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 비용 10분의 1 낮춰 사용량 30배"
구글클라우드 협업과 의미심장한 발언
포털·구독경제 체제 초월 토크나이징
타이밍 늦어버린 저커버그·머스크 한계
AI 패권 GPU 아닌 구조가 승부 가를 것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한 행사장을 방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한 행사장을 방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PI USAGE LOG] 2025-07-16 21:12:04 UTC
CLIENT: Microsoft Azure
API_KEY: sk-prod-abc123xyz
USAGE: 17,264,593 tokens
BILLING: $17,264.59 (USD)
STATUS:  Processed

오픈AI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네트워크를 운영하면서 수천 개 기업에 키(Key)를 발급한다. 기업들은 이 API 키로 챗GPT, DALL·E 등 모델을 호출하고 그 때마다 발생하는 트래픽과 토큰 사용량이 실시간으로 계측된다. 오픈AI 콘솔에선 위와 같은 형식의 로그가 찍힌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시장의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API 호출 단위 비용 즉 ‘토크나이징(tokenizing)’ 단가를 대폭 낮추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글로벌 AI 생태계를 사실상 장악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17일 빅테크업계에 따르면 올트먼은 전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화상 연결을 통한 대화에서 “AI 비용을 10분의 1로 낮추면 사용량은 30배 늘어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졌다. 표면적으로는 가격 인하 같지만 AI 사용을 생활 깊숙이 스며들게 만들어 API 호출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이끌고 전세계에 오픈AI의 신경망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인공지능시대 API가 황금광맥인 원리는 이렇다. GPT는 입력 문장을 처리할 때 ‘토크나이징’ 과정을 거쳐 언어를 잘게 쪼갠다. 이렇게 쪼개진 단위인 ‘토큰’마다 비용이 매겨진다. 예컨대 “안녕하세요”라는 다섯 글자를 API에 입력하면 2토큰으로 계산돼 호출당 0.001달러 수준의 요금이 부과되는 구조다. 이처럼 토큰은 AI 서비스의 모든 연산에서 핵심 통화로 작동한다.

심지어 경제학계서도 샘 올트먼이 AI 시대의 기축통화를 재설계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달러가 전 세계 교역을 지배했듯 AI 연산에서 토큰이 표준화된 통화로 자리 잡으면 누가 그 시장을 쥐느냐가 AI 패권의 승자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커뮤니티 조회수 기반으로 광고비에 의존하던 과거 포털 경제는 이미 초월했다. 정적 데이터를 백화점식으로 전시하며 트래픽을 끌어모으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사용자가 AI와 상호작용하는 순간마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차원이 다른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구독경제조차 뛰어넘는다. 이제는 한 번의 결제나 주기적 요금에 묶인 시스템이 아니다. 인간의 움직임과 사고가 일어나는 매 순간마다 새로운 가치가 생성되는 AI 기반 경제 흐름으로 진화했다. 사용자의 목소리와 행동까지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해 연산 자산으로 흡수하고 이를 토큰 단위로 재편하는 ‘차원의 도약’이다. 사용자의 경험과 흐름이 자연스럽게 AI와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다.

특히 올트먼은 협력사 마이크로소프트(MS)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경쟁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보유한 구글클라우드를 신규 공급사로 포함시키며 전 세계 리전(region) 장악에 나섰다. 오픈AI는 챗GPT와 API가 구글 클라우드를 비롯해 MS 코어위브 오라클 등 주요 클라우드 인프라를 함께 활용한다고 밝혔으며 이를 통해 수천억 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지연 없이 처리할 수 있는 글로벌 분산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당연히 전세계인과 연결된 글로벌 네트워크는 API 호출의 트래픽 폭증을 유도한다. 단가를 낮춰도 전체 호출량이 급증하면 총 매출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AI 연산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분산 네트워크와 API 키를 거머쥔 자만이 설계할 수 있는 승부수다. 이른바 샘 올트먼만이 가능한 ‘박리다매’ 전략이다.

반면 온프레미스(on-premise) 서버나 네이버·카카오·SK텔레콤·KT·LG 등이 참가한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 모델로는 이런 방식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국가 주도의 폐쇄형 인프라는 전 세계 사용자에게 일관된 성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결국 서버 병목과 유지비 폭탄의 위험에 시달리게 된다. 인공지능 산업 한 관계자는 “토큰 단가를 낮추려면 클라우드 네트워크의 효율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오픈AI의 인프라는 후발주자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메타(Meta) 앤트로픽(Anthropic) 그록(Grok) 등도 오픈AI를 추격하고 있지만 토크나이징 시장에서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는 얘기다. 리전 단위로 분할된 데이터센터와 이를 연결한 API 호출망은 오픈AI가 세계 각국의 사용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다. 경제학자들은 "AI 시장의 패권은 알고리즘이나 GPU가 아니라 누가 토큰을 많이 생성하느냐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이 ‘네트워크 경제의 중심축’으로 진입하면 토큰은 기술적 단위를 넘어선다. 인간의 사고와 움직임이 곧 경제적 질서를 형성하고 AI 생태계의 공통 화폐로 전환된다. 이는 마치 달러가 글로벌 교역의 표준 통화가 되었던 것처럼 사람들의 자발적 상호작용과 피드백이 시장의 토대를 이루는 미제스(Ludwig von Mises)적 질서다.

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 /A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 /A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샘 올트먼의 토큰 전략 앞에서 가장 속이 타들어가는 인물이다. 자랑하던 라마(LLaMA)와 라슨(RaSon)은 겉보기 성능만 부풀린 ‘수치놀음’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광고 데이터 장사에 발이 묶여 AI 시장의 본류에 올라타지 못하다 이제서야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식이다.

일론 머스크 역시 뒤늦게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Dojo)’와 전기차에 탑재한 그록4를 앞세워 API 키를 손에 쥐려 뛰어들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도조의 연산 능력과 그록의 언어모델은 기술적 관심을 끌었으나 글로벌 분산 네트워크 없이 폐쇄형 생태계에 머물러 있어 호출 트래픽을 수억 명 단위로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즉 샘 올트먼이 토큰 단가를 낮춰 API 호출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박리다매’ 전략을 고수하는 상황에서는 저커버그나 머스크가 아무리 자본을 투입해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국내 석학급 한 경제학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오픈AI의 토큰 단가 인하는 이른바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처럼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전략과 흡사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AI 패권 경쟁의 중심축이 알고리즘과 하드웨어를 넘어 ‘토큰’이라는 연산 단위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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