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성공 후 비트마인 급부상
스마트컨트랙트·스테이킹 기반 확장성 '주목'
최근 한국의 미국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주식이 비트마인(Bitmine, BMNR)이다. 첨단 냉각 방식을 적용해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채굴하던 기업이다. 최근에는 회사의 경영전략을 크게 바꿔 이더리움(Ethereum)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코인 자산 보유회사로 탈바꿈했다.

비트마인과 같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영업 전략의 핵심으로 하는 회사를 '디지털자산 보유(DAT, Digital Asset Treasury)' 회사라고 한다. DAT의 개척자는 비트코인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MSTR)라고 하는 회사다.
2020년 8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CEO인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는 이 회사가 향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보유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재무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 2만1000개의 비트코인을 약 2억7000만 달러(약 370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매입한 비트코인의 현재가치는 23억 달러로 3조원이 넘는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이렇게 큰 평가이익을 남긴 비결은 간단하다. 비트코인 가격이 당시에 비하여 거의 10배 상승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이익도 그에 상응하여 커졌다.
이후에도 이 회사는 비트코인을 지속적으로 매수해 현재 약 15만6000개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비트코인을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약 172억 달러로 24조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얼마일까? 놀랍게도 952억 달러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시가총액 순위로 세계 200대 기업 안팎에 자리 잡는다. 주식이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본을 조달한 뒤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이를 장기 보유한다는 간단한 영업전략으로 회사가치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린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이 회사는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2020년 이후 188억 달러의 주식과 62억 달러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재무이론에 따르면 대규모 유상증자는 주가에 불리하다. 유통 주식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주식 지분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도 엄청난 규모의 유상증자로 지지부진해야 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시가총액의 증가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증가 수준으로 제한되어야 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20년 8월 이후 10배 정도 상승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020년 당시 13억 달러와 비교해 무려 72배나 상승했다. 대규모 증자로 인한 주식가치 희석 우려가 거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물론 부채를 감안할 때 자본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 경우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하기는 한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총자본규모는 총자산의 70% 상당을 차지한다. 자본의 레버리지 효과가 그렇게 클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주가는 어떻게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비결은 프리미엄 증자에 있었다.

시가총액과 보유 비트코인의 자산가치를 비교해 순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 프리미엄 비율을 계산한 뒤 그를 기반으로 기존 주가에 프리미엄을 얹어 유상증자 가격에 반영할 수 있었다. 기존 주주들은 유증 가격이 높으니 안심할 수 있었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신규 투자자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가 NAV 대비 2배 넘는 프리미엄에 거래되니 미래를 보고 투자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었다. 실제 뱅가드, 블랙록과 같은 세계 최대의 기관투자자가 이 회사 주식의 6.5%와 5.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새로운 재무전략으로 놀라운 성공을 거두며 디지털자산 보유 회사(DAT)의 비전을 제시하자 최근에는 다수의 회사가 DAT로 거듭나겠다고 줄줄이 가세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회사가 비트마인이다.
한국계로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톰 리(Tom Lee)가 회장으로 DAT 전략을 이끌고 있는 비트마인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달리 디지털 골드인 비트코인이 아니라 알트코인의 일종인 이더리움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에 회장에 취임한 뒤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본을 마련해 이더리움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현재 186만 개 상당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는 약 8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최근 이 회사 주식의 시가총액은 73억 달러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회사의 시장 가치가 보유한 이더리움의 가치보다 낮아진 경우다. 최근 이더리움 가격이 조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이더리움 DAT 전략을 발표한 직후 비트마인의 주가는 그 이전 4달러 안팎에서 130달러까지 급등해 32배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4월 1400달러 붕괴를 위협하던 이더리움 가격이 6월에는 2500달러 안팎까지 상승한 영향이 컸다. 이더리움 가격은 지난 8월 잭슨 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심포지엄 직후에는 4800달러까지 내달려 전고점을 돌파했다.
연준 통화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해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으던 잭슨 홀 연설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노동시장의 향방에 더 관심을 두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 이후 물가가 불안하기는 하지만 최근 냉각되고 있는 노동시장에 포커스를 두겠다는 얘기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물가를 잡은 매파적 시각에서 고용안정을 중시하는 비둘기파로 돌아섰다고 판단한 시장은 강한 상승세를 연출했다. 암호화폐 가격도 마찬가지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처음으로 12만5000달러에 육박했다.
통상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가격은 연준의 통화정책과 시중 유동성에 가장 강하게 반응했다. 비트마인 주가도 급등 후 차익실현으로 큰 폭 조정을 보이며 8월 초 31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잭슨 홀 미팅을 전후해 70달러선을 회복했다.
최근 족집게 같이 시장 흐름을 맞춰 엄청난 영향력을 보유한 톰 리가 비트마인 경영을 주도한 이후 월가의 유명 인사가 비트마인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페이팔과 팔란티어를 설립한 피터 틸(Peter Thiel)과 기술주 중심의 아크(ARK) 투자 펀드를 이끄는 캐시 우드(Cathie Wood)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이더리움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 내재적 가치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그 희소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디지털 골드로 독창적 자산보유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결제 수단으로서의 유용성은 매우 낮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의 중핵 플랫폼으로서 온체인 계약을 작성하고 실행하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능을 제공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더리움 위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각종 자산의 디지털화와 온체인 거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 AI의 고속 연산기능까지 가세하면 이더리움은 21세기 초 인터넷 혁명을 가속화했던 광케이블 망과 같은 혁신적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물론 솔라나(Solana), 리플(Ripple)과 같은 경쟁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대세는 이더리움이라는 것이 톰 리의 판단이다.
이더리움은 그간 한 번도 정지하지 않은 안정적 운용으로 신뢰를 확보했다. 끝없는 기술혁신으로 공급량 증가 등 투자자의 우려도 해소했다. 무엇보다 이더리움을 예치하는 스테이킹에 참여하면 시중 금리 수준의 보상을 제공한다. 과연 이더리움이 온체인 금융혁명을 주도하며 비트코인마저도 따라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francis.kim@furma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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