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비뉴라이트 인사 속속 합류
용산 재진입 노리던 신지호 밀려나고
尹의 충복 장제원도 비서실장서 제외

국민의힘의 4·10 총선 참패는 윤석열 정부 전반기를 주도한 뉴라이트 몰락의 분기점이 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출범한 뉴라이트가 새로운 피 수혈에 실패하면서 20년 만에 명맥이 끊긴 모양새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급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정국 컨트럴 타워 역할을 해온 한오섭 정무수석비서관이 교체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뉴라이트 조직 붕괴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전원을 교체하면서 한 수석에 대한 신임을 보낸 바 있다. 여권 내 '최고 엘리트 보좌진'을 팀원으로 당정 관계를 조율해 온 국정상황실을 이끌어 온 한오섭 실장이 정무수석으로 승진한 것도 이 시점이다.
'조직 내 이론가'라는 평가를 받아온 한 수석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면에 등장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는 △운동권 심판론 △국회의원 특권 폐지 △의대 증원 이슈를 통한 총선 국면 돌파를 기획한 이데올로그로 알려져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김경율 사천(私薦) 파동 당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등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
그는 1990년 이재오, 김문수, 장기표 등이 주도한 민중당에 몸담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이어 2005년 창립한 뉴라이트전국연합에서 기획실장을 역임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주대환·민경우·함운경·박은식 등 좌파 진영에서 유입된 인물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 내 주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여당의 대참패로 끝나며 계획이 무산됐다.
당정 관계 조율 실패에 따른 전략 부재가 이번 총선의 참패 원인이었다.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 매체 지원으로 한동훈 전 위원장이 운동권 및 특권 세력 청산론을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임종석·박용진 등 386 운동권에 대한 선제적인 물갈이를 단행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왕적 리더십에 바람 앞의 등불처럼 꺼져갔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섰지만, 유권자들은 여당의 '운동권 심판론'보다는 '검찰 정권 심판론'에 더 공감했다. 특히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나 통할 한동훈 원톱 체제 고수 전략은 준연동형제 아래 야권 연대를 이뤄낸 진보 진영 공세에 맥없이 무너졌다.

4·10총선 실패 = 뉴라이트의 실패
의대 증원으로 총선 돌파한다더니
함운경 뒤늦게 의료사회주의 비판
또 안상훈 전 사회수석이 구상한 의대 증원 이슈를 통해 총선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뉴라이트 그룹의 전략도 실패로 끝났다. 대형 병원이 위치한 텃밭에서부터 지지율 붕괴 조짐이 일자 함운경 등 일부 후보가 지레 겁을 먹고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함 후보는 마포을에서 정청래 민주당 후보(6만4715표, 52.44%)를 상대로 4만7848표(38.77%) 밖에 얻지 못하고 낙선했다.
결국 한오섭 수석 본인도 자진사퇴 행렬에 포함되면서 대통령실 내에서 뉴라이트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날 홍철호 의원이 정무수석으로 내정되면서 신지호 전 의원의 용산 재진입 시도도 실패했다. 신 전 의원은 내부 여론 조사 결과 은폐 의혹을 받는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을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추천한 이현종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NL계 전대협 창립 멤버)과 동선을 함께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에 국민의힘 5선의 정진석 의원이 낙점되면서 하마평에 오르던 장제원 의원까지 용산과 멀어지게 됐다. '대통령만 바라보는 충복' 이미지를 심으며 4·10 총선 불출마 결단을 내린 바 있는 장 의원은 역시 과거 뉴라이트 전국연합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권영세·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 국무총리 인선에까지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가 배제된다면 정치적 결사체로서의 뉴라이트는 명맥은 사실상 끊기게 된다.
윤석열 정부 전반기를 이끈 뉴라이트 인사들 대부분이 전향자이다 보니 우파로 넘어와서도 좌파식 극단적 노선투쟁을 벌여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과거 주사파 운동권 시절 계급론적 시각을 버리지 못해 부유층, 기업 등에 대해선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다. 김경율·진중권 등 좌익 인사와 공조하며 반기업 입법을 눈감아 온 것도 이들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뉴라이트의 문법 자체가 극단적이고 꼰대스러워서 2030세대와 중도층의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선거 막판에 '쓰레기' '범죄자 집단'과 같은 지지층 결집에만 중점을 둔 화법을 쓰며 중도층이 확실히 등을 돌렸다"며 "공천을 둘러싼 자중지란이 더해져 여권의 궤멸적 패배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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