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도藥] : 마약도 '약'이다
1960년대 '해피마스크' 파동 '마약 불법화'
현재 전 세계서 의료용 대마 부분 합법화
국내, 안동에서 '대마규제자유구역'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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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도 약이라고 한다. 치매와 뇌전증 등 다양한 질병에 효능이 있어서다. 해외에선 의약품으로 대마 유통이 합법화되는 추세다. 한 제약사는 마약 하나로 연 매출 5584억을 찍었다. 세계 시장 규모 4조원의 엄청난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의약품 사용조차 제한적이다. 뇌전증 환자에게만 일부 합법화됐다. 대마 성분인 CBD는 특히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는데,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국내서도 마약관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CBD 성분을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지속해서 제기된다. 과연 국내 치매 환자도 CBD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여성경제신문이 따져본다. [편집자주] ① 의약품되면 4조 가치 '마약'···합법화 목소리 커진다 |

1960년대 미군 부대를 통해 국내로 유입된 대마 유통이 불법으로 규정된 지 40여년이 지났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미국에서 대마는 고부가가치 의료용 소재로 자리잡았지만, 과거 잣대에 발목이 잡힌 국내에선 여전히 불법 작물 취급을 받는 실정이다.
27일 여성경제신문이 국내에서 대마 유통이 불법으로 정해진 상황을 추적해본 결과, 대마 유통이 불법으로 정해진 건 1960년대 후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용산 미군 기지에선 대마 잎으로 만든 담배인 삼잎 담배가 들어왔고, 미군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국내 일부 대학생들에게도 유입돼 대대적인 대마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피 스모크' 파동이라 불렸던 해당 논란이 커지자 1970년 6월 17일, 주한미군은 보건사회부(현재 보건복지부)에 대마류 단속 입법을 요청한다. 197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영리 목적으로 대마초를 소지하더라도 최고 사형까지 가능한 대마관리법을 제정한다. 이후 2000년, 마약류관리법에 통합되면서 국내에선 대마 등 마약류 유통이 불법이 된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대마 추출물인 'CBD' 합법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환각 성분이 없는 대마 추출물인 칸나비디올(Cannabidiol, CBD)은 치매·희귀 난치질환 치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과 불안 장애에도 도움이 된다. CBD 성분을 활용한 식품과 음료, 의약품은 전세계적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마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마를 농산물로 관리해 재배하고, 이를 의료용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고부가가치 상품인 만큼 대마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나오고 있다.
본지와 인터뷰한 강성석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 대표는 "미국은 농업법을 개정해 대마를 농산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국내도 특수작물이나 약용식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독 국내에서만 대마를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각국 대마 합법화 현황···판 커지는 시장
가장 먼저 의료용 대마 유통을 합법화한 국가는 우루과이다. 2014년 의료용뿐만 아니라 기호식품으로서 대마 유통을 전면 합법화했다. G7 국가 중 처음으로 대마를 합법화한 국가는 캐나다로서 2018년 대마법을 개정했다. 당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의료용·기호용 대마를 소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국내 70%에 달하는 주에선 농업개선법을 통해 대마를 일부 합법화했다. 의료용으로 사용하되 용량을 대폭 줄였다. 0.3% 미만의 CBD만 식품 또는 의약품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유럽은 CBD를 마약으로 보지 않는다. 과다 복용할 경우 정신 이상증세를 보일 수 있지만, 용량을 조절해 복용하면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유럽사법재판소가 2020년 공표했다.
중국의 경우 CBD를 포함한 대마를 의료용 사용으로만 허가했다. 식품 또는 화장품 등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일본은 대마 자체를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대마에서 추출된 CBD 오일은 마약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CBD 함유 제품 수입도 허가하고 있다.
국내선 '안동' 햄프(대마)규제자유특구 지정, 시장 진입했지만 국내 유통 '한계'
대마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규제하는 한국에서도 예외는 있다. 2019년 뇌전증(간질) 치료 목적으로 CBD 오일 수입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이마저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허가받아야 하고, 약제비도 평균 100만원을 웃돈다.
지난 2018년엔 난치성 소아 뇌전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의사 부모가 식약처 허가 없이 CBD 오일을 해외에서 직접 구입했다가 밀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부도 대마 합법화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CBD 함유량이 0.3% 미만인 대마 의약품 유통 가능 여부를 현행 마약류관리법에서 분리해 내는 등 규제 완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가 산업용 대마 생산 전주기 안전관리체계 마련에 대한 연구용역 추진에 나서기도 했다.
대마가 농산물로 분류될 경우 재배 농민들도 수혜를 입게 된다. 농림부 관계자는 "의료용 대마의 의료용 효과 그리고 경제적 이익률을 봐서라도 합법화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도 "의료분야에서 핵심이 되는 CBD 오일 등은 여전히 마약류로 분류 중인데, 근본적 분류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관련 기관에서 실질적 수혜를 입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2020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도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한 초석을 만들었다. 경북 안동시 임하면과 풍산읍 일대를 산업용 햄프(대마)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2024년까지 산업용 햄프 재배, 원료 의약품 제조 및 수출 실증, 산업화 햄프 관리 등 3개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철저한 국가의 관리·감독으로 양질의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다만 국내 공급은 할 수 없다. 수출만 가능하다.

해프규제자유특구에선 대마를 재배하고, CBD 성분을 추출한 뒤 의약품 원료로 제조할 수 있다. 완성품은 대마가 합법화된 국가에 수출한다. CBD의 다양한 효능 및 안전성을 실증해 의료목적 제품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토대를 구축하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마 시장 선점은 우리가 늦은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재배단지 조성 검토 등의 건은 그동안 단순 허용을 고려하던 것과는 차별화 요소가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ResearchAndMarkets)이 최근 발표한 2018~2026년 글로벌 의료용 대마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의료용 대마 시장 규모는 2017년 139억 870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18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7.1%로, 2026년이 되면 그 규모가 575억 825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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