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의 부국강병]
강국들에 시달린 한국, 독일·스위스 사례 배우고
자강 능력 극대화해 독자적인 대외 전략 세워야

푸틴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벌써 1년이 지났다. 이 전쟁으로 가장 큰 위협을 느끼는 국가는 폴란드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면 바로 러시아와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그래서 폴란드는 모든 국민 일치단결, 피난민 수용과 무기 지원 등 우크라이나를 총력 지원하고 있다. 

그로 인해 부족한 자국의 군수물자를 보충하기 위해 지난해 한국 방산업체와 K2 전차, K9자주포, 다연장로켓, 경전투기 등 조 단위의 군수물자를 구매하기로 계약하였다. 최근에는 연간 포탄 10만 발을 생산할 수 있는 탄약공장 건설을 요청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나라를 긴밀한 관계로 발전시킨 것이다.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에 끼여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시달렸다. /픽사베이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에 끼여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시달렸다. /픽사베이

두 나라는 공교롭게도 매우 비슷한 지정학적 공통점이 있다. 강대국 사이에 '낀 나라'라는 사실이다.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시달렸다. 1795년에서 1918년까지 러시아, 프로이센(현재의 독일), 오스트리아 3국에 의해 분할되어 국가가 소멸한다. 

1918년 독립, 2차 세계대전 때 독소 분할, 1945년 잠시 독립 후 다시 구소련 위성국가로 전락한다. 1991년 소련 붕괴로 비로소 독립국이 되었다. 이후 급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루고, 한국도 자동차 부품, 배터리 등 250여 개의 업체가 진출해 있다. 두 나라는 이웃 강국들로 인해 침략과 분단의 고통을 당했다. 이런 동병상련의 역사가 끈끈한 인연이 된 것은 아닐까.

지금 폴란드의 가장 핵심적인 우방은 가까운 나라가 아닌, 먼 나라 미국이다. 한국의 맹방도 먼 나라 미국이다. 가까운 이웃은 침략으로 얼룩진 역사 때문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많다. 특히 러시아는 폴란드가 가장 증오하는 국가이다. 폴란드가 NATO에 신속히 가입한 이유이다.  

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폴란드 토룬 포병사격장에서 한국이 수출한 K9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연합뉴스
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폴란드 토룬 포병사격장에서 한국이 수출한 K9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연합뉴스

한 나라의 지정학적인 위치는 그 나라 안보에 결정적이다. 이를 폴란드와 한국의 역사가 잘 증명하고 있다. 폴란드나 한국 모두, 이웃 국가가 싫어서 다른 데로 국토를 옮길 수는 없다. 지정학적 문제는 영구불변이다. 언제까지 현재의 우방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 당분간은 몰라도 20년, 30년 후에도 가능할까.

북한의 끊임없는 미사일 도발과 위협으로 얼마 전 독자 핵무장론이 제기되어 이에 찬성하는 국민이 약 80%나 되었다. 타국에 안보를 의존할 수는 없다는 절박한 외침의 분출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이럴 때, 우리가 참고해 볼 만한 나라가 유럽의 '낀 나라' 스위스다. 스위스는 15~16세기부터 영세 중립국을 끊임없이 표방하다가 나폴레옹 전쟁 후 1815년 빈회의에서 그 지위를 인정받았다. 중립국이란 강대국들은 '전쟁에 우리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편도 아니고, 이웃이든 먼 나라이든 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테니, '내 편 네 편'하면서 국제 정치적인 역학관계에서는 싹 빼라는 것이다. 이런 영세중립국 지위를 부여받는데 스위스는 수백 년을 투자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500년간 평화를 유지해 왔다. 스위스는 군사적인 자강 능력도 대단하다. 

'낀 나라'는 국제관계가 불안정해져  전쟁이 발발하면, 덩달아서 원치 않게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과거 한반도는 엉뚱하게도 러일, 청일간의  전쟁터가 되어 막대한 피해를 보다. 기가 막히지 않은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끔찍한 과거사를 떠올리면서 전율하는 폴란드. 극동의 한국도 지금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서 있다. 폴란드의 오늘은 내일의 한국이 직면해야 할 상황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최근, 정권이 바뀌면 좌파 우파에 따라 친중 친미를 반복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사실상 일관된 국제 전략이 없는 셈이다. 한 국가의 안보 전략이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이는 대외 전선에 내부 균열이라는 무서운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분단되었던 독일은 독자적인 힘을 비축, 통일했다. 전쟁에서 영원히 벗어난 나라가 스위스다. 대단한 나라들이다. 두 나라 다 공격적이고 강한 게르만 민족이다. 수비보다는 강공을 택하는 나라들이다. 국가 간에 약자 코스프레는 설 땅이 없다. 이 두 나라 사례를 우리는 깊이 연구해야 한다.

 

한국도 스위스나 독일 같은 강한 멘탈, 독자적 대외 전략을 배워야 한다. /픽사베이
한국도 스위스나 독일 같은 강한 멘탈, 독자적 대외 전략을 배워야 한다. /픽사베이

개인이든 국가이든 멘탈(정신력)이 약하면 강자에게 두들겨 맞는다. 게르만과 같은 강한 민족성을 키워야 한다. 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장기적이고 일관된 대외 전략을 수립해나가야 한다. 그 방향은 의존적이어서는 안 되며,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독자적인 길이어야 한다. 

한국은 지금 단군 이래 최고의 경제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때가 누구도 넘볼 수 없게 자강 능력을 최대한 키울 적기다. 외세에 의존했던 조선은 척화 주화, 친일 친명 등 국론 분열로 스스로 무너졌다. 굴욕의 역사는 이제 끝내야 하며, 민족의 생존 전략에 좌우가 달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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