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중소기업 수수료 10% 할인
미래에셋생명, 디폴트 옵션 IRP '면제'
고령화에 손보는 요양·유병자 정조준

정부가 퇴직연금 수수료 부과 체계를 개편한 데 따라 생명보험 업계도 수수료 절감을 내세우며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한편 손해보험 업계는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퇴직연금보다는 요양 시장 진입과 상품 개편 및 제도 마련에 주력할 전망이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부터 새로운 퇴직연금 수수료 부과 체계를 시행했다. 우선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 감면 혜택을 모든 금융사가 시행하게 된다.
제도 개편 이전까지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높은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부담하고 있었다. 적립금이 커질수록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다만 수수료 할인율은 퇴직연금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이에 삼성생명은 퇴직연금에 가입한 중소기업 고객사에 대해 퇴직연금 수수료 10%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전까지 수수료 감면 대상은 사회적 기업(50%)에 한정돼 있었다.
중소기업법 제2조에서 정하는 중소기업은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서 자가 진단을 통해 '중소기업확인서'를 발급받고 이를 삼성생명에 제출하면 기존에 납입하던 퇴직연금 수수료에서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삼성생명의 수수료 감면 혜택은 다른 할인 제도와 함께 받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생명이 시행 중인 '중장기상품 할인'과 '5년 이상 장기 수수료 할인'까지 포함하면 중소기업은 수수료의 최대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새로운 퇴직연금 수수료 부과 체계는 IRP 계좌 보유자의 수수료 부담도 줄였다. 노동부와 금감원은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적용된 IRP 계좌에 대해 운용 수익률이 부진하면 수수료를 덜 받는 '성과 연동' 구조를 도입했다.
디폴트 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일정 기간 적립금으로 금융상품을 매수하지 않을 경우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제도로 지난해 7월 도입됐다.
퇴직연금 판매사가 디폴트 옵션에 따라 가입자의 IRP 계좌를 운용한 결과 목표보다 낮은 이익을 거뒀을 경우 가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가 줄어든다. 하지만 목표수익을 초과한다고 해서 수수료율을 높이지는 않는다.
이에 미래에셋생명은 보험사 중 가장 먼저 IRP 수수료 면제에 나섰다. 3일부터 디폴트 옵션이 적용된 IRP 계좌의 실적형 적립금에 대한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가 사라진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채널을 통해 가입하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규·기존 가입 고객은 별도의 신청 없이 수수료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다른 상품에 가입 중인 고객이라면 '미래에셋생명 M-LIFE' 앱을 통해 가입을 변경하고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중 보험업권의 점유율은 24.7%로 전년동기 대비 1.6%포인트 하락하며 증권 업권(22.9%)과 역전을 목전에 뒀다. 적립금 확대도 7.1%에 그치며 은행(15.9%)과 증권사(17.5%)의 성장률에 못 미쳤다.
생보 업계는 재도약을 위한 성장전략으로 연금시장에서의 역할 강화를 내세웠던 바 있다. 이에 자율적으로 수수료율 인하에 나서는 생보사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생보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난해 생보 업계는 보증형 실적 배당 보험을 도입하고 연금액 강화형 상품에 대한 중도 환급률 규제 완화를 위한 감독규정을 개정했던 바 있다"면서 "(퇴직연금은) 생보 업계 핵심 사업 중 하나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 개편에 따라 움직임을 보이는 손해보험사는 4일 기준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6개의 손보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다.
손보 업계는 초고령화 대비에 나서야 하는 것은 맞으나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괄목할 수준이 아닌 이상 보험 상품 개편이나 제도 개선에 주력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손보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고령자가 늘어나고 기대 여명이 증가함에 따라 손보 업계도 퇴직연금 시장에 관심을 둘 예정"이라면서도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다거나 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추진하는 사업은 (고령자 대상) 상품 개편이나 제도 개선으로 소비자들에게 바로 영향을 주는 분야에 집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손보협회는 지난 3일 이병래 손보협회장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4대 미래 핵심 전략'을 발표하며 고령자를 위한 요양·돌봄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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