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7조원 투자해 복합쇼핑몰 강화
쇼핑몰 매출 기존 1%에서 30%로 증가 목표
정준호 대표, 신세계 스타필드 저격하기도

타임빌라스 수원 전경 /롯데쇼핑
타임빌라스 수원 전경 /롯데쇼핑

롯데백화점이 미래형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롯데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신세계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은 물론 이커머스인 쿠팡에도 밀려 유통 시장 3위 사업자로 굳어지면서 생존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기존의 백화점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신규 쇼핑몰 브랜드를 통해 전통적인 유통 강자였던 입지를 되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브랜드 ‘스타필드’에 대항할 만큼 차별점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미래형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를 낙점하고 2030년까지 국내와 해외 쇼핑몰 사업에 약 7조원을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지난 24일에는 미래형 쇼핑몰 사업의 첫 상징인 ‘타임빌라스 수원’이 그랜드 오픈했다. 

롯데백화점은 타임빌라스를 통해 백화점보다 쇼핑몰 비중을 더 늘린다는 복안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한 백화점 비중을 2030년 60%로 줄이고, 그 대신에 현재 1%에 불과한 쇼핑몰 매출은 3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향후 2030년까지 국내 쇼핑몰의 수를 13개로 늘리고, 이를 통해 매출 6조6000억원 달성이라는 미래형 쇼핑몰 사업 비전을 세웠다.

롯데백화점은 타임빌라스 1호점을 발판으로 타임빌라스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2030년까지 지자체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개발되는 상업, 업무지구 중심부인 송도, 수성, 상암, 전주에 4개의 신규 쇼핑몰을 세우고, 군산, 수완, 동부산, 김해 등 기존 7개 점은 증축 및 리뉴얼해 쇼핑몰로 전환한다. 또한 해외에서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신규 출점 및 위수탁 운영 등 다각도로 쇼핑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쇼핑몰이 향후 국내 리테일 산업의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535 젊은 세대의 수요와 선호가 높은 체험형 매장, 대형 이벤트 등에 최적화돼 있고, 유연한 변화와 시도가 가능한 플렉서블 리테일 플랫폼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유사한 리테일 성장 추이를 나타내고 있는 일본과 국내의 10년간 유통 동향에 비추어 분석한 롯데백화점의 전망으로 2030년까지 국내 백화점은 매년 2% 성장하는 데 그치는 반면, 쇼핑몰은 17%의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이커머스에 밀린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은 ‘복합쇼핑몰’을 앞세워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특히 이미 유통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신세계의 스타필드를 두고 롯데의 견제가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경쟁사가 화성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다고 발표했지만, 우리 사업에서 재무적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경쟁사가 100만평(약 330만㎡) 규모를 개발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언급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신세계그룹이 추진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으로, 경기도 화성시 송산 그린시티 내 127만평(약 420만㎡) 규모 부지에 테마파크·워터파크 등 36만평(약 119만㎡)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시설 및 스타필드·골프장·호텔·리조트·공동주택 등을 집약한 복합단지를 건립하는 내용이다.

이어 정 대표는 “스타필드 수원의 객단가 5만원, 타임빌라스 수원의 객단가는 12만원 선”이라며 “고객 수는 스타필드가 더 많지만, 쇼핑의 가치는 우리가 더 크다”고 언급했다. 이어 “경쟁사(스타필드)는 왜 백화점의 파사드(외관)가 그렇게 단조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설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김민규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홍보실장)이 반박에 나섰다. 김 부사장은 이날 입장을 내고 ‘재무적 역량’ 발언에 대해 “롯데백화점이 대규모 글로벌 합작 개발 사업 경험이 없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며 “사업 규모에 따라 자본 조달 방식은 다르며 스타필드의 경험을 통해 그 정도 노하우는 충분히 내재화돼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반박했다. 

또 “스타필드 수원의 객단가는 5만원이 아니라 12만5000원”이라며 “(스타필드의 디자인은) 획일적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가장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이라고도 반박했다. 

롯데의 공격적인 발언은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고 있는 위기 상황이 한몫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 매출은 1조59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2.1%나 감소한 152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매출로 보면 국내 업계 1위지만 경쟁사 대비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많은 32개 점포를 갖고 있음에도 그중 20개 점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13개 점포 중 4개 점포 매출이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으로 보면 백화점 업계 중 3위다.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의 별도 영업이익은 1955억원, 현대백화점은 1741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는 이미 ‘스타필드’로 국내 복합쇼핑몰 시장을 선점해 롯데가 이를 넘어설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신세계 역시 복합쇼핑몰의 규모를 더욱 키워나가는 추세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화성에 2029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하는 ‘스타베이 시티’도 기존 스타필드에 테마파크와 골프장, 호텔, 리조트 등을 집약한 대규모 복합쇼핑몰이다. 

현대백화점도 ‘더현대 서울’의 성공을 발판으로 최근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리뉴얼해 도심형 복합쇼핑몰 ‘커넥트현대’를 선보였다. 이에 비하면 롯데의 이번 사업 전략 재편은 경쟁사 대비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롯데가 추구해 온 다점포 전략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방에 있는 롯데의 지역 백화점들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얘기며 마산점 등 비효율 점포도 폐점하는 추세”라며 “뒤늦게 점포 리뉴얼과 통합 쇼핑몰 사업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경쟁사와는 다소 격차가 벌어진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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