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세미나]
25년 뒤 100명 중 16명은 치매 환자
민간보험, 장기 요양 보험 맹점 메워야
'부유한 베이비부머' 비급여 수요 다양
재가 급여도 장기 요양 시설도 부족해
영세 요양원 사업자와 상생 방안 모색

치매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보험업권은 장기 요양 보험 제도의 보장 공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늘려가야 한다. /보험연구원
치매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보험업권은 장기 요양 보험 제도의 보장 공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늘려가야 한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다. /보험연구원

고령화가 심화함에 따라 전체 인구 중 치매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보험업권은 장기 요양 보험 제도의 보장 공백을 완화하고 사업 영역을 늘리기 위해 치매 관련 보험 상품 출시와 요양 시설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대형 보험사의 요양 시설 설립이 본격화되기 전 현재 요양 시설 사업자의 대부분인 영세 사업자와 상생·협력 방안 마련이 촉구된다.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보험업권의 치매 보장 및 요양 서비스는 공적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고령 인구수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 환자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의 '치매 질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93만5000명(유병률 10.4%)으로 집계됐던 치매 환자 수는 2050년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병률은 16.6%로 급증한다.

치매 환자가 간병 서비스를 받거나 요양 시설에 입소할 때면 장기 요양 보험 제도의 혜택을 받는다. 장기 요양 보험 제도는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 치매 등의 질병이나 고령으로 인해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울 때 신체 활동 또는 가사 지원 등의 장기 요양 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소관이다.

장기 요양 시설 급여 수급 인정자의 81%는 치매 환자이며 급여 인정자의 45% 이상은 치매 진단을 받았다. 따라서 장기 요양 보험 제도와 치매 환자를 분리해 논의할 수는 없다.

이날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 '초고령사회, 치매 관리 정책 방향과 보험의 역할'에서 발제한 송윤아 연구위원은 향후 장기 요양 급여가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수요가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 인구로 진입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지금의 노년층과 달리 경제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식사 재료비, 상급 병실료, 이·미용비, 간식비 등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은 시설이 자율적으로 설정하는 한편 수요와 공급, 보험 상품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송 연구위원은 "비공식적 비급여(항목)가 많아질 개연성이 있어 (일률적 장기 요양 보험 제도만으로는) 관리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설이 아닌 집에 거주하면서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는 노인의 경우 장기 요양 보험 제도를 통해 받는 재가 급여만으로는 충분한 돌봄을 받을 수 없다는 점 역시 보험업권의 치매 보장 및 요양 서비스 시장 진출 및 확대의 필요성을 부각한다.

장기 요양 1등급 판정을 받은 수급자는 한 달에 200만원의 재가 급여를 받는데 이 액수로 제공받을 수 있는 방문요양 서비스는 하루 최대 4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에 대해서는 가족이 돌보거나 간병 도우미를 따로 고용해야 한다.

이런 와중 간병 도우미료는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되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 품목에 대한 소비자물가지수가 3.6% 인상될 동안 간병 도우미료는 9.8%나 오르며 환자와 환자 가족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간병 도우미료는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치매 환자와 환자 가족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허아은 기자
간병 도우미료는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치매 환자와 환자 가족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허아은 기자

치매 노인을 위한 장기 요양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역간 수급이 불균형하다는 점은 보험업권의 요양시설 공급 확대를 촉구한다. 공공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장기요양 인정자 100명당 침실 수가 가장 적었던 7개 구는 서울에 중구(3.7개 실) 등 4개 구, 부산에 남구(2.3개 실) 등 3개 구로 모두 대도시에 위치했다.

이는 도시에 요양 시설이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요양 시설은 임대된 공간에 설립될 수 없는데 상대적으로 땅값이 높은 도심에 요양시설 건축을 위해 부지를 매입하는 것에 사업자들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편 경제력을 갖춘 다수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요양 상대적으로 높은 요양 시설 및 서비스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송 연구위원은 이들에게는 "(현행) 장기요양 보험이 형평성에 따라 제공하는 균등한 서비스로 충족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 보험업권의 시장 참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형 보험사는 자금 조달이 쉬워 땅값이 높은 곳에도 장기요양 시설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고급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도 어렵지 않다.

한편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대형 보험사의 요양 시설 설립이 본격화된다면 기존에 영업하고 있던 영세 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2022년 기준 장기요양 시설 운영 주체 중 개인은 약 76%를 차지했다.

송 연구위원은 이에 관해 "보험산업이 이 시장에 플레이어로 진입한다면 영세 사업자들과의 상생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우석문 신한라이프케어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했다. 신한라이프케어는 생명보험사 신한라이프의 자회사로 요양 시설을 짓기 위해 최근 서울 은평구와 경기 하남시의 부지를 매입했다.

우석문 대표 역시 영세 요양 시설 사업자와 상생하는 방안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 대표는 "장기 요양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열악한 환경에서 요양업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신 민간 사업자분들이 많다"면서 "도심 공백 최소화와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은 민간(영세) 사업자분들과 상생을 기본적으로 전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석문 신한라이프케어 대표는 영세 요양 시설 사업자와 대형 보험사가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아은 기자
우석문 신한라이프케어 대표는 영세 요양 시설 사업자와 대형 보험사가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아은 기자

이날 세미나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개최됐다. 송윤아 연구위원 외에도 류건식 RMI 보험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송현종 상지대학교 교수가 발제했다. 토론에는 우석문 대표를 비롯해 안상봉 KB골든라이프케어 대표, 권진희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실장, 김영선 경희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좌장은 이봉주 경희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김철주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축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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