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명칭은 '플레이어 에스코트'
2002 한·일 월드컵 때 최초 도입
어린이 인권 신장·과열 응원 방지
장애인 아동 등 소외 계층 안 보여

월드컵을 보면 경기 시작 전 선수가 아이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 등장하는 아이들을 '플레이어 에스코트(player escort)'라고 부른다. 경기 전 공고를 통해 아이를 모집하는데 평균 30초면 모집이 마감된다고 한다. 대부분 축구선수 꿈나무가 플레이어 에스코트 모집에 지원한다. 혹은 특별한 추억을 아이에게 만들어주기 위해 부모님이 모집 신청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장애인 아동과 시니어, 여성 등 사회 소외계층은 잘 보이지 않아, 일각에선 이들을 적극적으로 섭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축구에 플레이어 에스코트를 도입한 목적은 평화, 화합, 페어플레이, 어린이 인권 등을 위해서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플레이어 에스코트가 최초로 도입된 시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다. 한일 월드컵 개막 1년여 전 넬슨 만델라와 FIFA가 아동보호 서약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이때 플레이어 에스코트 도입을 결정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보통 플레이어 에스코트는 6∼18세 아이들이 선발된다. 한국 대표팀의 경우 A매치에 앞서 후원사들에 에스코트 키즈 선발 권리를 다 맡긴다. 그러면 후원사에서 추첨 등을 통해 선발한다. 구단의 경우 어린이 회원에서 선발하는 경우도 많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어 "2002년 월드컵 개막전이었던 한국과 폴란드 경기에서 최초로 플레이어 에스코트가 선수와 함께 경기장에 입장했다"면서 "이를 통해 아동보호에 대한 인식 제고는 물론 과열된 양측 팀의 응원단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선수의 긴장감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아이를 보고 욕설을 내뱉거나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파는 지난 2008년 플레이어 에스코트 도입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플레이어 에스코트를 통해 △아동보호에 대한 인식 제고 효과 △프로 축구팀 브랜드 인식 및 광고 효과 △후원사 증가 및 이에 따른 축구팀 재원 증대 효과를 가장 크게 봤다고 분석했다.
아이들만 플레이어 에스코트로 참여하진 않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맨체스터 시티는 영국 최고령 자매를, 네덜란드 1부리그 AFC 아약스는 출전 선수의 어머니를 플레이어 에스코트로 투입했다. 브라질 1부리그 소속 상파울루FC엔 유기견이 선수와 함께 등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국내에선 포항 스틸러스가 지난 2017년 4월 9일 인천전에서 경북 지적 장애인 축구 클럽 포스짐 FC 선수들을 에스코트 키즈로 선발해 뜻깊은 추억을 선물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우 일반 축구 선수 지망 아이들 혹은 소속 프로팀 구단의 어린이 회원을 플레이어 마스코트로 선발한다. 다만 장애인 아동과 시니어, 여성 등 사회적 소외계층 모집 인원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축구를 좋아하는 장애인 아동이 많다. 축구 경기장에 자주 견학을 가곤 하는데, 플레이어 에스코트를 신청해도 장애 아동이 뽑히는 경우는 드물다"며 "심지어 일부 구단은 구단 내 축구교실 등록 아이만 플레이어 키즈로 선발하는 경우도 있다. 특별히 장애 아동만을 모집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모집 기회가 적은 편인데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을 나누지 말고 함께 모집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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