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日 자동차 관세 15% 인하 
美 시장서 한·일 자동차 가격 역전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협상 난항

현대 아반떼(오른쪽)와 토요타 코롤라 /각 사
현대 아반떼(오른쪽)와 토요타 코롤라 /각 사

일본의 자동차·부품 관세가 오늘부터 15%가 적용돼 미국에서 일본산 자동차가 한국산보다 더 저렴해지게 된다. 한미 관세 협상 교착 상태로 대미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더 지연되면서 한국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16일 연방 관보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업계는 이날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일본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가 현행 27.5%(기본 관세 2.5%+품목 관세 25%)에서 15%로 인하된다. 

양국은 지난 7월 말 대미 상호 관세와 자동차·부품 관세를 각각 15%로 인하하는 대신, 일본이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의 무역 합의를 타결한 바 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8월 7일부터 상호 관세를 15% 적용하고 있으나 합의의 또 다른 한 축이었던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 발효는 미뤄왔다. 

미 행정부는 일본과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반도체·에너지·인공지능·핵심 광물 등 경제 안보에 중요한 다양한 분야에 일본이 55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이달 4일에서야 일본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15%로 인하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정식 서명했다. 이 내용은 9일 연방 관보에 정식 게재했다.

행정명령에는 ‘이 명령이 관보에 게재된 지 7일 이내 미 상무부가 수정된 관세 분류표 등을 별도로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라 일본 관세 협상단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는 16일부터 정식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산 완성차에 대한 15% 관세 부과를 발효하면, 한국 완성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산 자동차는 올해 4월 전까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누려, 기본 관세(2.5%)를 무는 일본·유럽산 자동차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FTA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물리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현대차·기아는 올 2분기(4~6월)에만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내일부터 일본이 관세 15%를 적용받고, 한국이 25%를 적용받는 ‘역전’ 상황이 벌어지면, 한일 간 자동차 가격 역전 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 아반떼는 미국 내 판매 시작 가격이 2만2125달러로, 일본 도요타의 코롤라(2만2325달러)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한국(25%)과 일본(15%)에 부과되는 관세를 반영해 가격을 올릴 경우 상황이 아반떼는 2만7656달러가 되면서 코롤라(2만5674달러)보다 비싸진다. 가격을 유지하면 영업이익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 미국과 대미 투자 이견을 좁히지 못한 분위기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4일 귀국했다. 김 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한국의 대미 투자 관련 세부 내용 등을 조율했으나 이번 만남에서 협의에 진전이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 경제 전문가는 “한국은 미국과 아직 큰 틀에서 무역협정 합의를 했을 뿐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타결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일본, 유럽 등과 미국 시장에서 경쟁 중인 현대차그룹 등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에는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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