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의 평생부자되기](16)
하프타임엔 새 지도 만들고
후반전은 성취 지향보다는
잘 살아가는 웰빙이 더 중요
요새 잠을 자주 설친다. 압박감에 시달린다. 가족들마저도 내 맘을 몰라준다. 회사나 집에서나 머슴살이 하는 것 같다. 사는 게 뭔가 싶다. 목표와 계획을 잘 짠 인생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룬 것이 별로 없다.
혹시 인생 하프타임을 지나고 있는 건 아닌가. 각박한 세상살이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어느덧 인생 후반전. 비로소 '내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뛰어왔나' 뒤돌아보게 된다. 그리고는 '이렇게 계속 가야 하나' 또는 '아,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우리는 누구나 살다가 이런 변곡점을 맞는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추어 서야 한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일 수도 있고, 각박하게 쫓기듯 살아온 데 대한 자기 연민일 수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심한 스트레스는 위험하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것보다 스트레스로 사망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하지 않는가.

삶에 리셋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단 멈추고,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깊은 숨을 내쉬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오직 목표를 위해 달리며 '나'는 없었고, 무조건 '잘하는 것(doing well)'에 초점을 두고 살았다. 가족과 친구마저도 소홀히 대했다.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고 살았다. 방향 설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SKY'라는 프랑스와 독일 합작영화가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여행 중 남편의 폭력에 대항하다 램프로 내리쳐 그를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여인은 도망쳐 나와 경찰에 자수한다. 경찰이 조회해본 결과 남편은 살아있었다. 그러나 여인은 그와의 지친 인생을 결별하고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한다. 무작정 히치하이크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다가, 도로변 작은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는 일을 찾는다.
한 남자를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눈다. 레스토랑 주인 인디언 할머니는 그녀를 보자마자 '임신했고 남자아이'라고 예언한다. 그러면서 새 출발에 좋은 징조라고 말해준다. 새 남자는 아이를 지우라고 요구한다. 그는 각혈을 하는 말기 암 환자였다. 남자는 죽는다. 그러나 여인은 고집스레 혼자 애를 낳는다.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풀기 어렵고 캄캄한 과거를 그렇게 흘려보내고 정리한다. 여인은 그 아이와 함께 새로운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흔한 신파극 같지만, 혼란한 인생 1막을 끝내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인생 2막에 관한 것이다. 인디언 할머니의 예언이 심상찮다. 엄청난 인생 소용돌이를 겪은 그 여인에게 뱃속 아이는 새 인생에 좋은 징조라고 암시한 것을 보면.
아직 다 산 것은 아니지만, 만약에 '각자의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든다고 해보자. 지구를 떠나기 직전에 그 영화를 상영, 자신이 걸어온 평생 여정을 감상해 본다. 인생 어디 쯤에선가 뛰어넘기 힘든 장벽을 만나 방황하고 고뇌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을 내팽개치듯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본다.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이와 반대로 그 절벽같이 막막한 상황을 침착하게 정면으로 마주한다. 잠시 흔들리기는 하였지만, 그 상황을 용감하게 부딪치며 수습하고 새 길을 만들어 간다. 마지막 장면은 대평원처럼 앞이 탁 트인 넓은 길을 유유히 차를 타고 떠나가는 것이다.
위의 두 길 중 어느 길을 선택할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매사 술술 잘 풀리기만 하는 사람이 있을까. 살다 보면 누구나 막막하고 꽉 막힌 상황을 마주한다. 차이는 그 상황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인생을 다시 리셋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그 장벽을 너무 크게 보는 사람은 답을 찾지 못한다. 그 한순간을 넘기지 못하여 인생 전체를 그르칠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그 상황을 가볍게 받아들이고 길을 찾는다면, 새 길은 항상 있다. 자동차 내비는 길을 잘못 들어서도, 그 위치에서 최적의 길을 안내한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의 길을 택하면 된다. 안분지족이라 하지 않는가.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더 높은 곳을 향하여 가는 '성과 중심의 삶'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행복은 진정한 자기를 찾는 데서 나온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자기는 없었는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마저 소홀히 했는가. 그것만큼은 반드시 되돌려야 한다. '잘 사는 것(well being)'이 '잘 하는 것(doing well)'보다 훨씬 중요하다. 웰빙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외부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기 내면의 평화를 찾아 나서야 한다. 진정 변화하고 싶은가. 과거의 지도는 던져 버려야 한다. 새로운 지도를 만들고, 나만의 나침반을 사용하여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행동할 때, 새 길이 열리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 영화는 남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후반전에 역전하는 것이 축구든 인생이든 감동이다. 지레 겁먹지 말고, '가슴 벅찬 인생 영화' 한번 만들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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