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에 렌탈료 내는 구조라면
투자 목적이란 공시 현실성 부족
이대론 AI 생태계 말단노드 전락

서울 시내의 한 카카오프렌즈 매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카카오프렌즈 매장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가 인공지능(AI)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SK스퀘어 지분 약 4300억 원어치를 매각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이를 둘러싸고 각종 해석이 나온다. 이번 자금이 챗GPT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도입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카카오가 11월 출시를 예고한 AI 에이전트는 오픈AI의 API 사용권을 구매하는 형태에 불과해 지분 매각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의 투자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SK스퀘어 지분 248만여 주를 4296억 원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11일 공시했다. 카카오 측은 “AI 투자 등 미래 성장 재원 확보”라고 밝혔지만 이번 매각 자금이 곧바로 챗GPT API 도입 비용과 직결된다는 해석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오픈AI의 GPT API를 도입해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이른바 ‘도입’이라는 표현은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이 아니라, 오픈AI 클라우드 API를 호출하는 사용권을 구입하는 방식에 불과하다. 이는 올 상반기 공개됐던 독립형 모델 ‘카나나’의 사실상 퇴역을 시사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관련 기사 : 환각 증폭' 알고리즘···카카오 AI '카나나'의 지능은 어디로 갔나

카카오가 선택한 방식은 기술 독립과는 거리가 먼 ‘종속형 구조’다. API 호출은 서버 비용을 포함해 사용량에 비례해 과금되는 구조다. 이용자 수와 서비스 트래픽이 늘어날수록 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GPT 모델의 API는 파라미터 규모와 성능에 따라 요금 체계가 다르다. 대형 모델을 실시간 호출하는 서비스일수록 단가가 높고 장기적으로는 카카오가 지속적으로 오픈AI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업계 관계자는 “API 호출은 어디까지나 ‘렌탈형 기술’로,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카카오의 수익 구조가 API 사용료에 잠식당할 위험이 크다”며 “표면적으로는 ‘자체 AI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클라우드 상의 챗GPT를 호출하는 얇은 레이어만 입힌 형태여서 카카오에는 아무런 주도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카카오는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 UI 최적화와 API 호출 속도 개선 사례를 내세운다. 그러나 토큰 캐싱이나 응답 속도 최적화는 근본 기술이 아니라 외부 AI를 보다 빠르게 활용하기 위한 부수적 조치에 가깝다. 카카오의 ‘AI 올인’ 전략이 여러 가지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국내 서비스로 믿는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API 호출 과정에서 입력값이 오픈AI 서버로 전송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위험이 따른다는 점도 문제다. 데이터 보호와 프라이버시 관리 역시 카카오가 아니라 오픈AI의 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특히 오픈AI의 API는 본질적으로 계약 기반 서비스다. 카카오가 사용 중인 GPT API는 자체 서버에서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픈AI API 키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에 접근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오픈AI가 정책을 변경하거나 키 발급을 철회하면 카카오의 서비스는 한순간에 멈출 수밖에 없다. 

결국 SK스퀘어 지분 매각은 ‘소버린 AI’ 환상을 유지한 채 혁신을 연출하기 위한 자금 확보용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카카오는 이미 샘 올트먼의 한 마디 명령만으로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는 종속 노드(Node)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과장 광고를 내세워온 기업들이 하나둘씩 거대 플랫폼에 흡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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