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대기업 62.8% 채용 계획 없어
필요 인력 수시채용으로 전략 전환
정년 60세 법제화로 고령자 고용↑
"고용 유연성·사회안전망 강화해야"

대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미국의 관세 정책과 상법·노동조합법 개정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신규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대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미국의 관세 정책과 상법·노동조합법 개정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신규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대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미국의 관세 정책과 상법·노동조합법 개정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신규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청년층은 올해도 고용 한파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2.8%가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7.5%보다 5.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37.2%) 가운데서도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응답 비중은 37.8%로 지난해 하반기(17.6%) 대비 20.2%포인트 급증했다. 반면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24.4%에 그쳤다. 

매출 500대 기업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 /한국경제인협회
매출 500대 기업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 /한국경제인협회

업계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 시기에 대상을 불규칙적으로 발표하면서 수출기업들은 예측이 어렵고 국내에서는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통과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종별로는 건설·토목(83.3%), 식료품(70.0%), 철강(69.2%), 석유화학(68.7%) 순으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많았다.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을 즉시 뽑는 수시 채용으로 인사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신입 사원을 채용해 교육한 뒤 현장에 투입하기에는 환경 변화가 너무 빠르다"라며 "필요한 인력을 즉시 충원해야 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40% 이상으로 벌어졌고 근속연수는 절반 이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정년 연장과 임금 상승 속에 청년 고용은 줄고 고령자 고용이 급증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7일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 20여 년간 임금 등 근로조건 격차가 지속되거나 더 벌어졌다"라며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대기업 정규직 내 고령자 고용은 급격히 증가한 반면 청년 고용은 위축됐다"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대기업 정규직 내 고령자 고용은 지난 20년간 492.6% 늘어난 반면 청년 고용은 1.8% 줄었다. 고령자 고용 비중은 2.9%에서 9.3%로 6.4%포인트 늘었고 청년 고용 비중은 13.7%에서 7.3%로 6.4%포인트 줄며 고용 구조가 역전됐다. 

특히 노조가 있는 대기업에서는 정규직 고령자 고용이 777.0% 증가한 반면 청년 고용은 감소해 세대 간 일자리 경합이 더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나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청년에게 좌절감을 기업에는 활력 저하를 가져오는 요인"이라며 "정년 법제화 이후 심화한 세대 간 일자리 경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 유연성과 사회안전망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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