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일본·호주 '남미·유럽'에 패배
축구=종교 남미 국가, 승패에 목숨까지
사실상 유럽·남미 대결로 굳혀진 월드컵
비유럽 대륙 경기 강세 남미, 이번에도?

2022년 카타르월드컵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전 경기 후 손흥민 선수 모습. /AFP=연합뉴스
2022년 카타르월드컵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전 경기 후 손흥민 선수 모습. /AFP=연합뉴스

아시아 돌풍을 기대했던 카타르 월드컵 토너먼트는 유럽과 남미의 대결 구도로 굳혀졌다. 역대 최다 아시아팀이 16강에 진출한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일본, 호주 모두 8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각각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크로아티아와 일전을 치러 모두 패배했다.

6일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한국은 4 대 1로 브라질에 패배했다. 앞서 열린 호주와 아르헨티나 경기는 호주가 2 대 1로 패배하며 백기를 들었고, 일본은 크로아티아와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 꿈이 좌절됐다. 

아시아 3개국 동시 16강 진출이라는 최초 기록을 세운 이번 월드컵에서 세 국가는 모두 남미와 유럽 국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월드컵에선 사실상 남미와 유럽 팀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역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보유한 국가는 남미와 유럽국뿐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남미의 강세가 돋보인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대표팀 모두 선수 개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미는 자국 리그만 해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리그앙, 프리메라리가 등과 비교하면 인기도는 낮은 편이다. 따라서 남미 출신 스타 선수조차 자국 리그가 아닌 유럽 리그에서 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주관 경희대 체육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남미팀 특징은 조직력보단 선수 개개인의 역량에 중점을 둔다"며 "역량이 뛰어난 선수들끼리 모이니 조직력 또한 갖춰질 수밖에 없고, 빠른 빌드업 플레이가 가능한 구조"라고 봤다. 또한 "남미에서 축구는 종교적 수준"이라며 "축구가 일상인 문화가 남미를 축구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한 동네 골목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즐기고 있다. /픽사베이
브라질 한 동네 골목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즐기고 있다. /픽사베이

한국을 무너뜨린 브라질에서도 축구는 종교와도 같다고 알려졌다. 심지어 축구 경기로 인해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도 비일비재다. 2014년엔 브라질 자국 리그에서 뛰던 심판과 선수 모두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당시 브라질 마라냥주에서 열린 축구 경기에서 심판을 맡은 오타비오 조르다오는 선수 한 명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선수는 퇴장 결정에 항의했고, 심판은 홧김에 선수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 이를 보고 분노한 일부 관중은 경기장으로 뛰어들어 심판을 묶고 참수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같은 남미 국가인 콜롬비아에서도 선수가 피살되는 사례가 있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에서 미국을 상대한 콜롬비아는 당시 자국팀 골키퍼 에스코바르의 자책골로 16강 진출에 탈락했다. 이에 분노한 콜롬비아 시민은 에스코바르가 귀국하자 분노를 이기지 못해 총살했다. 

비유럽 대륙 경기 강세 남미, 이번에도?

축구에 목숨을 거는 남미에선 1930년을 시작으로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총 21번의 대회에서 9번 우승을 차지했다. 최다 우승팀 브라질(5회)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이상 2회)가 뒤를 잇고 있다. 유럽은 독일, 이탈리아(이상 4회), 프랑스(2회), 스페인, 잉글랜드(이상 1회)가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역대 남미팀들은 비유럽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강세를 보였다. 브라질은 1958 스웨덴 월드컵을 제외한 네 번의 우승(1962, 1970, 1994, 2002)이 비유럽 대회였다. 아르헨티나(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 1986 멕시코 월드컵)와 우루과이(1930 우루과이 월드컵, 1950 브라질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20년 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호나우두와 브라질 대표팀. /연합뉴스
20년 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호나우두와 브라질 대표팀. /연합뉴스

유력 우승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은 한 가지 징크스를 깨야 한다. 유럽 공포증이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유럽팀에게 거둔 마지막 승리는 2002 한일 월드컵 독일과의 결승전뿐. 이후 2006년 프랑스(8강), 2010년 네덜란드(8강), 2014년 독일(4강), 2018년 벨기에(8강)에게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심지어 지난 4년 동안 브라질이 유럽팀과 경기한 것은 2019년 3월 체코전이 유일하다.

아르헨티나는 2019 코파 아메리카 4강전을 브라질에게 패배한 이후 A매치 35경기 내내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코파 아메리카에선 브라질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아르헨티나전 관점 포인트는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 피날레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지만 메시가 해내지 못한 한 가지가 바로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 다만 메시에게 쏠린 아르헨티나 대표팀 전력은 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유럽 6팀, 아시아 4팀, 북중미 2팀, 남미 2팀, 아프리카 2팀으로 대륙 간 자존심 대결이 치열했던 A~D조의 승자는 결국 유럽과 남미로 압축됐다. 오는 10일 열리는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경기는 2014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을 재현하게 됐다는 점에서, 11일 열리는 프랑스와 잉글랜드 경기는 역사적 라이벌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대리전이라는 점에서 축구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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