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대마 시장 규모 50조원대
'콘크리트·플라스틱' 재료로 주목
한국 대마 재배 '천혜의 기후조건'

마약 범죄.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마약 범죄.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형사 입건되는 등 마약을 일반인이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국내에선 마약과 관련 '불법 행위'라는 인식이 깊게 깔린 상황인데,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에선 마약을 국가가 나서 사업화해 성공한 사례가 나오면서 일각에선 국내에서도 마약에 대한 인식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마약류의 한 종류인 대마가 시장 규모 약 50조원에 달하는 사업성 '아이템'으로써 최근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마약류 관리법에 따르면 보통 0.3% 미만의 환각성분이 포함된 대마는 산업용으로써 국내에서도 재배 및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렇게 사업화할 수 있는 대마를 '햄프'라고 하는데, 국내에선 대표적으로 삼베옷을 만드는 데 쓰인다. 삼베옷은 대마의 줄기를 주재료로 만든다. 줄기에는 환각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선 햄프가 환경 보호용 산업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바이오산업연구소 관계자는 본지에 "지구 온난화 주범인 탄소를 잘 흡수하는 식물로 햄프가 대표적"이라며 "심은 지 100일 만에 4m 높이까지 자랄 뿐만 아니라 일반 숲 대비 약 두 배 정도의 탄소 흡수량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대마는 비용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리우 교수팀의 논문 '친환경 소재로서의 대마'에 따르면 대마와 면화를 비교해서 똑같은 양의 직물을 생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마는 면화에 비해 토지 면적은 3분의 1, 물은 5분의 2만 있으면 되고, 농약도 거의 필요 없다. 총비용으로 볼 때 대마로 직물을 만들면 면화 비용의 12분의 1이라고 한다.

시장조사기관 브라이트필드그룹의 햄프 보고서를 보면 현재 중국과 미국 캐나다와 프랑스가 햄프 시장의 일명 '큰 손'이다. 햄프는 건축에도 쓰이는데 콘크리트 대체제인 일명 '햄크리트'를 만드는 재료다.  햄프의 일부를 잘게 잘라서 석회나 시멘트 등과 섞어서 쓰는데 단열성 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현재 국내에서 건축에 쓰이는 햄크리트 재료의 90% 이상은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에서 수입하고 있다.

햄프를 활용해 만든 햄프 플라스틱도 있다. 1941년 자동차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헨리 포드가 당시 자동차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최근엔 BMW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문 부품에 햄프 플라스틱을 쓰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대마잎 /연합뉴스
대마잎 /연합뉴스

글로벌은 '햄프' 활성화
한국은 '마약과의 전쟁'

국내에서 법적으로 봤을 때 대마의 산업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윤주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는 본지에 "애초에 산업용 대마의 활용 부위인 줄기나 뿌리 등은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는다"면서도 "관련법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마약류를 분류하는 대마를 정의하면서 '종자 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제외한다'고 명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윤주 변호사는 "대마의 섬유를 가지고 플라스틱을 만들거나 햄크리트 같은 벽돌을 만든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 쓰이는 줄기와 뿌리엔 대마 성분이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마를 마약으로 분류할 때 중요한 건 THC라고 불리는 환각 유발성분이다. 이 성분은 꽃과 잎 부분에 몰려있는데 법에서도 그 외 부분인 종자나 뿌리, 성숙한 줄기는 마약으로서의 대마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산업성으로 볼 때 마약류 관리법에 명시된 '마약이 아닌 부분'을 잘 지킨다면, 대마는 누구나 재배하고 수확할 수 있다는 것. 2021년 기준 전 세계 햄프 시장 규모는 53조원에 달한다. 이 중 82%는 햄크리트나 햄프 플라스틱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쓰인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선 '굳이 위험성을 안고 대마 산업에 손을 댈 이유는 없다'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고위급 관계자는 "대마 산업에 대한 법적 규제가 완전히 닫혀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소재로서의 대마 연구와 기업 투자가 해외에선 활발하고 국내는 사실상 전무하다"면서 "애초에 대마를 향한 인식 자체가 나쁘고 또 단속도 심해서 기업 입장에선 굳이 손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가 괜히 '대마를 다른 데 쓰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경북 봉화에서 산업용 목적으로만 대마 종자를 채취하겠다고 지자체에 보고한 후 사업을 진행했던 대마 재배 업자들이 실제 환각 성분이 있는 대마를 재배해 판매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나왔다. 

김수영 가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대마는 70년대까지 흔하게 재배됐다. 삼베옷의 원료로 쓰였다. 그러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대마 재배도 규제 대상이 됐다. 국내에서 대마 재배는 거의 씨가 마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는 우리나라보다 대마를 더 일찍부터 재배하고 있지만 노지에서 키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 대마 재배 환경을 보면 한국은 대마 재배에 천혜의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 노지에서 섬유와 종실용으로 1년 2기작도 가능하다. 2모작도 좋다. 봄에 감자나 양파를 심고, 7월 초순에 대마 모종을 옮겨 심을 수도 있다. 적극적 법 개정과 정부의 산업화를 위한 지원 기반만 받쳐준다면 사업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