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커머스·대형마트 희망퇴직 단행
롯데·신세계 그룹 차원 ‘비상경영’ 돌입
연말 정기 임원인사서도 영향 미칠 전망

유통업계에 인력감축 칼바람이 불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데다, 중국 이커머스까지 국내 시장에 뛰어들자 부진한 업황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적도 급감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차원의 일환으로 우선 희망퇴직 카드를 들고 나섰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이커머스, 면세점, 대형마트 계열사를 보유한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희망퇴직이 이어지고 있다. 인력을 줄이는 ‘허리띠 졸라매기’식 자구책을 택한 것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전날 오전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세븐일레븐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은 1988년 법인 설립 이래 처음이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 사원 또는 현 직급 10년 이상 재직 사원이다. 대상자에게는 18개월 치 급여와 취업 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을 준다. 신청 기한은 다음 달 4일까지다. 세븐일레븐은 "중장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인력 구조를 효율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세븐일레븐이 실적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고강도 비용 감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2022년 48억원, 2023년 551억원 등 2년 연속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44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증가세마저 꺾였다.
세븐일레븐은 희망퇴직뿐만 아니라 수익성 낮은 점포도 정리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2022년 4월 인수한 미니스톱의 국내 2600여개 점포에 대한 브랜드 전환과 동시에 수익성이 낮은 기존 점포를 폐점했다. 2022년 1만4265개였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3130개까지 줄었다. 현금인출기(ATM) 사업부(옛 롯데피에스넷) 매각도 추진 중이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부문인 롯데온은 지난 6월 만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8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8월 한 달간 희망퇴직 신청을 진행한 후 임직원 100여명 이상이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온은 2020년 롯데그룹 유통사업군의 통합 온라인몰로 출범한 이래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관광객 감소와 내국인 매출이 부진하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이처럼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유통 계열사들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분위기다. 이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8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실적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실적이 부진하거나 중복된 사업을 축소하고, 사업장 규모를 줄이는 방식이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에 있던 롯데면세점의 규모를 축소했다. 롯데월드타워에 있던 롯데온과 롯데헬스케어는 임차료를 절감하기 위해 떠났다.
신세계그룹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이마트는 199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7월에는 SSG닷컴, 9월에는 G마켓 등이 잇달아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신세계그룹에서 인적분할한 이후 처음이다. 연결 기준뿐 아니라 별도 기준 실적도 감소했다. 지난해 별도 기준 총매출은 전년 대비 2% 줄어든 16조5500억원, 영업이익은 27% 감소한 1880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으로 봤을 때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 수준으로 감소한 것도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신세계 역시 비상경영에 들어가면서 올해 초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승진 이후 적자 사업 정리와 인력 재편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지난 2022년부터 대규모 적자로 이마트 실적까지 끌어내린 주요인으로 꼽힌 신세계건설을 상장폐지 시키고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주류 유통 계열사인 신세계L&B의 제주소주를 오비맥주에 매각하고,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던 스무디킹도 사업을 접기로 했다. 신세계는 수시 인사 제도 도입과 ‘신상필벌’ 원칙을 내세워 신세계 건설, G마켓, SSG닷컴 경영진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때문인지 이마트의 상반기 실적은 흑자로 다시 돌아섰다. 이마트는 올해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줄어든 14조267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전통 유통 대기업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구조조정 칼바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칼바람이 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로 인한 유통업계 전반의 불황과 더불어 쿠팡, 네이버, 알리 등 이커머스 공룡과의 경쟁 등으로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들이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면서 “비상 경영에 돌입한 만큼 올해는 예년에 비해 빠르게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시장 변화에 따른 경영 전략을 기민하게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과가 부진한 사업에서는 과감한 인적 쇄신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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