은 상처를 주고 그것이 치료되지 않고 반복되고 누적되면 자존감과 신뢰를 훼손하며 장기적으로 관계를 약화시킨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신도 모르게 보내는 타인을 무시하는 신호

우리는 때때로 자신도 모르게 타인을 무시하는 신호를 보낼 때가 있다. 이는 의도적인 무시라기보다는 바쁜 일상에서 타인의 감정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하거나, 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우위를 점하려는 심리에서 비롯되곤 한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상대방에게 무시당했다거나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하는 흔한 실수는 주로 대화에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계속 휴대전화를 보거나 다른 곳을 응시하는 경우이다.

심하게는 상대방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끼어들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특별히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도 아닌데 습관적으로 “그건 아니고” 같은 말을 하여 상대방의 의견이나 고민을 하찮게 여기는 경우도 종종 본다.

무의식적으로 우위를 점하려는 심리도 작용한다. 타인을 경시하는 태도가 대표적이다. 직장에서는 회의 시간에 반복적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는데 유독 특정 직원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지나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 간의 무시도 흔하다. 편하고 안전한 상대이기에 부모가 자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배우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행동은 상대방에게 작은 상처를 주고, 그것이 치료되지 않고 반복되고 누적되면 자존감과 신뢰를 훼손하며, 장기적으로 관계를 약화시킨다. 

다른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고 진심으로 그렇게 하라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에게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끼게 할 수 있으니 자기의 습관적 태도와 인식을 살펴보고 적극적으로는 타인에게 존중감을 주는 행동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 원칙 아홉 번째 '다른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고, 진심으로 그렇게 하라(Make the other person feel important and do it sincerely)'는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를 간파한 지혜이다. 

사람들에게 ‘당신은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진정성이 핵심이다. 마음은 달라지지 않은 채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동한다면 잠시는 그리할 수 있겠지만 곧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상대방에게 중요감을 전하고 그것을 상대방이 느끼게 하려면 진심 어린 마음으로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먼저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이 나타나면 좋겠다. 그러고는 상대방의 행동이나 기여에 대해서 정확하게 평가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말과 행동을 한다면 상대방은 분명히 중요감을 느끼고 그러한 감정을 선사한 사람에게 신뢰와 호의를 가지게 된다.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행동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난다고 가정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그 사람을 만났을 때의 태도에서 나타난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넬 것이다.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일어서서 테이블 밖으로 나가 정면으로 상대방을 마주 보고 인사했으리라. 그리고 식사를 하든지 차를 마시든지 또는 어떤 사안을 의논하고 결정할 일이 있을 때는 모든 사안에서 상대방의 선호나 의향을 물어보고 존중할 가능성이 높다. 

가족이나 직장의 동료, 상사, 팀원처럼 이미 친한 사람들에게는 친하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중요감을 심어주는 행동을 소홀히 할 때가 있다. 이들이야말로 내가 당신을 어떻게 중요하고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의 기여를 확인해서 그 가치를 알려주고 감사를 표하는 일이다. 회의 시간에 도움을 받았다면 “오늘 회의에서 네가 한 말 덕분에 방향이 확실해졌어”라고 말하면 좋다. 그냥 수고했어, 잘했어, 고마워 등이 아니라 특정 행동을 언급하고 상대방의 그러한 행동으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들에게 ‘당신은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진정성이 핵심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에게 ‘당신은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진정성이 핵심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에 대한 투자는 최고의 수익을 낳는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누구를 만나든지 이와 같이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우리의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중요한지를 깨닫고 상대방에게 '당신은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하여 얻게 되는 결과는 상당히 값질 것이 분명하다. 투자 대비 수익률 관점에서 본다면 이보다 더 좋은 투자는 없다.

먼저는 신뢰를 얻고 우호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끌린다. 이렇게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는 오랜 기간 지속되며 어려운 순간에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

상대방의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향상되는 것도 큰 소득이다. 타인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존감을 높이는 강력한 방법이다. 그들의 자존감이 향상되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이익이 될까 할 수 있지만, 그들과 협력해서 일한다고 가정한다면 대단히 중요한 소득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낄 때 더 자신감 있게 행동하고,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익은 우리 자신의 내면 성장과 성찰일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이 아닐까? 남을 존중하고 가치 있게 대하려고 노력할수록 자신도 더 성숙한 사람이 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공감 능력이 향상되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다른 사람을 가치 있게 대하는 삶은 결국 자신에게도 더 깊은 만족과 행복을 선사하게 된다. 

황금률의 교훈

성경에는 ‘황금률(The Golden Rule)’이라고 불리는 가르침이 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라.” (마태복음 7:12) 이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가르침으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단순한 도덕적 행위가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행복하게 번영할 수 있도록 이끄는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한다.

진정성을 갖고 사람들을 대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주변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자신도 더욱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한 변화를 상상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느끼며 오늘 만나는 사람을 진심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작은 실천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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