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계열사 겹칠까 자산관리 시장 진입 안 해
로보 어드바이저, 저렴하지만 수익률 문제
퇴직연금 분야 AI 도입으로 고객 적극성 ↑
금리 리스크 보완·발병 가능성 데이터 활용

국내 보험사는 대부분 금융지주사의 계열사 형태로 존립하고 있는데 이같은 구조가 보험사의 자산 관리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편 단기간에 보험사가 인공지능(AI)을 도입할 수 있는 분야로는 퇴직연금이 거론됐다.
19일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보험연구원이 'AI를 활용한 개인자산관리 서비스'를 주제로 연 산학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을 화두로 던졌다. 김 연구위원은 토론자로 참석해 국내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의 금융회사별 점유율은 각 상품 또는 서비스의 경쟁력보다 회사의 유형에 따라 결정된다고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매우 적은 수만의 보험사만이 자산 관리 상품을 출시 및 운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보험사 대부분이 금융지주사 또는 그룹사의 계열사 형태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속한 지주사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주사는 금융시장 내에서 어떤 계열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획정하곤 한다.
김 연구위원은 "그룹 차원에서 업무 영역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험사 중) 특히 생명보험사들이 자산관리 서비스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 그룹(지주사) 차원에서 부정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PB 시장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업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험사 퇴직연금 가입자 '안정적 투자' 선호
로보 어드바이저 도입으로 적극성 제고될까
이날 세미나에서는 현시점에서 보험업계가 AI 기술을 도입하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2016년 최초로 시행된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알고리즘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로 간단한 AI 기술을 활용한다. 은행·증권 등 금융사들은 이를 활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했으나 지금 널리 활용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로보 어드바이저 활용은 적은 비용으로 자산관리에 대한 객관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가진다.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점 역시 로보 어드바이저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김 연구위원은 로보 어드바이저 도입 배경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위험 포트폴리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당 서비스) 시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설계 단계에서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사 입장에서 로보 어드바이저를 비롯한 AI 기술을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퇴직연금'을 꼽았다.
보험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증권사나 은행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가입 고객의 80% 이상은 금리 확정형 상품에 가입돼 있다.
김 연구위원은 로보 어드바이저를 통해 보험사 퇴직연금 가입자의 적극성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 연구위원은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자산 관리나 투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될 수 있게끔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했던 구기환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팀장은 보험사의 AI 활용 방안에 관해 보다 넓게 접근했다. 구 팀장은 "보험사의 큰 리스크 중 하나는 금리 리스크라고 생각한다"며 "금리 예측 모형으로 장기 경영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사만이 가지고 있는 '질병 발병 시점'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구 팀장은 "과거 내역을 활용해 건강에 어떤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고객에게 알려주면 그쪽 보험(상품)에 대한 수요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장봉규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KB증권 김태용 이사가 김규동 연구위원, 구기환 팀장과 함께 토론했으며 사회는 정광민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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