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 구조 속 한계 뚜렷하다는 지적도
숫자도 여전히 부족···변화를 위해선 '둘 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추경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다수의 남성 의원 중 여성 의원들은 소수를 차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추경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의원들 중 여성 의원들은 소수를 차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는 여성 지역구 의원이 역대 최다로 선출된 국회다. 그러나 여성 정책은 여전히 국회의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 여성 의원의 수가 늘어도 남성 중심 정치 문화라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실질적 변화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2대 국회는 애초 여성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최다 선출로 기대를 받았음에도 여성 의제가 주류로 떠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완료된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살펴보면 상임위원장 중 여성은 기획재정위원회의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성가족위원회의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으로 3명에 불과하다.

법안과 가결 현황을 봐도 여성 정책은 여전히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발의된 스토킹 범죄 관련 법안 18건은 모두 계류 중이다. 성폭력 관련 법안도 총 82건이 발의됐으나 가결된 건은 6건이다. 경력 단절을 직접적으로 주제로 삼은 법안은 발의 자체도 2건으로 적었다.

여성 정책의 통과율은 전체 법안 통과율보다도 낮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총 6525건이고 이중 처리된 법안은 919건이다. 처리율은 14.1%이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여성 의제의 비주류화에 국회 내부의 구조와 정치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라는 것 자체가 마초적인 여성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다"라며 "여성 의원들의 비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권위주의적인 남성 위주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바뀔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여성 정치인들이 진입한다고 해도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기존의 남성 중심 문화를 답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 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성 의원이 증가하면 이전보다 여성 정책에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원이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정치 환경과 현실적인 제약 조건을 고려하면 수적인 증가가 여성 정책의 주류화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에게 있어 여성 의제는 '표가 되지 않는 의제'이며 이는 여성 의제에 무관심한 사회적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김 위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성평등 자체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라며 "여성혐오가 확산하고 백래시도 강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성 의원의 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2대 국회의 여성 의원 수는 비례대표를 모두 합쳐도 60명으로 20%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3.9%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당별로 봐도 지난 22대 총선 기준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후보자는 41명(16.14%), 국민의힘은 30명(11.81%)으로 당헌·당규에 명시된 여성 30% 공천 조항을 지키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수의 증가와 정치적 문화의 변화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한다. 허민숙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 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성 의원들이 늘 경우 젠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정치 문화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라며 "'여성 의제의 비주류화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는 건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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