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투자 비용 증가 예상
전문 인력 비자 문제로 차질
비자 문제 별도 협상 급선무

미국 정부의 대규모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후폭풍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건설을 추진 중인 국내 대기업 4곳 중 3곳이 사업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답했으며 필수 인력 파견 지연이 장기화하면 공장 가동 시점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한국경제신문이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미국 진출 기업 14곳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1.4%가 미국 프로젝트를 재설계하거나 가동 시점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57.1%는 미국 내 투자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며 증가 폭은 10% 이내부터 최대 30%까지 다양했다. 배터리·자동차·반도체 등 20여 개 국내 기업이 약 145조원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상황에서 비용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미국에 배터리를 아는 인력이 없다면 전문가를 미국에 불러들여 우리 국민을 훈련해야 한다"라며 한국 전문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업계는 회의적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필요한 인력은 당장 필요한데 어느 세월에 비자가 나오겠냐"라며 "공장 가동이 무기한 연기되는 것은 물론 현지 고용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합작 공장은 연말 가동 계획이 무산됐다. 주요 공정을 세팅할 한국 인력을 들이지 못해 일정이 미뤄졌고 현지 직원 8000여명 채용도 함께 늦춰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재원 비자(L-1·E-2)를 확대할 수 있지만 서류 절차만 3개월 이상 걸린다"라며 "협력사 직원은 전자여행허가(ESTA)와 단기 상용(B-1) 비자가 막히면서 파견할 방법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비자 제도 개선을 시급 과제로 뽑았다. 조사 대상 기업의 64.3%는 출장 지침을 변경해 한 달 이상 체류 시 주재원(L-1) 비자를 의무화했으며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한국인 전문인력 별도 비자 신설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소 협력업체는 미국 현지 법인이 없어 L-1과 전문직 취업(H-1B) 비자 발급 대상에서 제외돼 별도 예외 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역시 타격이 예상된다. 한화오션 등은 미국 숙련공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 인력을 대거 파견하려 했으나 필요 인력이 늘어나면 L-1 비자 쿼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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