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의 자본 제스처, 인프라 권력과 괴리
GPU·클라우드·모델 접근권 없는 이들 환담
스타게이트는 원전·부지·플레이어 구체화
'자칭 수도' 아닌 'AI 신기루' 자인으로 비쳐

이재명 대통령이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과의 회동을 통해 재생에너지 기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협력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제 하이퍼스케일 인프라 거버넌스가 작동하는 구조와 비교해 보면, 이번 합의는 자본 제스처에 그칠 뿐 신기루에 가깝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23일 빅테크 업계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블랙록과의 만남에서 인공지능(AI) 수요 대응과 아시아태평양 허브 구상을 내세우며 재생에너지와 AI 투자를 묶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이 글로벌 AI 중심지로 부상하는 듯한 그림이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정치적·외교적 무게감은 확보된다. 그러나 하이퍼스케일의 실질적 구현과는 뚜렷한 거리감이 존재한다. 인프라 권력은 결국 GPU 공급망,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초거대 모델 접근권으로 수렴되며, 이 축은 미국 빅테크가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이 강조하는 투자 참여는 상징적 의미는 크지만 하이퍼스케일 구현을 좌우하는 공급망·플랫폼 권한과는 직접적 연계가 없다. 래리 핑크 회장이 GPU를 생산하지도 초거대 모델을 보유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블랙록의 역할은 자본 배분에 그친다. 하이퍼스케일 담론은 여전히 MS·아마존·오픈AI가 통제하는 구조 위에 의존한다.
하이퍼스케일 프로젝트의 본류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주도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정치적 무게를 싣는 ‘스타게이트’ 구상에서 드러난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부에 AI 인프라스트럭처를 대거 구축하겠다는 비전이며 수백조원대 규모의 투자 약속과 데이터센터 확장, 전력 및 모델 접근권 확보 계획이 포함돼 있다.
반면 래리 핑크의 참여 메시지는 실질적 구현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운영권도 갖고 있지 않은 금융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를 끌어들여 홍보 효과는 노릴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따라잡기는 어렵다.
AI 인프라 권력은 반도체와 GPU 같은 하드웨어 생산, AGI급 모델 개발, 초거대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대규모 전력 인프라가 맞물릴 때 형성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래리 핑크 회담은 이 축을 건드리지 못한 채, 정부가 100조원 남짓의 예산을 들여 태양광·풍력으로 초지능을 돌려보자는 수준의 이벤트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금융은 일반 인공지능(AGI) 시대의 본류가 아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이 ‘금융 AGI’를 언급하며 샘 올트먼을 견제했지만 인력이 AI로 대체되는 과정을 합리화하며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정당화일 뿐이다. 인공지능을 구현할 기술적 역량 없이 ‘AGI’를 빌려다 쓰는 방식으로 금융권에 직면한 리스크를 내부 통제 논리로 포장한 것이다. 각 금융사의 계좌·결제망·보안 인프라는 빅테크 클라우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기반으로 독립적으로 아키텍처를 구축할 때에만 고도화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아태 AI 수도’ 구상 역시 외부 자본과 투자 유치로 포장되지만 실리콘밸리 시각에선 곧 “한국은 자금도 없고 인프라 권력을 스스로 보유하지 못한다”는 자인으로 비칠 수 있다. 블랙록이 파일럿 투자를 언급한다 해도 GPU 공급망·클라우드 인프라·초거대 모델 접근권이라는 실체적 권력이 결합하지 않는 한 단순 MOU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흉내내려는 미국의 스타게이트 구상은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선 프로젝트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주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무게를 실은 이 계획은 미국 내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을 전제로, 부지 확정·투자 규모·전력 계획까지 제시됐다. 토지 확보와 세제 혜택 협상, 수백조원대 자금 조달, 원전·재생에너지 병행 구상까지 포함돼 있어 실질적 착공에 임박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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