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종료로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
18개 브랜드 중 中 브랜드 '절반' 차지
韓 소형차 중심 EU 맞춰 EV 신차 공개
"스토리텔링 부족, 저가 EV 전략 필요"

9일 에두와르도 라미레즈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장(왼쪽)과 자비에르 마르티넷 유럽대권역장 겸 유럽권역본부장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소형 전기 콘셉트카인 ‘콘셉트 쓰리’를 공개했다. /현대차
9일 에두와르도 라미레즈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장(왼쪽)과 자비에르 마르티넷 유럽대권역장 겸 유럽권역본부장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소형 전기 콘셉트카인 ‘콘셉트 쓰리’를 공개했다. /현대차

유럽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5'가 개막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했다. 유럽연합(EU)이 2035년까지 제로배출차(ZEV) 전환을 목표로 설정한 가운데 각국 제조사들이 저가 전기차(EV)를 앞세워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18개 브랜드가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신차를 공개했다. 최근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관세 부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보조금 정책이 활발하고 전동화 전환 속도가 빠른 유럽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중국 업체들의 대거 참여다. 참가 기업의 절반인 9곳이 중국 브랜드로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비야디(BYD)를 비롯해 샤오펑, 립모터, 아이토(화웨이), 체리의 하위 브랜드 오모다·제쿠 등이 대거 등장했다. 내수 시장 한계를 넘어 유럽을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BYD는 소형 전기 SUV '돌핀 서프' 외에 아토3보다 전장이 짧은 '아토2'를 공개했다. 독일 판매 가격은 약 2만3000유로(3900만원) 수준이다. 또한 유럽 최초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세단 '씰 6 DM-i 투어링'을 선보이며 유럽 특화 시장인 PHEV 공략에 속도를 높였다. 해당 모델의 복합 주행거리는 1505㎞에 달한다.

7일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CEO가 IAA 모빌리티 2025 미디어 워크숍에서 소형 해치백 ‘폴로’의 전기차 모델인 ‘ID.폴로’를 소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7일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CEO가 IAA 모빌리티 2025 미디어 워크숍에서 소형 해치백 ‘폴로’의 전기차 모델인 ‘ID.폴로’를 소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 시장 1위 폭스바겐은 저가 전기차로 안방 수성에 나섰다. 보급형 전기차 ID.3보다 한 체급 작은 엔트리급 SUV 'ID. 폴로'를 공개했으며 현지 출시가는 2만5000유로(약 4000만원) 이하로 예상된다. 차세대 전륜구동 전용 플랫폼 MEB+을 기반으로 하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약 420㎞다.

현대차도 4년 만에 IAA 무대에 복귀했다. 전용 EV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소형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Concept THREE)'를 공개하며 소형차 중심인 유럽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캐스퍼 EV와 유사한 크기로 2만유로대 출시를 목표로 한다. 현대차는 기존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플랫폼 E-GMP 모델이 중대형 위주였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소형 전기차로 라인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대권역장은 이날 '현대차 IAA 2025 오픈 스페이스'에서 "행사를 통해 모든 고객에게 완전한 전기차를 제공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7년까지 유럽 시장에는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 유럽에서 현대차는 '가격'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 고객 경험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기아 EV5 사진. /기아
기아 EV5 사진. /기아

기아는 EV2 콘셉트를 비롯해 EV3, EV4, EV6, EV9, PV5 패신저 등 7종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유럽 최초 공개된 'EV5'는 실내 공간과 활용성을 강조한 전용 전기차로 현지 주력 시장을 겨냥한 모델로 평가된다. 올해 상반기 유럽 28개국 판매량 순위에서 기아는 7위, 현대차는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폐지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미국 시장 대신 전동화 정책이 뒷받침되는 유럽이 글로벌 업체들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7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137만6720대로 전년 대비 25.9% 증가했다. 현대차·기아는 같은 기간 유럽에서 10만6000대를 판매했으며 올해 연간 20만 대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 부진한 이유는 스토리텔링 부족에 있다"라며 "업계에서는 이를 '외계인'에 비유하는데 첨단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현지 소비자에게 국내차를 이해시키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전기차 전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저가 전기차 전략을 통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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