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코로나19 후 매출 회복 난항
떨어지는 퀄리티에 영화 흥행 저조

이제는 '세계 최초 개봉' 영화를 영화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 모습. /연합뉴스
이제는 '세계 최초 개봉' 영화를 영화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 모습. /연합뉴스

영화관 팸플릿에서 '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광고 문구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세계 영화사가 작품의 흥행 척도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을 '테스트 베드(test bed)'로 꼽지만, 정작 한국의 영화관은 찾는 관객이 줄면서 외면받았다. 이에 영화관은 가격을 올리는 대신 프리미엄 상영관을 만들어 관객을 유입해 그 방도를 찾고 있다.

22일 익명을 요구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촬영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영화관 방문이 어려워져 사람들이 넷플릭스 같은 OTT로 옮겨갔다"며 "전부터 OTT 성장에 대해서 언급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부터 그 성장 속도가 가속화됐다"고 했다.

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영화, 드라마, TV 방송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대표적인 OTT 업체는 미국의 넷플릭스, 유튜브를 비롯해 국내에는 왓챠플레이, 티빙, 웨이브 등이 있다.

CJ CGV의 5년간 매출 추이 /자료=CJ CGV,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CJ CGV의 5년간 매출 추이 /자료=CJ CGV,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실제로 한국 영화관 중 업계 1위인 CJ CGV조차도 코로나19의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CGV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매출은 5834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도의 매출인 1조9422억원 대비 70.0% 감소했다. 다만 2022년 3분기에만 946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영화관 매출이 회복기인 것 아니냐는 언론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관의 회복기로 나타난 현상은 숫자에 불과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 영화 관객 수는 1억1280만명이었다. 하지만 2018년의 2억1639만명과 2019년의 2억2668만명의 총 영화 관객 수와 비교하면 50% 수준에 불과했다.

적은 관객으로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방법은 바로 영화 '가격'에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8800원 수준이었던 영화 가격이 2021년에는 1만원으로 올랐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한 상영 횟수와 좌석 점유율 등으로 영화관은 최대한의 비용 회수를 위해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진단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영화 자체 질의 저하로 관객의 방문 요인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제작 인력도 OTT로 많이 넘어가면서 극장용 영화의 퀄리티가 예전처럼 좋지 못하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극장에 관객이 순간에 풀렸던 작년 여름의 '범죄도시2' 이후에는 흥행한 영화가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 애정하는 할리우드 영화업계
적극적 관객 & 세계 4위 규모 시장
프리미엄으로 영화관 설 대목 겨냥


'아바타: 물의길'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아바타: 물의길'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무려 13년 만에 후속 개봉하는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의 첫 개봉 국가로 '한국'이 꼽혔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지난해 12월 '아바타2'의 제작발표회에서 한국 영화시장의 가치를 되새기며, 한국에서 영화를 처음 개봉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첫 번째 영화(아바타)가 한국에서 아주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을 알고 있다"며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전 세계 영화 업계의 표준이 한국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처럼 한국 영화시장은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만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더 배트맨' 등의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을 최초 개봉 국가로 선택했다. 전 세계 동시개봉 영화(닥터 스트레인지2 등)까지 더한다면 상당한 숫자의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최초 개봉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 영화 관객 수는 1억1280만명이었다. 하지만 2018년의 2억1639만명과 2019년의 2억2668만명의 총 영화 관객 수와 비교하면 50% 수준에 불과했다. /연합뉴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 영화 관객 수는 1억1280만명이었다. 하지만 2018년의 2억1639만명과 2019년의 2억2668만명의 총 영화 관객 수와 비교하면 50% 수준에 불과했다. /연합뉴스

영화산업에서 한국 영화시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적극성에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9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가 4.37회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아이슬란드 4.2회를 넘어선 수치이며, 영화 산업의 중심인 미국의 4.0~4.2회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한국은 세계적으로 네 번째로 큰 영화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 미국영화협회(MPAA)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영화시장 순위에 북미(미국과 캐나다)가 114억 달러로 1위, 중국이 93억 달러로 2위, 일본이 24억 달러로 3위, 한국이 16억 달러로 4위를 기록했다. 이 중 한국이 가장 인구가 적은 나라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 영화시장은 절대 작지 않다.

이런 한국 영화시장의 특징에 맞춰 영화관은 영화 가격을 올리는 동시에 프리미엄 좌석을 늘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관 한 관계자는 "소파로 되어 있는 좌석이나 4DX 상영관 등을 늘려 다른 출구를 찾고 있다"며 "영화관이 살아남으려면 영화 상영만으로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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