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2024 지역건강통계 결과 분석
비만율, 특별시 ‘최저’·군 단위 ‘최고’
걷기 실천율 정반대···지역 환경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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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걷는 대도시의 비만율이 가장 낮고 보행 인프라가 취약한 농어촌은 비만율이 가장 높게 드러났다. 지역 생활환경 차이가 건강 지표와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여성경제신문이 질병관리청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를 분석한 결과 도시 유형별 비만율과 걷기 실천율은 뚜렷한 반대 패턴을 보였다. 대도시는 보행 인프라와 생활시설 접근성이 좋아 걷기가 자연스럽게 일상화돼 있는 반면 농촌 지역은 보행 기반이 취약하고 차량 이동 중심의 생활환경이 신체활동 부족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드러났다. 이러한 환경적 차이가 비만율 격차로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사회건강조사는 매년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약 23만명을 조사하는 법정 조사다. 시군구, 시도, 6개 도시 유형, 수도권·비수도권, 동·읍·면 등 6가지 기준으로 지역을 분류한다.
이 가운데 6개 도시 유형 비교에서 격차가 가장 명확했다. 보건소 전문 인력 배치 기준에 따라 전국은 특별시의 구, 광역시의 구, 인구 30만명 미만의 시, 도농복합형 시, 일반 군, 보건의료원이 설치된 군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지역 건강 통계에 따르면 건강생활실천·비만·체중조절 지표는 특별시의 구(서울)가 가장 양호했다.
걷기 실천율은 최근 1주일 동안 1회 10분 이상, 1일 30분 이상 걷기를 주 5일 이상 실천한 사람의 분율을 의미한다. 건강생활 실천율은 금연·절주·걷기를 모두 실천한 사람의 비율, 비만율(자가보고)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을 뜻한다. 연간 체중조절 시도율은 1년 동안 체중을 줄이거나 유지하려고 노력한 사람의 비율이다.
도시 유형별 비만율은 특별시의 구가 31.0%로 최저였고 보건의료원이 설치된 군은 37.1%로 최고였다. 연간 체중조절 시도율 역시 특별시의 구가 69.8%로 가장 높았고 보건의료원 설치 군은 57.2%로 가장 낮았다.

반면 걷기와 건강생활 지표는 정반대였다. 특별시의 구의 걷기 실천율은 68.0%, 건강생활 실천율은 52.4%로 6개 유형 중 가장 높았다. 보건의료원 설치 군은 걷기 실천율 42.4%, 건강생활 실천율 29.4%로 최저였다. 비만율이 낮은 지역일수록 체중 관리 노력과 생활 습관 실천이 모두 높았던 셈이다.
보건의료원이 설치된 군은 연천·화천·청양·완도·울릉 등 15개 지역으로 민간 병원 공급이 부족해 보건소가 사실상 병원 역할까지 맡는 의료 취약지다. 인구·교통·보건 인프라가 모두 제한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들 지역의 비만율이 가장 높고 걷기·건강생활 지표가 가장 낮다는 것은 지역 환경 전반의 취약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생활권 단위 비교에서도 같은 흐름이 반복됐다. 동 지역 비만율은 32.5%였고 읍·면 지역은 36.4%였다. 걷기 실천율 역시 동은 56.9%, 읍·면은 47.1%였다. 건강생활 실천율 또한 동 42.8%, 읍·면 33.7%로 격차가 유지됐다. 도시–농촌 간 비만율 차이가 단기 요인이 아니라 생활환경 격차가 누적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걷기는 특별한 장비나 비용 부담 없이 할 수 있어 비만 예방과 관리에 가장 우선적으로 권고되는 운동”이라며 “걷기 실천율이 높은 지역에서 비만율이 낮게 나타나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도시와 농촌 간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연령 표준화를 적용해도 도시와 농촌의 평균 연령 차이가 워낙 커 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도시에는 젊은 층이 많고 농촌에는 노년층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도시가 건강행태가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역 환경의 차이가 신체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도시 지역은 운동시설이 많고 보도가 잘 정비돼 있어 일상에서 걷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이동 동선마다 걷기가 포함된다”며 “반면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은 대중교통이 거의 없어 대부분 차량으로 문 앞에서 문 앞까지 이동하게 되고 별도의 운동시설도 부족해 신체 활동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로 생활환경과 연령 구조가 다른 만큼 지자체는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비만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비만율 38.5%로 도 평균을 웃돌았던 강원 삼척시는 최근 걷기 문화 확산을 위해 ‘걷기 지도자 양성 교육’을 시작했다. 바른 걷기 자세, 운동 강도·시간 지도를 담당할 전문 인력 20명을 양성해 시민들의 일상 속 걷기 실천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지역 차원에서 실천 환경을 넓히는 노력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