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니냔 비판
컷오프 영향력 발휘한 '진보적 보수주의'
한동훈의 홍보본부장 지낸 김수민 작품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당대회 슬로건으로 내세운 '넥스트(NEXT) 보수의 진보'란 문구가 이념적 콤플렉스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연상시키는 해당 슬로건은 김수민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의 작품으로 확인됐다.
2일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한 인사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선관위원도 겸직 중인 김수민 본부장이 주관해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문구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젊은 위원들이 대부분 찬성해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전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NEXT 보수의 진보'란 제4차 전당대회 슬로건을 확정 발표하면서 △미래 정당으로의 개혁 △실용적·범 이념적 정책정당 지향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한 혁신을 이루어 보수가 전통적 이념의 틀을 넘어 미래로 전진해 간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이념의 벽을 허물고 소통과 포용을 통해 대통합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을 삼겠다는 얘기다. 김경율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진보적 자유주의자 혹은 사민주의 우파"라고 지칭한 점, 당 대표 출마 기자 회견에서 "민주당으로부터 설득당해야 할 사안이라면 기꺼이 설득당하기도 하겠다"는 한동훈 후보의 발언과도 맥을 같이 한다.
국민의힘 선대위 측은 슬로건 확정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정치 문법에서 벗어나 시대정신과 조응하는 보수 가치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고 설명했지만 굳이 '진보'라는 용어를 '보수'와 섞어 쓰면서 정체성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지적이 대체적인 당원들의 목소리다.

최고위원 유력 주자인 김재원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차라리 '보수의 전진'이나 '진격하는 보수'라고 하면 될 것인데 '진보'가 마음의 고향이라도 되는 듯한 모양"이라며 "이러니 보수가 진보를 만나 매번 실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진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진보'가 멋있어서 스스로도 '진보'를 하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출신 배경과 이념 성향이 맞지 않아 이를 보수 진영 내에서 표출한다"며 "'개혁보수'나 '따뜻한 보수'를 외치며 '진보'가 진리이고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진보적 의제'를 포용하겠다는 해설까지 덧붙인 것은 특정 캠프에 치우쳐진 슬로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난민인정, 비동의강간죄 등과 같은 사회적 논의가 있을 때 한동훈 위원장과 텔레그램으로 논쟁을 즐긴다는 진중권 광운대 교수의 삭제된 페이스북 글을 연상시킨다는 것. 국민의힘 한 당원은 "이번에 선대위가 김소연·김세의 씨의 컷오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 것이 넥스트 보수의 진보"라며 "당의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방향성까지 잃게 하는 말장난"이라고 지적했다.
비전 발표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신경전이 읽혔다. 미리 추첨한 순서에 따라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한동훈 후보는 "내가 변화를 시작하겠다"는 주장을 펼쳤고 원희룡 후보는 국민의힘을 '우파 진영 100년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는 "뿌리가 깊고 흔들림이 없는 우리 당은 단단해져야 한다"며 존중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윤상현 후보는 "이익 집단이 아닌 우파 이념 집단으로 보수 혁명을 일으켜 당의 체질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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