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실수 인정 심리적 장벽은 높지만
실수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야
실수 인정하는 조직문화도 중요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실수를 경험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그 방식에 따라 개인이나 조직의 신뢰와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 데일 카네기의 상대방을 설득하고 협력을 얻기 위한 12개 원칙 중 세 번째인 '잘못했다면 빠르고 분명하게 인정하라(If you are wrong, admit it quickly and emphatically)'는 개인의 처세술을 넘어 기업과 조직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2016년 8월,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7 출시 직후 배터리 발화 및 폭발 사건이 전 세계에서 연이어 보고되면서 큰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국내외 언론과 방송은 연일 이 사건을 크게 보도하며 소비자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초기에는 문제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으나 사건이 계속 확대되자 삼성전자는 즉시 공식적으로 문제를 인정하고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모든 제품에 대해 전량 회수 및 환불을 결정했다. 이뿐 아니라 신속히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전면 중단하며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리콜(Recall) 제도란 제품에서 발견된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기업이 자발적으로 또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해당 제품을 회수하거나 수리하는 제도다.
기업이 리콜을 빠르고 투명하게 실시하면 소비자들은 기업의 책임감과 신뢰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단지 법적 의무만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리더십 분야의 베스트셀러인 <리더의 용기>에서 브레네 브라운은 리더가 자신의 실수를 숨기지 않고 취약성(vulnerability)을 드러낼 때 오히려 구성원들의 신뢰가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타벅스의 전 CEO 하워드 슐츠를 들 수 있다. 2008년, 하워드 슐츠는 CEO로 복귀한 후 스타벅스의 고객 서비스 품질 저하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다. 당시 급격한 매장 확장으로 인해 스타벅스만의 특별한 경험과 직원들의 숙련도가 희석되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슐츠는 2008년 2월 26일, 미국 내 7100여 개 직영 매장의 문을 닫고 약 3시간 동안 모든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고객 서비스 재교육을 실시하는 '커피 엑설런스'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결정은 당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슐츠는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회복과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해 과감하게 실행했다. 슐츠의 이런 솔직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은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깊은 신뢰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삼성전자의 사례나 스타벅스의 사례처럼 잘못을 숨기지 않고 즉각 인정하며 책임 있게 대응하는 것이 기업과 리더에게는 부담스럽지만 필수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임을 잘 보여준다.

실수 인정의 심리적 장벽
우리는 실수를 인정하는 행동이 문제 해결과 관계 회복에 중요하고 효과적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실수를 했을 때, 이를 인정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로 다가온다. 그 이유는 단순히 용기의 부족이나 자존심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뇌와 심리가 작동하는 복잡한 방식에서 기인한다.
실수를 인정하기 어려운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때문이다. 인지부조화는 우리가 가진 신념과 실제 행동 간의 모순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불편함을 의미한다. 예컨대, 자신이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실수를 저질렀을 때 우리의 마음은 이 두 가지 현실을 동시에 수용하기 어렵다. 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뇌는 본능적으로 실수를 부정하거나 최소화하는 자기합리화를 시도하게 된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 편도체(amygdala)라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 편도체는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작동하는 싸움 또는 도피(fight-or-flight) 반응을 주관하는 곳이다. 즉, 뇌는 실수를 인정하는 행위를 자신의 자아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본능적으로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합리적인 판단이 더욱 어려워진다.
사회학적으로 볼 때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사회적 지위나 평판을 유지하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실수를 인정하게 되면 유능함, 신뢰성, 권위 등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이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실수를 인정하는 대신 다른 이유를 찾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된다.
실수를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요령
실수를 인정하는 일은 본능적 반응과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는 어려운 과정이지만 이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때 더 나은 문제 해결과 관계 회복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실수를 깨달았을 때는 최대한 빨리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을 끌수록 상대방의 불만과 불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제 실수였습니다.” 같은 간단하고 명확한 인정과 사과가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실수의 이유를 명확히 밝히되, 변명이나 책임 회피가 아닌 객관적이고 간결한 원인 설명이 필요하다. “제가 일정을 착각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처럼 사실 중심의 간단한 설명이 좋다.
실수를 인정한 뒤에는 반드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상대방은 문제 자체보다는 그것을 해결하려는 당신의 책임감과 태도에 더욱 주목한다. 예를 들어, “다시 체크해서 내일까지 수정된 자료를 전달하겠습니다”처럼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약속한 사항을 철저히 이행하고 이후 상대방에게 추가 피드백을 요청해 실수의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제가 놓친 부분이 더 있는지 추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와 같은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 감정적으로 당황하거나 분노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잠시 깊게 숨을 쉬며 감정을 조절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긍정적이고 성장 지향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수는 배우고 성장할 기회이다. 자신을 과도하게 비판하거나 낙담하기보다는 “이번 일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를 인정하는 건강한 조직문화
조직에서 실수는 종종 드러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비난이나 불이익이 뒤따를 것이라는 두려움은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든다. 그렇게 덮어둔 작은 실수는 시간이 지나며 커다란 문제로 이어지고 결국 조직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반면,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투명하게 대처하는 문화를 가진 조직은 다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발 빠르게 원인을 규명하고 복구할 수 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은 더 창의적이고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다. 투명성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실수를 대하는 조직의 태도는 그 조직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실수를 숨기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리더의 솔선수범이다. 리더가 자신의 실수를 숨기지 않고 인정하고,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구성원들과 나누는 모습은 조직 전체에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이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성숙함의 표현이라는 메시지가 퍼져 나간다.
또한, 실수에 대해 무조건적인 처벌이나 비난이 아니라 학습과 성장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고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통해 무엇을 배우느냐는 태도가 조직 곳곳에 자리잡을 때 구성원들은 숨기기보다 공유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은 자연스럽게 도전과 혁신의 토양이 된다.
투명한 소통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히 알리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실패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거나 익명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수를 드러내는 것이 개인의 용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전감을 보장하는 것이다. 실수나 약점을 드러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사람들은 자신의 실패를 조직과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확신은 말뿐 아니라 실제 행동과 제도를 통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문제를 보고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그 용기에 감사하고 존중하는 사례를 조직 내에 널리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수를 숨기지 않는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리더의 용기 있는 인정에서 시작하여 일상의 작은 선택과 태도를 통해 차곡차곡 쌓여간다. 실수를 벌주기보다 배우게 하고, 실패를 숨기기보다 공유하게 하며, 잘못을 따지는 대신 함께 성장할 기회를 찾는 문화. 이런 문화야말로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나가는 조직의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된다.

실수의 유익
완벽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 실수는 종종 부정적인 낙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우리의 삶은 크고 작은 실수들을 통해 성장해 왔다. 실수는 실패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 성장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자 귀중한 배움의 기회이다.
실수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명확히 인지하게 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기존의 방식을 되돌아보며 개선점을 찾게 된다. 마치 넘어지지 않고는 걷는 법을 배울 수 없듯이 실수는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책임지는 과정은 개인의 성숙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시 도전하는 용기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며, 앞으로 더 큰 어려움에 맞설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나아가 개방적인 조직문화에서는 실수가 혁신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획기적인 발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실수는 고통과 좌절감을 동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실수에서 교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실수는 우리를 더욱 성장시키고 신뢰를 강화하며 성공으로 이끄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승중 심리학 박사·마음의 레버리지 저자 spreadksj@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