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자금 안정 확보 위한 리츠 활용 방안
방산·에너지 등 분야에 새로운 자금 조달 통로
리츠 대상 확대 법 개정으로 제도적 기반 마련
중후장대 산업군 금융 계열 더하는 전략 주목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한화그룹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한화그룹

한화솔루션이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 설립을 추진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리츠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화솔루션이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단지 개발이 리츠의 초기 자산으로 조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위해 국토교통부 예비인가를 준비 중이다. 현재 법률 검토 등 실무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리츠 설립으로 한화그룹 방산·항공우주·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자금 조달 통로가 열릴 것"이라며 "제조업 전반을 아우르는 부동산 금융 플랫폼으로의 역할도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이미 전국 9곳의 산업단지와 2곳의 물류센터, 1곳의 데이터센터 등 약 5조원규모의 기초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계열사 공장과 설비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 20조원 상당의 자산 유동화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 측은 "리츠 설립은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라고 밝혔다. 

한화가 전통적인 주식·채권·대출 대신 리츠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택한 배경에는 안정성과 지속성이 있다. 앞서 그룹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3조 원 이상을 조달했지만 주가 하락과 지분 희석 우려로 시장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반면 리츠는 개발 자산을 활용해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법 개정도 한몫했다. 지난해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으로 리츠의 투자 대상이 산업단지, 공장,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대되면서 한화그룹이 보유한 인프라 자산 유동화에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는 한화솔루션 인사이트 부문이 리츠 설립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실제 화성시에 조성 중인 '에이치(H)-테크노밸리'는 경기도 최초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산업단지로 약 3800억원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AI·반도체·자동차 부품 특화 단지로 41개 기업과 입주 협약도 마쳤다. 이 외에도 인사이트 부문은 전국 9곳의 첨단 산단, 2곳의 물류센터, 1곳의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 중이며 총 개발 비용은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번 리츠 설립은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중후장대 산업군에 금융 계열을 더하는 행보로도 주목된다. 현재 그룹 내에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이끄는 금융 계열 산하에 한화리츠가 존재하지만 장교빌딩 등 오피스 자산 중심으로 운용돼 산업단지나 데이터센터와는 성격이 다르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와의 이해 충돌을 피하려면 별도 리츠 설립이 원칙적으로 맞는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태양광 발전소·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친환경 인프라 자산을 담는 '그린에너지 인프라 리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계열사의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담는 '첨단산업 리츠' 등 다양한 모델도 거론되고 있다. 한 IB 관계자는 "유상증자나 중복 상장 등 기존 조달 방식이 어려워지며 리츠를 통한 기업의 고도화된 자산 활용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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